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정의 뇌과학(The Neuroscience of Emotion)
뇌과학자들에게 “감정”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순간, 시끄러운 토론은 시작될겁니다. 한 사람이 감정은 인간에게만 있는 의식적 경험과 관련이 있다고 말하는 순간, 다른 누군가는 곤충과 다른 무척추동물도 포유류가 가지는 기본적인 감정을 가진다고 반박할지 모릅니다. 누군가가 각각의 감정은 뇌의 여러 부위에서 생긴다고 말한다면, 다른 누군가는 감정은 여러 영역에 걸쳐 만들어진다고 말할겁니다. 감정이 행동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19세기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주장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을겁니다.
랠프 아돌프스와 데이비드 J 앤더슨의 “감정의 뇌과학(The Neuroscience of Emotion)”은 감정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감정이 무엇인지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후에야 검증가능한 적절한 가설을 세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칼텍의 동료인 두 사람은 감정을 서로 다른 분야에서 연구해 왔습니다. 아돌프스는 인간의 사회적 행동이 가진 신경학적 근거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앤더슨은 설치류와 초파리를 이용해 어떻게 내적 상태가 감정적 행동을 불러일으키는지를 연구합니다. 이 책은 최근의 뇌과학적 성과를 나열한 것이라기 보다는 인간과 동물의 감정적 행동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돌프스와 앤더슨은 감정을 뇌와 신체에 행동학적, 생리학적 변화를 일으키며 특정한 종의 경우에는 주관적인 감정의 변화까지 일으키는 생물학적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이들은 감정이 측정가능한 뇌의 상태의 한 종류라면 주관적이고 의식적인 감정과 무관하게 이 뇌의 상태를 신경생리학적인 현상으로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합니다. 그들은 이러한 가정 하에, 유의성(valence), 확장성(scalability), 지속성(persistence), 자동성(automaticity), 일반화(generalization)이라는 감정의 기본 성질을 정의합니다.
“감정의 뇌과학”은 여러 감정 이론과 최근의 연구들, 그리고 상식에 바탕해 논리를 전개합니다. 예를 들어 저자들은 공포가 편도체(amygdala)에서 발생한다는 일반적인 상식이 옳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는 인간이 가진 공포 반응이 편도체의 활동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동차의 속도계가 자동차의 속도를 알려 주지만 실제 자동차가 어떻게 동작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 것처럼, 특정한 뇌 영역의 활성화가 반드시 그 영역에서 그 감정이 발생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겁니다.
광유전학(optogenetics)이나 약리유전학(pharmacogenetics)같은 최신 기술은 동물의 감정적 행동을 유발하는 신경 회로를 기능적으로 구분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이런 기술을 통해 우리는 편도체에 공포, 학습, 식욕 등과 관련된 일곱가지 다른 종류의 신경 회로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인 약물과 전기자극은 이들 신경 회로를 구분없이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이는 한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치료가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설치류의 감정에 대한 부분은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감정적 경험의 측면을 강조하며 앞으로 어떤 부분을 연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줍니다. 예를 들어, 감정의 기본적 특성 중 지속성과 일반화는 서로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을까요? 또한 피질하(subcortical) 영역에서 피질로의 투사가 감정이 인지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어떤 관계를 가질까요?
한편, 인간의 감정에 대한 연구는 실험참가자들의 답변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이는 실제 감정 상태와 주관적인 감정의 관계를 연구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감정의 특정한 요소를 자극하는 실험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참가자들에게 공포감을 유발하는 거미를 보게 하거나 혹은 과거의 감정적 기억을 회상하게 하는 것입니다.
책은 오늘날의 감정 이론에 대한 비판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에 대한 제안으로 끝납니다. 저자들은 특정 동물만이 가지는 감정이 있을지, 혹은 심지어 한 개체가 자신만의 감정을 가지는 것이 가능할 지를 묻습니다. 한편으로, 언젠가는 감정을 가진 로봇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감정을 이해하게 될지도 묻습니다.
아돌프스와 앤더슨은 자신들이 감정에 대한 이론을 완전히 정리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사실 감정에 대한 상당한 양의 연구가 있었음에도 우리는 아직 감정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주제에 대한 그들의 열정이 “감정의 뇌과학”을 매력적인 책으로 만듭니다.
(사이언스, Elizabeth Bau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