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투표권이 없는 로봇이 트럼프의 당선을 어떻게 도왔을까요?
2018년 1월 17일  |  By:   |  IT, 정치, 칼럼  |  No Comment

로봇, 머신러닝, 인공지능, 자동화로 직업과 임금이 줄어드는 현상은 주로 미국의 중간 지역에서 관찰됩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의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와 보스턴 대학의 파스쿠알 레스트레포 교수는 탈산업시대의 근대화 내지는 현대화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아온 지역의 크기와 범위가 2016년 선거인단 득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지역과 일치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제게 보낸 이메일에 “위와 같은 지역적 단층선은 인종적 분노, 세계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진보적 지식인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이런 지역적 단층선을 더 분명하게 만들고 있죠. 애쓰모글루 교수는 최근의 기술발전이 유권자들을 더 보수적으로 만든다고 주장합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유권자들의 공화당 선회는 주로 통근 구역(commuting zone)에서 나타났습니다. 이는 산업용 로봇의 영향을 받는 지역이죠. 이런 현상은 2008년 이전에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2017년 3월에 발간한 “로봇과 직업: 미국 노동시장에서의 증거”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애쓰모글루와 레스트레포 교수는 추가로 아래와 같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로봇 하나는 100명의 노동자마다 인구 대 고용 비율을 0.18%–0.34%만큼, 임금을 0.25%–0.5%만큼 줄입니다.

산업용 로봇의 증가에 따른 이런 비용을 견디는 노동자들은 누구일까요?

애쓰모글루와 레스트레포 교수에 따르면, 여성보다 남성들은 직업을 잃는 데 따른 타격을 2배 정도 더 받는다고 합니다. 비록 모든 성별이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데 따른 임금 하락의 영향을 받지만, 고용에서의 하락 크기 역시 여성보다 남성들 사이에서 2배나 높습니다.

직업 분야와 관련해서, 저자들은 이렇게 덧붙입니다.

로봇이 미치는 영향은 자동차 제조업, 전자, 금속 제품, 화학 약품, 제약업, 플라스틱, 식품, 유리, 세라믹 등의 직업 분야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로봇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대학 학위가 없는 노동자들은 더 많은 임금과 고용의 하락을 경험하죠. 반면 대학 학위가 있는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로봇과의 경쟁이 오직 작고 미미한 부정적 영향을 주며, 그 이상의 학위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임금과 고용의 영향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산업 자동화로 고통받는 노동자들과 트럼프의 주요 지지자들은 대학 학위가 없는 백인 남성 유권자입니다. 퓨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그들의 공화당에 대한 지지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의 기간 동안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는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 사이에서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미트 롬니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와 비교해봤을 때, 대학 학위를 가지고 있는 백인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11% 떨어졌지만, 대학 학위가 없는 백인 유권자들의 경우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12% 올랐습니다.

물론 산업장에서의 로봇의 증가는 유권자들을 보수적으로 변하게 하는 오직 한 가지 이유는 아닙니다. 중국 수입 제품에 밀리고 있는 산업 분야의 커뮤니티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7년 9월에 발간된 “정치적 양극화의 수입? 무역 노출도 증가와 선거 결과”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매사추세츠공과대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터는 3명의 동료와 중국과의 무역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을 치르고 있는 사람들의 인구통계학적 특징을 더 파고들었습니다. 그들은 아래와 같은 사실을 발견했죠.

무역 노출이 2002년부터 2010년까지 히스패닉이 아닌 백인들이 대다수 거주하는 지역에서 보수적인 공화주의자들을 증가시켰습니다.

강경한 공화당 지지자의 증가는 중도적인 공화당과 현직 민주당들을 사라지게 했습니다.

오터는 무역 쇼크가 “보수적 정치인”들에게 호의적이지 않고, 백인 남성들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저자들은 더 자세한 설명을 덧붙입니다.

전통적으로 많은 수의 백인 남성을 고용해왔던 산업 분야에서의 무역 쇼크는 유권자들을 보수적으로 만듭니다.

그들은 아래와 같은 연구 결과 역시 인용하고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세수의 큰 부분이 한 인종 집단에서 걷어져, 다른 인종 집단과 공유되는 공공재를 공급하는 데 사용될 경우, 적은 공공재 공급을 선호합니다.

그 경우 유권자들은 그들의 세금 기여가 다른 집단을 돕는데 사용되는 것을 반대할 수 있죠. 이는 백인 유권자들이 (특히 백인 남성) 다른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세금을 내는 것을 반대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죠. 실제로 저자들은 무역 쇼크가:

보수적인 공화당 후보자들의 당선에서 보이는 히스패닉이 아닌 백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에서 소득 재분배에 반대하는 감정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지역에서 납세자들은 자신들을 정부의 이전 지출을 위한 기부자들로 인지하고 있죠.

