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배우기 열풍, 누구를 위한 걸까요?  
2017년 12월 13일  |  By:   |  IT, 칼럼  |  No Comment

지난 5년 동안 컴퓨터 프로그래밍 내지 코딩 능력이 아이들과 어른 모두의 미래를 위한 열쇠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미국에서 일반적인 통념이 되었습니다. 많은 기술 관련 비영리단체, 코딩 교육기관, 정책 프로그램이 컴퓨터 과학을 “기본적인 기술”로 만들고자 시도하기도 했죠.

“컴퓨터 과학 교육 주간(매년 12월 둘째 주)”은 올해로 3회째를 맞습니다. 이 시점에 최근 코딩 교육 열풍을 살펴보는 건 의미가 있습니다. 오바마 정부의 “모두를 위한 과학(Computer Science for All)” 계획이나 트럼프 정부에서 이루어지는 컴퓨터 과학 교육 정책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단지 즐겁고 신나는 일이 아니라 미래 직업을 위해 필요한 기술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시행된 비슷한 기술 교육 정책들은 이 계획의 수혜자가 학생이나 노동자가 아닌 영향력 있는 기술 관련 기업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기술 관련 기업들은 미국의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치려는 캠페인을 장려하는 데 앞장서고 있죠. 교육에 대한 걱정을 이용해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기업의 모습을 보면 이런 캠페인의 궁극적인 수혜자가 누구인지 다시 한번 묻게 됩니다.

 

“새로운 경제”라는 오래된 미사여구

컴퓨터를 학교에 도입하려는 최초의 노력은 1982년 애플의 “아이들에게 앞선 문물을(Kids Can’t Wait)”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회사가 학교, 도서관, 박물관에 컴퓨터를 기부하면 소득세에서 장빗값을 제해주는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개인적으로 로비를 벌였죠. 비록 워싱턴에서의 로비는 실패했으나, 적어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회사가 컴퓨터를 기부하면 가치의 25%만큼의 세금을 공제해주는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이 법안은 회사에 주어지는 세제 혜택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이는 교육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처럼 포장되었습니다. 캘리포니아 입법 분석은 해당 법안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아이들의 컴퓨터 사용 능력이 필수적인 기술이며, 법안이 컴퓨터를 구비해야 하는 학교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 캠페인은 미국이 새로운 경제 분야의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레이건 시대의 광범위한 우려가 없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겁니다. 1983년 미국 교육부는 “위기의 국가”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상업, 산업, 과학, 기술 진보 분야에서의 독보적인 우위가 세계 각국의 경쟁자에 추월당할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보고서의 저자들은 미국의 교육 제도가 졸업자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기술을 필요로 하는 업무 현장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비슷한 미사여구는 계속해서 존재해왔습니다.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새로운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느냐가 곧 새로운 경제에 접근할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고 선언했습니다. 2016년, 미국 기술 담당 최고 책임자 메간 스미스 역시 오바마 정부의 코딩 교육 관련 계획이 “미국의 학생들이 필요한 기술을 일찍 습득해 새로운 경제에 합류할 수 있도록 돕자는 야심 찬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컴퓨터 기술이 세계화된 노동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해결책처럼 자주 묘사되는 반면, 관련 증거들은 여전히 불충분합니다. 2001년 교육학자 래리 쿠반은 그의 책 <Oversold and Underused Computers in the Classroom>에서 기술 그 자체로는 불공평한 재정 지원이나 시설, 교사의 과도한 업무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쿠반은 1990년대부터 학생들에게 컴퓨터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을 계속했지만, 그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반드시 많은 월급을 받는 직업을 갖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기술 관련 기업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필요한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며 우발적인 소득을 거둘 수 있었죠. 1995년, 해당 산업의 가치는 40억 달러에 육박했습니다.

 

일선 학교를 향해 쏟아지는 압박

만일 학교에 배치된 컴퓨터가 지난 20년 동안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면, 무엇이 이런 코딩 교육 열풍을 만든 걸까요? 쿠반은 학교 이사회와 관리자들이 기업인, 공무원, 부모로부터 쏟아지는 코딩 교육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모두를 위한 컴퓨터 과학 교육 컨소시엄(CS For All Consortium) 같은 기관에는 주의회 자금의 혜택을 받는 많은 교육 기업들이 가입돼 있습니다.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거대한 기술 회사들도 압력을 행사합니다. 해당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3억 달러를 기부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언급한 것처럼, 아마 그들은 코딩 수업 관련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학교에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업의 투자가 항상 학생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2013년, 로스앤젤레스 교육청은 해당 구역 모든 학교의 학생들에게 애플 아이패드를 제공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13억 달러의 비용을 들여서 말이죠. 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지급받은 아이패드에는 기술적인 문제가 존재했고, 소프트웨어도 불안정했습니다. FBI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조사를 벌인 끝에 애플과 참가 기업들은 교육청에 640만 달러를 반환하기로 법정에서 합의했습니다.

현재 기술 관련 기업들은 숭고한 단어들로 그들의 노력을 포장하고 있습니다. 2017년 6월, 마이크로소프트 사장 브래드 스미스는 기술 산업 비영리단체 “코드닷오알지(code.org)”를 우주 개발 경쟁을 위해 이루어졌던 과학과 기술 교육 증진 정책과 비교하며, “20세기 물리학의 역할을 21세기 컴퓨터 과학이 수행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기술 관련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기술자를 고용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의 비자가 제한되는 것도 기업들에는 걱정거리입니다. 공공의 자금으로 노동자를 훈련할 수 있다면 기술 관련 산업 분야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몇몇 기술 관련 기업은 이를 명확한 목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2016년 오라클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아이다호주에서 기술 관련 교육 법안이 추진되는 것을 도왔습니다. 이 법안은 유치원 때부터 직업을 가질 때까지 관련 산업의 필요나 협력을 따른 컴퓨터 과학 교육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법안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며 반대 의사를 표시한 의원이 두 명 있기는 했지만, 법안은 압도적인 찬성표를 받으며 통과됐습니다.

 

반복되는 역사

비평가들은 코딩 교육 추진의 목표가 노동 시장에서 프로그래머의 숫자를 대규모로 늘리기 위함이라고 주장합니다. 임금을 떨어뜨려 기술 관련 기업의 수익률을 올리고자 한다는 것이죠. 이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는 없지만, 과학, 기술, 공학, 수학 관련 과목을 전공한 대학생 가운데 졸업 후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은 절반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노동자의 능력과 고용주의 필요에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는 주장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게 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기술 격차에 대한 걱정은 해당 산업 분야와 관련된 교육에 대한 투자를 정당화해왔습니다.

교육의 이름으로 기술 관련 기업에 들어가는 수백만 달러는 종종 미국 학교들이 실제 당면한 주요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게 가로막기도 합니다. 기술 교육 자체는 예산 삭감, 큰 학급 규모, 적은 교사의 월급이 만들어내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심지어 새로운 연구들은 현재 추진되는 기술 관련 교육 혁명이 이런 문제들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새로운 컴퓨터 과학 교육에서 가장 이익을 보는 집단은 어디인가요? 적어도 역사는 우리에게 그 집단이 학생은 아니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더컨버세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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