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 대한 성적 대상화, 더 큰 그림을 봐야 합니다
일본에서 어린 여자아이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불편한 장면을 피해가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로리타 컴플렉스의 줄임말인 “로리콘”이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하죠. 서브컬쳐 테마로 유명한 아키하바라의 섹스숍에서는 다양한 가슴 발달 단계의 실물 사이즈 소녀 인형을 공공연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커다란 가슴을 자랑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포스터를 장식하고, 어린아이, 또는 어린아이처럼 꾸민 성인 여성의 비키니 화보가 잡지에 실립니다.
로리콘은 일본 특유의 현상이지만 어린아이를 성적 대상화하는 현상과 그러한 현상이 아이들에게미치는 영향은 전세계적으로 위험 수위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어린이 성적 대상화는 크게 두 가지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첫째는 직접적인 대상화입니다. 광고, TV프로그램, 잡지 등 다양한 매체에서 아이들, 특히 여자아이들을 성적인 인식이 있고 성적으로 활발한 존재로 묘사하는 형태입니다. 패드가 들어간 브라, 핫팬츠, 화장품 장난감처럼 어린이들이 자신을 “보다 섹시한 존재”로 만드려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상품들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두번째는 간접적인 성적 대상화입니다. 인터넷 덕분에 아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성적인 활동에 대한 묘사를 자주 접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오늘날의 어린이들은 과거 그 어느 세대보다도 어린 나이에 포르노를 접하기 시작해, 그 어느 세대보다도 많이 포르노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2016년의 연구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11-16세 사이 청소년의 절반 가량이 대부분은 우연히 인터넷에서 포르노를 접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일본은 뒤늦게 대처에 나서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아동 포르노의 소지를 불법화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여전히 불법 아동 포르노의 생산 기지 역할을 하고 있죠. 요금을 지불한 남성에게 “여학생”과 산책을 하거나 나란히 누워있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JK 업계”에 미성년자 고용을 도쿄시가 금지하고 나선 것은 불과 작년의 일입니다. 이제는 새로운 법에 따라 여학생처럼 꾸민 성인 여성들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올해는 대형 소매 체인 이온이 일부 매장에서 포르노 잡지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잡지들은 편의점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죠. 경찰 출신 아동권 변호사인 케이지 고토 씨는 일본이 이 분야에서 다른 나라에 뒤쳐저 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어린이에 대한 과도한 성적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전제는 성적화된 이미지들이 어린이들을 둘러싼 각종 성범죄와 연관이 있다는 것입니다. 영국 북서부 한 초등학교의 교장은 학생들 사이에서의 성적 학대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실제로 지난 4년 간 영국 경찰이 접수한 어린이 대 어린이 성범죄는 3만 건에 가깝고 2625건은 학교에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성적인 이미지를 주고 받는 “섹스팅”도 흔한 일이죠. 친구가 보낸 문자에 첨부된 파일을 열었다가 성범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소년들이 생겨났습니다. 자신의 사진이 인터넷에 퍼진 것를 알고 절망하다가 자살을 택하는 소녀들도요.
하지만 이 모든 현상이 아이들이 접하는 성적 이미지에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남아공 출신 연구자인 디비아 바나는 진짜 우려가 아이들, 특히 여자아이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도덕적인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젊은이들은 어떤 의미에서 위험한 행동을 피하는 추세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첫 성경험 시기가 늦어지고 10대 임신율도 감소하고 있죠.
그럼에도 이른 성적화는 어떤 형태로든 해를 끼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어린이들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피해입니다. 메사추세츠대학 아동심리학 교수 샤론 램은 특히 여자이이들의 정신건강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성적으로 행동해야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압박 속에서 자존감을 잃어간다는 것이죠. 이는 식이장애와 같은 질환으로 이어지고, 성인이 되어서도 연애 관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남자아이들에게도 압박이 가해집니다. 남성은 언제나 섹스를 원하는 존재로 묘사되는 환경에서는 남자아이들도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죠.
둘째, 포르노성 문화는 아이들에게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는 우려입니다. 포르노와 아동 간 성폭력 간에 연결 고리가 있음을 증명한 연구는 없지만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특히 남자아이들은 포르노를 보고 어떤 행동을 해볼지 결정하는데 참고했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제대로된 성교육의필요성이 대두되는 부분입니다.
세번째는 이런 자료들이 소아성애를 부추긴다는 우려입니다. 앞서 언급한 아키하바라 섹스숍 관계자는 자신들이 판매하는 상품 덕분에 소아성애자들이 실제 어린이들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성적 대상화된 어린이의 이미지와 아동 포르노가 어린이들의 일반적인 행동을 성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소아성애적 망상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죠.
