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업과 부자들의 탈세,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제 계산으로 기업들이 영업 이익과 이윤을 조세피난처로 돌려 신고하지 않는 바람에 미국 정부가 걷지 못하는 세금이 1년에 700억 달러 정도 됩니다. 매년 미국 정부가 걷는 법인세의 20%에 해당하는 액수지만, 이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기업이 찾아낸 절세(絶稅)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지구상에 몇 안 되는 조세피난처에, 역시 숫자를 세면 몇 되지 않는 갑부들이 숨겨둔 것으로 보이는 8조 7천억 달러에 이르는 돈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전 세계 GDP의 11.5%에 해당하는 돈인데, 이 가운데 세금을 거둬야 할 조세 당국에 출처와 소재가 보고돼 있는 투명한 돈은 거의 없습니다. 이 상황은 아무리 양보해도 합법적이라고 보기 어렵죠.
이 돈을 제대로 추적해 정당한 세금을 매길 수 있다면 서민들의 조세 부담을 크게 줄이고, 공동체 구성원을 돕는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하는 데 늘어난 세수를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그 많은 돈을 어떻게 숨겼을까?
예를 들어 검색창에 검색만 해봐도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이제는 다국적 대기업 지주회사 알파벳 아래 있는) 구글은 2003년 향후 유리한 세제 혜택을 받는 데 필요한 일련의 조치를 모두 해두고 난 뒤 이듬해 기업 공개를 거쳐 상장기업이 됩니다.
구글이 거두는 수익이 조세피난처로 흘러가는 과정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글은 먼저 가장 중요한 기능인 검색 알고리듬, 광고 데이터 분석 등에 관한 지적 재산의 소유권을 구글 아일랜드 홀딩스(Google Ireland Holdings)라는 회사에 넘깁니다.
- 왜 아일랜드일까요? 아일랜드의 법인세가 낮은 것도 이유였겠지만, 더 큰 이유는 아일랜드 기업법상 아일랜드에 법인을 등록해 놓고 운영은 버뮤다(Bermuda)에서 해도 상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 구글 아일랜드 홀딩스는 이어 구글 아일랜드 리미티드(Google Ireland Limited)라는 자회사를 세우고 그 회사에 구글의 핵심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줍니다.
- 지금까지도 같은 조건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구글이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에서 하는 모든 주요 사업에 필요한 기술 라이선스는 구글 아일랜드 리미티드가 부여합니다. (구글이 아시아에서 하는 사업을 관장하는 건 싱가포르에 구글이 세운 비슷한 자회사의 몫입니다.)
- 예를 들어 구글 프랑스는 구글 아일랜드 리미티드에 로열티를 냅니다.
- 구글 아일랜드 리미티드는 로열티로 챙긴 수익을 버뮤다에서 경영하는 구글 아일랜드 홀딩스로 옮깁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구글이 고용한 직원이 거의 없는 구글 버뮤다 법인이 2015년에 올린 영업이익이 155억 달러입니다. 이는 버뮤다 섬 전체 주민들이 1인당 24만 달러를 구글에 벌어준 거나 다름없습니다. 버뮤다에서 내야 하는 법인세는 얼마일까요?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구글이 법을 어긴 지점은 하나도 없습니다. 구글 같은 회사가 법인세가 낮은 곳으로 이익을 모두 돌려 신고하는 건 흔한 일입니다. 지적재산권에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인터넷 회사들만 그렇게 하는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제조사들은 수출입 가격의 장부를 꾸며 이윤을 늘리거나 줄여 신고하기도 합니다. 즉, 미국에서 아일랜드로 차량 부품을 대단히 싼 값에 수출하고, 반대로 똑같은 부품을 다시 들여올 때 아주 비싼 값에 수입하는 겁니다. (그럼 장부상 미국에서 올린 수익을 아일랜드로 이전하는 효과가 있죠.)
최신 통계를 바탕으로 계산해보면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이 미국 밖에서 올린 수익의 63%는 세금이 낮거나 아예 없는 네덜란드, 버뮤다,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싱가포르, 스위스 여섯 개 나라에서 신고됩니다. 이렇게 세금을 줄여 신고하고 피해서 내는 전략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건 물론 다국적기업의 주인과 주주들이고, 그다음은 위에 언급한 여섯 개 나라일 겁니다. 반면 나머지는 모두 손해를 입는 셈이죠.
