동성애 금지 교칙 삭제: 종교적 가르침과 현실의 법 사이에 선 모르몬교 대학
모르몬교 대학인 브리검 영 대학(Brigham Young University)의 학생 윤리 수칙(Honor Code)에서 “동성애적 행위”에 대한 금지 규정이 삭제된 지난 주, 캠퍼스 내 LGBTQ 학생들은 브리검 영의 동상 앞으로 몰려가 축하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대학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당국의 입장에 축제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았습니다. “조항 자체를 삭제하기는 했지만, 윤리 수칙의 원칙은 그대로이며, 담당 부서에 회부되는 사건을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다룰 것”이라는 트윗이 올라왔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브리검 영 대학의 학생들은 모르몬교의 가르침에 따라 “동성애적 느낌을 표현하는 모든 친밀한 신체 접촉”을 금지하는 윤리 수칙의 규정 때문에 자신의 성적 지향과 연애 관계를 숨겨야 했습니다. 규칙을 위반한 학생들은 다양한 종류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지난 4월 모르몬교는 동성 결혼이 여전히 “심각한 종교적 죄악”이지만 동성 배우자를 둔 이들을 “배교자”로 여기지는 않으며, 동성 커플의 자녀들 역시 세례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습니다. 브리검 영 대학의 이번 조치는 동성애에 대한 교회의 입장이 진화함에 따라 대학 역시 학생 징계에 있어 운신의 폭을 두도록 한다는 취지로 해석되었죠. 종교적 전통을 지닌 학교들이 학생 지도에 있어 현실과 법률의 변화에 발을 맞추겠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미국 대법원이 연방법 상의 “성에 따른” 일터에서의 차별 금지가 성적 지향까지 포함하는 것인가를 검토함에 따라, 법이 종교적 교육 기관들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더 분명히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일터에서의 차별이 연방법 위반이라는 결론이 난다면, 교육에서의 차별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될 테니까요.
브리검 영 대학의 대변인은 이메일을 통해 당국이 윤리 수칙의 원리에 따라 학생들을 지도할 것이며, 담당 부서는 학생들의 질문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LGBTQ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환영받고 있다는 느낌, 소외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를 희망한다고도 덧붙였죠.
브리검 영 대학의 윤리 수칙은 지난 4월, 담당 부서의 부적절한 행태를 고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열리면서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계정을 통해 학생들은 윤리 수칙 담당 부서가 학생들에게 사생활을 침해하는 부적절한 질문을 하고 있으며, 가혹한 징계를 내리고, 학생들끼리 위반 사항을 고자질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캠퍼스의 LGBTQ 학생들은 딱 붙어 앉아 영화를 보는 정도로도 징계를 받을 수 있었던 위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게 된 것에 대해 안도를 표했지만,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는 당국의 모호한 발표에 불안감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학생들은 데이트앱에 계정을 만든 것만으로도 봉사활동에서 정학에 이르는 징계를 받기도 했기 때문이죠.
자신을 양성애자로 규정한 한 졸업생은 “윤리 수칙도 일종의 계약인데, 기준이 조금 더 명확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합니다. 한편, 이번 조치에 반대하는 학생과 동문들은 “BYU를 구하라(SaveBYU)”는 제목으로 트위터 계정을 개설했습니다. 똑같은 이름에 무지개 깃발을 붙인 맞불 계정 역시 즉각 개설되었죠.
수칙 개정 이후 당국에 직접 문의한 학생들은 LGBTQ 학생들에게 금지되는 연애 행위는 결혼할 목적으로 만나는 것, 이에 더해 배우자와만 성관계를 허용하는 교회의 순결 원칙을 어기는 것임을 확인했다고 말합니다. 한 학생은 학칙을 “이성애자 학생이 똑같은 행위로 징계를 받지 않는다면, 동성애자 학생도 징계를 받지 않을 것“으로 이해했다고 밝혔습니다. 학생들의 해석에 대해 당국은 ”찾아와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다행이다“라는 정도의 코멘트만을 남겼습니다. (워싱턴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