인터넷 시대에 어린이들이 성적인 이미지에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러한 이미지들을 아예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할지 모릅니다. 그러한 현실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성인으로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또 이러한 현상 자체가 더 큰 문제, 즉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의 증상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난 10년 간 세계 각국은 어린이 성적 대상화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터닝포인트가 된 것은 2011년에 나온 광고 업계의 보고서였죠. 이 보고서에 따라 성인 잡지를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곳에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14가지 권고 사항이 만들어졌습니다. 부모들에게는 어린이 대상 마케팅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도록 했고, 어린이 대상 제품 마케팅에 대한 소매상용 지침이 나오기도 했죠. 그 결과 빌보드와 잡지에 실리는 이미지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었고,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아동용 필터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도입된 새로운 법에 의거, 영국의 포르노 사이트들은 사용자에게 18세 이상임을 증명하도록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14년 프랑스는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미인대회를 금지했습니다. 쿠바와 같은 나라에서는 15세 소녀들이 섹시한 모습으로 꾸미고 사진을 찍는 성인식을 다섯 살 꼬마 때부터 손꼽아 기다리는 현실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여러 관련 단체와 개인들의 문제 제기가 효과를 거두기 시작했습니다. 2006년 영국 슈퍼마켓 체인인 테스코는 어린이용 폴댄싱 키트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2010년 아일랜드의 의류 업체 프리마크는 패드가 들어간 어린이용 비키니 출시를 취소했죠.
하지만 인터넷 자경단의 활약에 힘입은 어린이 성적 대상화 금지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단순히 극단으로만 치달을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영국의 고급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스웨티 베티가 15-16세 소녀들이 트로피컬 무늬의 레깅스와 크롭탑을 입고 있는 이미지를 웹사이트에 올렸다가 집중 포화를 맞고 사진을 내렸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정작 큰 문제가 없는 이미지였죠.
비난이 소녀들에게 집중되는 점도 문제입니다. 남자아이들과 이들을 둘러싼 문화가 공격받는 일은 드물죠. 남학생들이 공부하는데, 심지어는 교사들이 업무에 집중하는데 방해가 되니 짧은 치마를 입지 말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여학생들입니다. 반면 남자아이들에게 동의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교육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아동심리학자 램은 “‘애들이 너무 빨리 섹시해진다’는 식의 단순한 담론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여자아이가 비욘세 흉내를 내는 것에는 문제가 없어요. 비욘세처럼 되는 것에만 여성의 가치를 두는 사회가 문제죠.”
남아공과 스웨덴 등에서 나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이들은 어른들 생각보다 성적 광고에 잘 대처하고 있습니다. 디비아 바나는 아이들이 “매우 복잡한 소비자”라고 주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은 문화적 환경을 탐사하는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입니다. 사회가 어린이들에게 포르노와 같이 접할 수 밖에 없는 것들에 대한 대응 능력을 길러줘야 하는데, 그런 노력은 부족하다는 겁니다.
부모나 교사가 섹스에 대해 정확하고 솔직한 태도를 고수한다면 아이들도 보다 편하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고 보이는 것에 부정적인 영향을 덜 받을 수 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들은 자녀가 하드코어 포르노를 접하는 것을 걱정하지만, “섹시”한 옷을 입거나 화장을 하는 등의 행동에 대해서는 그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큰 우려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영국 교육부는 현재 2000년에 마지막으로 개정된 성교육 교재를 업데이트하는 중입니다. 초등학생들에게 동의의 개념을 가르치고, 중등교육 과정에서는 성범죄 관련 법과 인터넷 소아성애자에 의한 그루밍을 가르치는 것 등 새로운 교육법에 대한 공청회를 열 계획이죠.
아주 기본적인 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곳도 많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에서는 종교 기관의 로비로 아이들에게 섹스에 대해서 전혀 가르치지 않는 극단적인 교육 방식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미국에도 성교육이 아이들에게 섹스를 부추긴다고 주장하는 종교 단체들이 있죠.
아이들이 자연스레 욕구와 감정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안전을 위해 정확한 정보와 피임법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는 것,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는 능력과 원치 않는 것을 거절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편이 훨씬 낫지 않을까요?
네덜란드와 덴마크는 이처럼 보다 건전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고, 성교육을 단순히 경고의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성생활을 위한 준비로 보는 것입니다. 스웨덴 린코핑대학교 아동학 교수 아나 스퍼만은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아동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로 이러한 성교육을 꼽습니다. “12세 이하 아동을 겨냥한 방송 광고 전면 금지”와 같은 극단적인 조치가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죠.
나아가 오스트레일리아 커틴대학교 소속 연구자인 미셸 존제넬리스는 아동에 대한 성적 대상화의 배경이 되는 문화적인 환경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섹시한 소녀들의 이미지가 섹시한 소년들의 이미지보다 훨씬 많은 것은 성차별주의와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만연하기 때문입니다. 포르노가 남성보다 여성을 더 함부로 다루는 현상의 배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은 주변 친구들의 이미지와 그들을 겨냥한 상품, 포르노를 통해 성차별적, 여성비하적 규범을 그대로 체화하게 됩니다.
다행히도 일부 지역에서는 보다 광범위한 문화적 맥락에 대한 검토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 듯 합니다. 아주 기본적인 단계이긴 하지만, 유아복을 남아용, 여아용으로 구분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동의”의 의미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자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미셸 존제넬리스는 미투 운동에서 사회의 규범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정말로 사회의 규범이 달라진다면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미래 세대일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