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칼 짐머의 “웃음이 닮았다(She Has Her Mother’s Laugh)”
칼 짐머는 과학 저술가들 중에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의 기사는 과학자들의 인정을 받고 있으며, 이때문에 그는 다양한 언론 활동 외에도 예일대 분자생물학 및 생화학과의 겸임 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짐머는 최근 그의 열 세 번째 책으로 유전에 관한 ‘웃음이 닮았다(She Has Her Mother’s Laugh)”를 내놓았습니다.
Q: 이 책이 유전에 대해 가장 강조하는 내용은 무엇인가요?
A: 유전은 우리의 존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우리가 자신을 정의하고 서로를 구분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유전에 대해 잘못된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전은 유전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문화 역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유전자에 의한 유전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부모와 조부모로부터 어떤 특징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유전은 그런 식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각각의 특징은 수백 혹은 수천의 서로 다른 유전자에 영향을 받으며 그 각각의 유전자들은 환경의 영향을 받습니다.
Q: 당신은 2001년 첫 딸을 낳으면서 몇 가지 질문이 생겼다고 책에 썼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유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가요?
A: 2000년, 아내가 첫 아이를 임신하자 주치의는 우리에게 유전자 상담을 받으라고 권했습니다.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상담원이 내게 몇 가지를 물었을때, 나는 사실상 내 가족의 역사에 대해 거의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는 내 유전자를 상당히 많이 가지고 태어날 아이를 두고 내가 이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것이 매우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이때부터 유전은 학문의 하나에서 내 존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되었습니다.
Q: 여전히 어떤 이들은 유전자와 인간의 특징을 연결하는 데 불편함을 느낍니다. 왜 그럴까요?
A: 19세기, 찰스 다윈과 프랜시스 갈톤은 처음으로 유전을 과학의 문제로 다루었습니다. 20세기 초, 몇몇 사람들은 유전학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곧이어 과학자와 정치인들이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유전학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우생학이 탄생하게 되었지요.
Q: 아직도 그 여파는 남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도 유전자와 지능, 인종에 관한 열띤 논쟁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어떤 입장인가요?
A: 지능을 정의하는 매우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일생동안 크게 변하지 않는 요소를 측정하는 지능 테스트의 경우, 그 결과는 어느 정도 유전됩니다. 이는 여러 쌍동이 연구와 최근의 유전자 연구에서 모두 확립된 결론입니다.
하지만 환경 역시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키를 생각해봅시다. 키는 지능보다도 더 유전의 영향이 크지만, 키에 관여하는 수많은 유전자들은 평균적으로 3mm 정도를 더 크게 혹은 더 작게 만듭니다. 이런 식으로 키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변이의 수는 3,000여 개에 이릅니다. 한편, 오늘날 사람들은 일이백 년 전의 사람들 보다 수 센티미터가 더 큽니다. 이는 유전자와는 무관하며 식생활이 개선되고 의학, 보건 시스템이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약 100년 전, 사람들은 유전자를 이용해 가난과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그들은 가난을 단순히 유전자의 문제로 보고 사람들에게 불임수술을 강요해 이를 해결하려 했지요.
Q: 최근 우리가 유전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된것은 유전자의 발현에 환경의 영향이 있다는 후성유전학 개념 덕분입니다. 후성유전학은 얼마나 중요한 개념인가요?
A: 환경은 유전자의 발현 유무를 장기적으로 결정하며 후성유전학을 통해 그 과정이 이루어집니다. 즉, 당신이 50살 쯤 되었다면, 당신의 후성유전학 특성을 분석해 당신 인생에서 다양한 행운과 불운이 당신의 삶을 결정했음을 알 수 있을겁니다.
Q: 아직 논란의 대상이긴 하지만, 후성유전학의 결과도 유전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A: 후성유전의 유전은 조상의 경험이 생물학적 변화를 일으켜 후대로 전달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생각임에는 분명합니다. 실제로 많은 대중 교양서들이 이를 주제로 나왔습니다. 후성유전 피부관리, 후성유전 요가 등이 나왔고, 내가 본 책 중에는 심지어 한 상담치료사가 쓴, 조상의 트라우마를 상담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책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후성유전이 유전될지에 대해 과학계는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험결과는 아직 충분치 않으며, 그 효과도 크지 않습니다. 후성유전이 실제로 유전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생물학 지식을 상당부분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은 부분을 추정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Q: 이제 유전체를 편집할 수 있게 되었으니, 유전을 보는 관점 역시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A: 유전자를 바꾸어 삶을 쉽게 더 낫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물론 그런 방법이 가능한 몇 가지 질병이 있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헌팅턴 병이나 겸상 적혈구 빈혈증은 유전자 하나의 변이 때문에 삶이 위태로워진 경우이며, 이런 질병을 가진 이의 유전자를 수정해 정상적인 적혈구를 가지게 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이를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배아의 유전자를 수정해 새로 태어날 아이의 유전자를 바꾸는 것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입니다. 사람들은 지능과 유전의 관계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내 아이가 영리하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돈이 얼마나 들까?”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 국가가 치명적인 질병의 경우만 유전자 편집을 허용할 때, 사람들은 아이가 놀라운 유전자를 가지게 만들어주겠다는 다른 나라의 병원으로 쉽게 가게됩니다. 사실 이미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Q: 당신의 유전자 분석 결과는 어땠나요?
A: 자신의 유전자 분석 결과를 보는건 놀랍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경험입니다. 나는 특별한 문제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죠. 나는 내가 네안데르탈 인들의 어떤 유전자를 물려받았는지를, 그리고 그 유전자가 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게되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 상당 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도 알았지요. 그리고 자신의 유전자에서 어떤 결론을 얻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Q: 사람들이 그 유전자 결과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유전자 분석을 받아도 될까요?
A: 지금은 마치 무법지대와 같습니다. 이 분야의 회사들은 사람들에게 그 정보의 의미에 대해 주의를 줄려고 노력하지요. 예를 들어 어떤 이들은 자기 아버지가 진짜 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유전자 검사는 이를 매우 명확하게 밝힐 수 있고, 때로 이는 큰 문제를 만듭니다.
유전자 분석으로부터 자신의 조상을 조사할 때도 문제가 발새할 수 있습니다. 독일인이면서 아일랜드인이라 믿었던 누군가가 사실 자신이 어느 정도는 이탈리아 인이라는 것을 알게된다고 해보지요. 그렇다고 자신이 좋아하지 않던 파스타를 갑자기 좋아하게 되지는 않을겁니다.
유전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그리고 유전에 의한 우리의 가치를 더 잘 알수록, 우리는 이런 문제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습니다.
(가디언, Phillip B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