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웰니스 산업의 부상, 그 해악과 의료계의 책임
지난 몇 년 간, 저는 외과의로서 웰니스(wellness) 산업이 미치는 해악을 점점 더 실감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재미없지만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의사의 처방 대신, 식이요법이나 보조제, 마법같은 테라피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소비자로서 각종 웰니스 광고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고, 건강과 장수, 아름다움을 유지하게 해준다는 비타민과 식이요법을 추천하는 친구들의 선의를 마주하기도 합니다.
그러던 와중, 넷플릭스는 “귀네스 펠트로의 웰빙 실험실(The Goop Lab)”을 제게 추천하기 시작했습니다. 귀네스 펠트로가 설립한 웰니스 기업 “Goop” 자체가 잘못된 정보와 특정인이 누리고 있는 지위, 그리고 반과학적 수사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의료인인 제가 이 프로그램을 시청함으로서 유사과학에 기반한 부의 창출에 기여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Goop”과 같은 기업, 나아가 수 조 달러 규모의 웰니스 산업의 성장은 우려할만한 현상입니다. 얼핏 보기에 웰니스 산업은 약속과 희망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깊이 파보면 100% 자연 유래의 기적으로 포장되는 각종 요법들은 잘해봐야 돈 낭비고, 최악의 경우 건강을 해치는 길입니다. 암 환자가 검증된 치료 대신에 동종요법이나 특수 식이요법과 같은 대안을 택하는 경우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분명한 점은 웰니스 산업이 파는 것이 결코 무해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의사들에게 웰니스 산업의 부상을 지켜보는 일은 고통입니다. 하지만 의료계와 의학계가 웰니스 산업의 탄생과 발전에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의학은 늘 여성을 소외시켜왔기 때문입니다. 편견을 없애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는 현대 의학마저도 때로는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입니다. 웰니스 산업 종사자는 물론 소비자의 다수가 여성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의료계는 여성의 필요와 수요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여성들은 의학이 자신의 자율성과 생물학적, 사회적 필요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느껴 의료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만성 질환이나 자가면역 질환에 고통받을 확률이 더 높습니다. 의사 입장에서 치료하기 까다롭기도 하지만, 병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환자 입장에서는 더더욱 힘든 질병들이죠.
엄청난 의학적 발전이 있었던 분야에서도 여성 환자들은 소외되어 있습니다. 심장병을 앓는 여성들은 남성 환자에 비해 오진과 부족한 치료, 좋지 않은 예후로 고통받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고통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여성은 진통제보다 불안증 치료제를 처방받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자궁내막증과 같은 질환에 있어서도 여성이 이 병의 진단을 받기까지는평균 7년이 걸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연구나 실험에서도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는 여성의 신체나 경험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차이는 생물학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의료계 전체의 구조적인 편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의학이 나를 외면하고 있다면 다른 곳을 보게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웰니스 산업은 의학이 채우지 못한 건강과 웰빙의 빈 곳을 잘 파고 들었습니다. 웰니스는 평등과 희망, 접근성 등 전통적인 의미의 의학이 주지 않는 것을 약속합니다. 실제로는 웰니스 산업이 엘리트주의적이고 거짓으로 가득차 있지만, 웰니스에서 위안을 찾는 이들에게 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의료계가 수많은 발전과 진보에도 불구하고 제공하지 못한 것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있으니까요.
지난 달, 영국 국민의료보험의 수장은 웰니스 산업의 성장과 과학에 대한 의도적인 외면이 가져오는 해악에 대해 신랄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의료인들이 잘못된 의학 정보가 퍼지는 것과 싸우는 것이 마땅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투쟁은 무의미해질 것입니다. 의료계는 우리가 “Goop”과 같은 기업들의 씨앗을 뿌렸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비싸고, 해롭기까지 한 테라피들의 등장에는 우리의 책임도 있습니다.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의료계는 위험하고 불필요하며 비싸기까지 한 뱀 오일을 비판하는 동시에 우리 내부를 돌아보고, 사람들의 필요와 수요에 관심을 기울이며, 공감능력을 가지고 소통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을 비과학적이고 해로운 치료법으로부터 보호하려면 의료계는 많은 이들을 소외시키는 가부장적 관행으로부터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문제를 만드는데 기여한 의료계는 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워싱턴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