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vs 트럼프 (5/5)
대통령이 당신의 땅을 훔쳐갔다
12월 그 순간부터 파타고니아와 트럼프 행정부는 쉼 없이 날 선 비난을 주고받았습니다.
비숍 의원은 자신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원 천연자원위원회 공청회에 추이나드를 증인으로 초대했습니다. 추이나드는 단칼에 초대를 거절하며 트럼프 정권이 여는 알맹이 없는 공청회에는 가지 않겠다고 쏘아붙였습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모두 함께 보호해야 할 땅을 빼앗아놓고 이를 자축하는 가식적인 행사에 들러리 설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를 초대한) 의회 위원회도 이미 실패한 전체주의 정권의 일부일 뿐이다.
이에 비숍 의원도 질세라 추이나드에게 공개서한을 보냈습니다. 비꼬는 투가 다분했습니다.
공청회에 오고 말고는 추이나드 씨 당신의 자유입니다. 다만 그렇게 꽉 막힌 거품 속에 갇혀 사시는 건 건강에 좋지도 않을뿐더러 대단히 중요한 공공정책에 관해 건설적인 토론을 이어가는 데도 좋을 것이 하나 없다는 건 아셨으면 합니다.
천연자원위원회는 이메일을 통해 추이나드가 증언하고 싶다면 언제든 문은 열려있다고 밝혔습니다.
3월에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베어스이어즈의 영역을 축소하려는 가장 큰 이유가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과 이권에 있다는 내용을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가 나간 뒤 파타고니아는 또 한 번 홈페이지를 업데이트했습니다. 기존의 문구에 한 줄을 더 붙였습니다. “대통령이 당신의 땅을 훔쳐갔다. 대통령은 땅을 빼앗아가며 모두를 속였다.”
파타고니아의 환경운동 전담 부사장 리사 파이크 쉬히는 홈페이지 아래 이렇게 썼습니다.
“이번 결정은 정권의 정치적 논공행상일 뿐이다. 정부는 베어스이어즈를 비롯한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의 새로운 경계선을 세심하게 다시 그렸다. 원하는 것을 얻고자 그동안 로비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은 석유 산업과 기업들은 이 돈을 회수하고도 남을 만한 이권을 얻게 됐다. 정부는 기업들의 손과 발이 되어 야심을 채워주는 데 조금도 망설임이 없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파타고니아를 비롯해 다른 원고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도 아직 공식적인 대응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내무부의 헤더 스위프트 대변인은 이메일을 통해 보호구역 재지정의 원인이 석유, 가스 산업의 이권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명백한 잘못”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마르카리오는 파타고니아 본사를 위협했던 토마스 산불의 근본적인 원인 가운데도 화석 연료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오늘날 산업 구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기상 과학자들 가운데는 기후 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화석 연료를 꼽는 이들이 있습니다. 마르카리오는 잦아지는 대형 산불을 “기후 재앙”이라고 규정하며 점점 더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 이 정부는 사실 이 문제(기후변화)에 눈곱만큼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니까요.”
재앙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올 1월에는 남부 캘리포니아 일대에 난데없는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토마스 산불로 나무가 타 버린 지역의 땅은 불어난 물을 머금지 못했고, 홍수 조절능력을 상실한 산은 그대로 무너져내려 곳곳에서 산사태가 났습니다. 몬테시토 일대가 가장 큰 피해를 봤는데, 20명 넘는 사람이 숨졌습니다. 파타고니아 직원 가운데도 집이 산사태로 파괴된 이가 있습니다.
파타고니아가 제기한 소장은 현재 법원에 계류 중입니다. 법원은 비슷한 내용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를 고소한 다른 시민단체들의 사건과 파타고니아의 고소 건을 한데 묶어 다루기로 했으며, 정부는 워싱턴 법원이 아닌 유타 법원에서 재판을 열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이 답을 내려야 할 기한은 따로 없으며, 그때까지는 소송과 관련된 모든 절차도 일단 진행을 멈춥니다. 공익 법률 지원 형식으로 변호사 25명이 이 소송 관련 업무를 나누어 맡고 있는 법무법인 호건 로벨스는 현재까지 총 170만 달러를 청구한 상태입니다.
그러는 사이 원래 베어스이어즈 천연기념물 보호구역 안에서 보호되던 지역은 대통령의 선언과 동시에 상업적 용도로 쓸 수 있는 땅이 됐습니다. 법적으로 석유 등 자원을 시추하거나 광산을 개발해도 문제가 없게 된 겁니다. 하지만 아직 새로운 개발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쉬히 부사장은 파타고니아가 대통령과의 이번 소송을 끝까지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환경 보호 운동에 얽힌 문제들은 한도 끝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환경 보호 운동은 그야말로 장기전 중의 장기전이죠. 우리는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50년이 됐든 100년이 됐든 물러서지 않고 계속 싸울 겁니다.”
(뉴욕타임스, David Gel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