저는 동료 경제학자 토마스 토르슬로프와 루드빅 위어와 함께 전 세계 조세피난처로 인기가 높은 나라, 지역들의 데이터를 모두 모아 과연 이런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계산해 봤습니다. 미국 정부는 1년에 700억 달러 정도의 세금을 덜 걷게 되는 셈인데, 미국의 저소득층 생활보장대상자들에게 지급하는 식료품 할인 쿠폰에 드는 비용이 연간 700억 달러 정도입니다. 유럽연합도 비슷한 손해를 입죠.
해결책이 있나?
다행히도 아일랜드 정부는 이른바 더블 아이리쉬(Double Irish) 편법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더블 아이리쉬란 구글이 그랬던 것처럼 아일랜드 내에 두 개 법인을 세운 뒤 한 곳에 이윤을 몰아주고 그 회사를 세율이 낮거나 0%인 조세피난처에서 운영하는 편법을 뜻합니다. 아일랜드 정부의 발표에 따라 기업들은 오는 2020년까지 더블 아이리쉬 편법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회사들이 이윤을 어디에 신고할지 결정할 수 있게 하는 한 세율이 낮은 곳을 찾아 세금을 아끼려는 전략은 계속될 것이고 결국, 절세 혹은 탈세 논란은 계속될 겁니다.
이번엔 애플이 2014년 했던 일을 한 번 같이 살펴봅시다. 최근 그 전모가 드러난 파라다이스 페이퍼의 내용 가운데 아마도 애플의 사례가 가장 극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될 텐데, 애플은 더블 아이리쉬를 규제해 더 이상 편법을 쓰지 못하도록 단속하려는 아일랜드 정부의 계획을 알아챈 뒤 버뮤다에 있는 법률회사 애플비(Appleby)에 세금을 아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문의합니다. 애플비는 영불해협에 있는 영국 왕실령 저지(Jersey)섬을 새로운 조세피난처로 추천합니다. 저지섬에서는 법인이 올린 소득에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됩니다. 결국, 애플은 애플비의 도움을 받아 아일랜드에 있던 자회사 두 곳(애플 세일즈 인터내셔널(Apple Sales International, ASI)과 애플 오퍼레이션스 인터내셔널(Apple Operations International, AOI))을 저지섬으로 이전해 등록하고 계속해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세금을 아낍니다.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요? 먼저 다국적기업이 올리는 과세대상 이윤을 각국에서 거두는 매출에 비례해 계산한 뒤 어디에 이윤을 신고하느냐에 관계없이 세금을 매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이 전 세계에서 1천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매출의 50%를 미국에서 올린다고 가정해 봅시다. (올해 1/4분기 알파벳 매출의 48%가 미국에서 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그러면 영업이익 가운데 500억 달러는 미국에서 세금을 내야 하는 과세대상이 됩니다. 구글이 특허권을 비롯한 무형 자산이 어디에 등록되어 있고, 서비스를 관리하는 본사가 어디에 있다고 주장하며 이윤을 어디에 신고하든 상관없이 500억 달러에 세율을 적용해 법인세를 걷습니다. 미국 정부는 주별 법인세를 매기고 거둘 때 이미 비슷한 조세 제도를 운용한 경험이 있습니다.
매출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법은 인위적으로 장부를 조작해 이익을 이전하는 기업의 편법도 잡아냅니다. 기업들이 이윤이나 자산, 자회사는 장부상에서 얼마든지 옮길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돈을 내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는 소비자들은 버뮤다로 옮겨놓을 수 없을 테니까요.
