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시신 사진, 언론이 그대로 노출해야 할까
저널리스트인 줄리아 르 듀크는 리오 그란데 강가에서 발견된 오스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와 23개월 된 딸 발레리아의 시 사진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부녀는 멕시코 마타모로스에서 텍사스 브라운스빌로 건너오려다 급류에 휘말려 익사했죠.
사진 속에서 라미레스와 발레리아는 얼굴을 아래로 한 채 엎드린 자세입니다. 아버지는 검정색 티셔츠 안에 딸을 넣고 이동 중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진이 처음 실은 것 멕시코 신문인 “라 요르나다(La Jornada)”였고, 이후 연합통신(Associated Press)이 배포했습니다. 충격적인 이미지는 소셜미디어 상에서 큰 반응을 일으켰고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 문제를 다시 부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언론사들은 이 불편한 이미지를 어떤 식으로 선보일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언론과 교육분야에서 4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독립 비주얼 컨설턴트인케니 얼비는 “이 강렬한 이미지가 미국과 주변 지역에서 이주자들이 겪고있는 고통의 현실을 알리고 있다”며, “내러티브의 일부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진실”이라고 말합니다.
비영리 언론 교육 및 연구 기관인 포인터 연구소(Poynter Institute)의 켈리 맥브라이드 부소장은 “이 사진이 뉴스 가치를 갖고 있다는 점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며 “뉴스 매체들이 이 사진을 싣지 않았다면 더 놀라운 일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충격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싣는 것이 늘 당연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얼비는 “한 때는 신문에 시체 사진을 싣는 것이 금기였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미디어 소비 양상이 달라졌고, 일부 독자들은 보다 생생한 이미지를 보기를 기대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이런 이미지를 보게 됨으로서 미래의 비극과 인명의 손실을 방지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게 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입니다.
맥브라이드는 이런 사진이 미치는 해악을 줄이는 방법으로 유족을 인터뷰하고, 사진을 둘러싼 맥락을 충분히 설명하며, 사진의 등장인물을 명명하는 것 등을 꼽습니다. 사진을 남용하면 영향력은 줄어들고 거부감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2015년에도 가족과 함께 시리아를 떠난 3살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의 시신 사진이 윤리적인 논란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맥브라이드와 얼비는 라미레스와 발레리아의 사진이 미국인들에게 더 가까운 문제이기 때문에 더 크게 와닿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맥브라이드는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을 보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사람들이 이처럼 자극적인 사진을 접할 통로가 더욱 다양해졌기 때문에 이런 이미지에 무감각해질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요즘과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는 눈을 돌리기만 해도 다른 수 많은 이미지들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지나면 또 그만큼 자극적인 이미지가 나오기 때문에 잊어버리기도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