이는 경제적 역경이 자신이 속한 내그룹(in-group)과 외그룹(out-group)의 인지와 연결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는 집단에 기반을 둔 자원 경쟁 내지는 정치적 극단주의의 기회주의적 사용으로부터 야기되죠.

저자들은 아래와 같이 제안합니다.

우익 포퓰리즘의 정치경제에 대한 최근 연구들은 경제적 쇼크가 지배적인 인구 집단에서 정치적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런 쇼크는 집단 정체성을 강화하고, 보수적인 정치인에 대한 지지를 증가시킵니다. 우리의 연구 역시 무역 쇼크의 정치적 양극화에 대한 영향이 제조업체들이 겪는 외국과의 경쟁 심화에 따라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제조업체들은 히스패닉이 아닌 백인 남성들이 주로 고용된 분야죠.

애쓰모글루, 오터, 그들의 동료들은 우파 포퓰리스트 증가에 대한 경제와 사회문화적 측면의 종합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러며 저자들은 최근 진보적인 미디어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의 주된 동기로 인종적 분노나 문화적 혼란만을 언급하고, 경제적 요인을 경시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저 역시도, “공화당 지지자들은 백인이라는 강한 인종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권위주의적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써왔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인종과 경제적 쇼크에 집중된 이 두 설명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둘 중 한 요인만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 함께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보여주죠. 하지만 아직도 미디어의 설명은 한 가지 원인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2017년 12월 15일 인터넷 매체 복스의 기사 헤드라인은 “지난 해 동안의 연구는 트럼프가 인종적 분노로 인해 당선되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였습니다. 기사의 저자, 저먼 로페즈는 “고용과 수입이 아니라 인종적 분노가 백인들이 느끼는 취약성과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2017년 5월 9일 발행된 애틀란틱의 기사 역시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경제적 압력이 아닌, 사회적 변화에 따른 두려움이 봉급을 받지 않고 대학 학위가 없는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기사들은 다른 잡지에서도 발견됩니다. 살롱에는 “진보주의자들이 맞았다: 수입이나 권위주의보다 인종주의가 트럼프 당선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라는 기사가, 더 네이션에는 “경제적 불안이 아닌, 인종주의가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하게 했다.”는 글이 실렸습니다.

선거 캠페인이 한창 진행되던 기간, 백인들 사이에서 경제적 고난이 어떻게 트럼프에 대한 지지와 연결되는지에 대한 토론은 시작되었습니다.

파이브서티에이트의 창간자 겸 편집자인 네이트 실버는 공화당 후보 경선 기간 중, “트럼프가 노동 계급에 주는 신화”라는 글을 썼습니다. 그는 대다수의 미국인과 비교했을 때 트럼프 지지자들의 경제적 형편이 낫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경선 기간 동안 트럼프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의 중간 가계 수입은 7만 2천 달러로, 이는 국가 전체의 중간 가계 수입인 5만 6천 달러보다 높다.”고 실버는 주장했죠.

실버의 주장은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트럼프 유권자들은 일반 유권자들보다 부유합니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의 핵심인 트럼프에게 투표한 공화당 경선 유권자들은 가장 낮은 교육 수준과 수입 수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3월 1일에 치러진 버지니아 경선의 출구조사를 들여다봅시다. 트럼프는 그와 근접한 경쟁자였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대학 학위가 없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43%대 25%로 이겼습니다. 반면 대학 학위가 있는 사람들에서는 루비오가 트럼프를 37%대 27%로 이겼죠. 10만 달러 이하의 돈을 버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는 루비오를 39%대 25%로 이겼고, 그 이상의 돈을 버는 유권자들 간에서는 루비오가 트럼프를 40%대 27%로 이겼습니다. 다른 지역의 경선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는 경선과 총선에서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자들은 가장 덜 교육 받은 백인들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애쓰모글루와 오터 교수가 주장하듯이, 그들은 자동화, 산업장의 로봇, 세계 무역, 아웃 소싱에서 오는 경제적 혼란에 가장 취약한 집단입니다.

오터 교수는 대학 학위가 없고, 도시에 거주하지 않는 백인들이 직업 전망이 좋고, 임금이 오를 경우에 혼란을 느낄 것으로 생각하냐는 질문으로 이메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며 그는 아래와 같은 사실을 지적했죠.

물론 이 모든 관찰은 권위주의, 인종주의, 문화적 혼란과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는 경제적 요인이 트럼프의 승리에서 중요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틀렸다는 점은 분명히 보여주죠.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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