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역사: 발터 샤이델과의 대화
2017년 11월 15일  |  By:   |  경제, 세계  |  No Comment

오늘은 옥스팜(Oxfam) 블로그 중 하나인 “가난에서 힘으로(from poverty to power)”에 올라온 발터 샤이델의 책 “불평등의 역사(The Great Leveller)” 서평을 번역했습니다. 불평등의 역사적 패턴과 오늘날 전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불평등을 해소할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글입니다.

샤이델이 그의 저서 “불평등의 역사”에서 주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수천 년 동안, 불평등이 심화하거나 높은 상태에서 유지되다가, 그 간극이 줄어드는 짧은 역동적인 시기가 가끔 있었습니다. 1914년부터 1970년대까지의 60~70년의 기간에 부유한 국가와 사회주의 국가에서 모두 역사적으로 가장 격동적으로 빈부격차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는 빈부격차가 해소되기 위해서 아래 네 가지 조건이 성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1. 큰 규모의 인구 이동을 수반하는 전쟁
  2. 혁명
  3. 국가 붕괴
  4. 치명적인 전염병 창궐

마치 성경에 나온 종말처럼, 이 네 가지는 ‘이 땅의 평화를 파괴하고, 칼과 굶주림, 죽음, 괴수들에 의해’ 사람들을 죽입니다. 이 네 가지 중 하나 혹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작용하여 성경에 나온 종말과 다름없는 비극이 일어납니다. 어떤 경우에는 수천만 명이 사망합니다. 하지만 재앙이 끝나고 나면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간극은 극적으로 줄어듭니다.

사이델의 이러한 주장은 20세기 초 두 차례 세계대전이 빈부격차를 해소했다는 피케티의 주장과 흡사합니다. 다만 피케티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재산세 등 정책적인 측면을 강조했다면, 사이델은 역사를 이보다 더 부정적으로 해석합니다. 사이델은 “전통적으로 빈부격차를 줄여주던 장치들이 현재 작동될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오늘날의 불평등은 해소되기 어렵다.”라고 주장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이델은 불평등을 가속하는 새로운 흐름을 언급합니다. 인구의 노령화, 국가 간 인구이동, 자동화, 유전학의 발전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의 구분 등의 문제는 불평등을 더욱 가속합니다.

사이델은 불평등을 그나마 해소할 수 있는 정책들을 몇 가지 제안합니다. 먼저 소득 측면에서는

  1. 재산은 직접 과세하여야 하고 부가 세습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과세 정책이 확립되어야 합니다.
  2. 해외로 자금을 돌려 조세를 회피할 수 없게 해야 합니다.
  3. 다국적 기업이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세금을 부과해야 합니다.
  4. 복지 정책은 교육의 평등을 통해 세대 간, 계층 간 이동을 촉진해야 합니다.

소비 측면에서는,

  1. 공공 정책의 하나로 보편적 의료보험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보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2. 보편적 기본소득(basic minimum income)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3. 특허, 독점방지법, 계약에 관한 법이 개정되어야 합니다.
  4. 노조의 권한을 강화하고, 최저임금을 올려야 하며, 정치적 영향력이 적은 집단에 대해서도 고용의 평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좋은 정책들입니다. 하지만 사이델은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정책들이 정치적으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고,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이 제안들을 현실화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말합니다.

정책들은 큰 변화를 만들어 내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진정한 변화는 위에 언급한 네 가지 장치들이 작동해야 일어나는데 오늘날 그 장치들은 작동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당연하게도, 아무도 이 장치들을 작동시킬 생각이 없습니다.

대규모 인구 이동을 유발하는 전쟁은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무기의 발전으로 오늘날의 대규모 전쟁은 인류의 멸종을 초래할 정도로 격렬하거나, 아니면 매우 제한된 규모의 국지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1, 2차 세계대전과 같은 전쟁이 다시 일어나기는 어렵습니다.

혁명 또한 일어나기 어려워 보입니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전 세계적 변화를 유도할 만한 혁명은 발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세계 경제의 발전으로 국가 붕괴 역시 저소득 국가에 제한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므로 한 국가의 붕괴가 전 세계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어렵습니다.

전염병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현대 의료 기술은 이런 전염병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는 당분간 자본의 축적과 부의 집중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역사적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면, 평화로운 개혁의 결과는 여전히 불평등할 것입니다.

저는 그의 주장에 일부 동의하지 않습니다. 근현대사를 보면, 라틴 아메리카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빈부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볼 때 그의 주장이 큰 틀을 본 것이라면 그 틀이 미국과 유럽 등의 국가에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를 만나 그에게 기후 변화가 다섯 번째 불평등 해소 장치가 될 수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는 기후 온난화가 그가 책에서 언급한 네 가지 장치들을 전부 작동시킬 수도 있지만 기후 변화 자체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역사가 희망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할 때 역사는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사이델의 주장은 이와 정반대입니다.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한 논의와 같은 중요한 일이 그의 주장을 듣고 나면 완전히 무의미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여러분은 사이델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FP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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