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4일만 일하고 5일 일한 급여 지급한 실험 결과
뉴질랜드의 한 회사가 일주일에 4일만 일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실험에 참여한 직원의 78%는 일과 다른 삶의 균형을 훨씬 잘 맞출 수 있다며 만족해했습니다. 이른바 ‘워라밸’이 나아진 겁니다.
주인공은 신탁과 유언을 관리해주는 퍼페추얼 가디언(Perpetual Guardian)이라는 회사입니다. 퍼페추얼 가디언은 “현대인이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며 일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세 시간 정도가 최대”라는 연구 결과를 반영해 이번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일주일에 4일만 일한 직원들은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고, 일을 더 열심히 했으며, 일과 다른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돼 스트레스도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업무 생산성은 그대로였습니다. 미세하지만 끝내야 할 일에 쫓기는 경우가 오히려 줄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즉, 일주일에 4일만 일해도 5일 일할 때만큼 할 일을 다 하고도 시간이 남았다는 겁니다.
실험 설계
퍼페추얼 뮤추얼은 사무직 직원 240명에게 (하루 8시간) 주 4일 근무를 제안했습니다. 나흘 동안 일해도 급여는 닷새 일할 때 받던 것 그대로라는 조건이었습니다. 건물 내부가 따로 벽으로 나뉘지 않은 현대식 사무실에서는 직원들이 쉽게 집중력을 잃어 업무 능률이 떨어지고 생산성도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자 이를 반영해 근무 시간을 조정한 겁니다.
앤드루 반스 이사는 근무시간을 줄이면 직원들이 일에 더 집중해서 결국 생산성을 늘릴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밖에도 직원들이 일과 삶을 더 조화롭게 꾸릴 수 있고, 스트레스가 줄어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며, 출퇴근이 줄어들어 도로에 차도 줄어드는 등 도시와 환경에도 좋은 일이 되는 등 부가적인 장점이 많았습니다.
실험 결과를 보면 대부분 가설이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게 되었다고 답한 직원이 24%나 늘어났습니다. 직원들은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답했고, 스트레스 지수도 7%나 떨어졌습니다. 일주일에 하루를 덜 일했는데도 전체 업무 생산성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쉽지 않던 실험
우선 당연하게도 회사 안에서 직원들이 하는 일이 모두 똑같지 않다는 점이 실험에는 일종의 난관이었습니다. 공장 조립 부서에서 기계 부품을 조립하는 일이라면 직원들의 생산성을 측정하기가 훨씬 쉬웠겠지만, 퍼페추얼 뮤추얼의 직원들은 사무직 노동이 원래 그렇듯 다들 하는 일도 달라서 업무 능률이나 생산성을 일괄적인 잣대로 측정할 수 없었죠.
그래서 회사는 각 팀의 팀원들과 팀장에게 팀별로 하는 일을 최대한 자세히 써달라고 했고, 일주일에 5일 동안 해오던 일을 어떻게 하면 4일 안에 끝낼 수 있을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보고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팀원들 사이에 역할을 더 잘 나누든, 조직을 재정비하든 업무를 끝내야 하는 마감 기한은 변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직원들은 일주일에 4일만 일해도 회사는 일주일에 5일 운영한다는 사실입니다. 즉, 각자 월요일부터 금요일 사이에 쉬는 날을 하루 정해 쉬는 날은 엇갈리되 같이 모여서 회의하거나 같이 일해야 하는 날은 또 그대로 정해놓고 실험을 한 겁니다.
만약 직원들이 일주일에 4일만 일하고도 5일 일하던 것과 같은 생산성을 낸다면, (급여는 그대로이면서) 일주일에 하루를 더 쉴 수 있으니 그보다 더 좋은 직원 복지도 없을 것이고, 회사의 평가도 좋아질 겁니다. 유능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날 이유는 사라지고, 반대로 외부의 유능한 인재들은 이 회사로 오고 싶어 할 겁니다. 직원들이 출근을 덜한 만큼 사무실에서 쓰는 에너지도 20% 아낄 수 있습니다.
회사가 직원의 복지에 신경을 쓰면, 직원들은 일에 더 집중하고 능률을 올려 생산성을 높이는 식으로 반드시 여기에 응답한다는 연구는 이제 쌓일 만큼 쌓여 정설이자 통념이 됐습니다. 이어 소위 ‘워라밸’이 직업 만족도와 전반적인 삶의 질에 매우 중요한 만큼, 일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만의 시간을 더 많이 보낼수록 직원들은 일할 때 집중해서 일을 끝마칩니다.
하지만 섣불리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해서는 안 됩니다. 당장 5일에 나눠서 하던 일을 4일로 압축해서 처리하다 보면 분명 업무량이 늘어나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직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훈
실험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회사는 임직원들에게 실험 전과 후에 걸쳐 설문조사를 했고, 종합적인 분석과 평가는 올해 말 나올 예정입니다. 임직원들에게 총 다섯 가지 항목을 물었는데, 그 결과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주 4일 근무를 시행하자, 회사를 향한 직원들의 태도가 바뀝니다. 5일 치 주급을 받으며 4일만 일해도 되는 상황이 오자 직원들은 회사가 직원 복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인식합니다. 직원들이 일을 더 열심히 하면서도 업무 만족도가 오르고 이직률도 낮아지기 때문에 이는 회사에도 좋은 일입니다. 실제로 업무 성과도 오릅니다.
직원들은 하는 일에 더 집중하고, 만족감을 나타냈으며, 팀원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만 주 4일 근무가 가능하기에 팀워크도 더 좋아졌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실험 초기에 업무를 새로 배분하고 팀을 정비하는 단계에서 이런 답변이 가장 많이 나왔습니다.
직원들이 일에 쫓기는 상황이 미세하지만 오히려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분명히 일하는 시간을 줄였기 때문에 시간 안에 해야 할 일이 많아져서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법도 한데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을 보면, 아마도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책임지고 하는 상황에서 일에 쫓기지 않으면 오히려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는 연구 결과를 여기에 접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퍼페추얼 뮤추얼은 실제로 업무 시간을 직원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짜도록 했는데, 이 점이 안정적으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한 요인으로 풀이됩니다.
임원들도 자기 팀의 업무 성과는 전혀 나빠지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오히려 직원들이 창의적으로 일을 하고 서로 더 도와가며 일을 처리했으며, 고객에게 하는 서비스의 질도 나아졌습니다.
적어도 이번에 확인된 실험 결과만 놓고 보면, 사람들은 일주일에 4일만 일해도 5일 일하는 것 못지않게, 혹은 5일 일하는 것보다 더 잘 일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일에 만족도도 높아지고, 일과 다른 삶의 균형을 맞춰 스트레스도 덜 받는 것은 무시 못 할 덤이죠. 회사가 고용한 직원들을 한없이 믿어주기란 쉽지 않습니다. 직원을 신뢰하고 혜택을 주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회수하지 못할 비용을 쓰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번 실험은 새로운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조직적으로 지원해주면 직원들이 더 높은 업무 능률과 생산성으로 보답한다는 것을 입증한 실험입니다.
8주간의 실험은 일단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퍼페추얼 뮤추얼은 현재 주4일 근무제를 모든 회사에 도입하기에 앞서 세부 사항을 마지막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컨버세이션, Jarrod Ha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