이 방법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윤이 다른 나라에서 발생했다고 신고하면 세금을 매길 수 없는 현행 세제나 공화당이 발의한 세제개편안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공화당의 세제개편안은 다른 나라에서 거둔 이윤의 일부에 10% 정도 세금을 매긴다고 돼 있는데, 예외 조항이 많아 면제 대상이 많이 늘어날 수 있어 기업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제가 제안한 대로 매출에 따라 과세대상 이윤을 정하고 거기에 세금을 매기면 미국 정부가 다른 나라 정부나 조세 당국의 권한을 침범할 우려 없이 이를 바로 시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그러나 기업의 법인세가 빠져나가는 구멍을 막아도 여전히 심각한 문제가 남습니다. 바로 개인들의 탈세 문제인데, 갑부들 가운데는 이미 조세피난처를 통해 법인세를 아껴 막대한 부를 쌓은 이들이 많습니다. 이는 더욱 근본적인 범법 논란의 소지가 있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마이클(가명)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이클은 마이클 & 컴퍼니라는 미국 기업의 CEO이자 지배주주입니다. 가능한 한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덜 내고 싶은 마음은 마이클도 다른 모든 사람과 같습니다. 그러나 바람에서 그치고 마는 대부분 사람과 달리 마이클은 실제로 세금을 아끼는 방법을 실행에 옮길 수 있습니다. 단계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케이먼 아일랜드(Cayman Islands)에 페이퍼컴퍼니를 하나 설립합니다. 케이먼 아일랜드는 법인을 설립할 때 소유주를 꼼꼼하게 검증하지도 않고, 그래서 신분을 숨기고 유령회사를 세우기 좋은 곳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 유령회사를 세운 마이클은 그 유령회사 명의로 키프로스나 스위스, 홍콩, 파나마 같은 곳에 계좌를 엽니다. 이 나라에 있는 은행들은 특히 고객인 갑부들의 기호에 맞춰 해당 국가 조세 당국이 계좌를 추적하거나 의심스러운 거래 내용을 확인하려 해도 이에 협조하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 미국에 있는 마이클 & 컴퍼니는 케이먼 아일랜드에 세운 유령회사로 돈을 이전합니다. (실제로 있지도 않았던) 컨설팅 서비스를 받았다는 식으로 문서를 만들고 자문료를 지급한 것으로 처리하면 그만이죠.
- 자문료는 키프로스에 있는 유령회사 계좌로 입금됩니다.
자료를 검토해 거래를 추적해보면 얼핏 보기에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 없는 거래가 진행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받지도 않은 자문을 받았다며 자문료를 냄으로써 마이클은 불법으로 마이클 & 컴퍼니의 과세대상 이윤을 줄인 셈이 됩니다. 유령회사로 보낸 돈만큼 이윤이 줄어들어 마이클 & 컴퍼니에 부과되는 법인세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돈이 키프로스에 있는 계좌로 입금되고 나면 이 돈은 세계 금융시장에 투자한 것으로 처리돼 여기서 발생하는 소득은 마이클이나 키프로스 해당 은행이 미국 국세청에 소득을 신고해야만 세금을 매길 수 있게 됩니다.
특히 다른 나라 은행들은 대체로 자기 은행에 돈을 맡긴 고객의 소득 및 재산 신고 의무를 게을리해 왔습니다. 미국인 고객이 없는 척하거나 유령회사 명의로 된 돈이니 그 출처는 캐묻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식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마이클은 미국 정부에 법인세를 덜 낼뿐 아니라 개인소득세도 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편 마이클이 키프로스로 빼돌린 돈을 미국에서 인출해 쓰고 싶으면 현금인출기에 가서 해외 계좌 인출 서비스를 이용해 얼마든지 빼 쓸 수 있습니다. 은행에 출금 수수료는 낼지 모르지만, 그 돈의 출처를 밝히고 정부에 내야 할 세금은 내지 않은 채 말이죠.
이 모든 걸 어떻게 알게 됐냐고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외에 숨겨둔 많은 돈의 주인이 누구인지, 이들이 어떻게 돈을 빼돌려 숨겼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와 안네트 알스타드새터, 그리고 니엘스 요하네센은 최근 들어 잇따라 유출된 수많은 문서를 분석해 사실에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2015년 스위스 은행들의 비밀을 폭로했습니다. HSBC 스위스에 있는 계좌들의 실제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고, 이어 2016년에는 파나마 페이퍼스를 통해 파나마의 법무법인 모삭 폰세카라는 곳이 만들어낸 온갖 유령회사들의 정체를 폭로했습니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따르면 조세피난처에 잠들어있는 재산 가운데 약 절반은 자산이 5천만 달러가 넘는 아주 부유한 사람들의 돈입니다. 극소수의 갑부들은 자기 나라에서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고 재산을 조세피난처로 빼돌려놓은 겁니다. 최근 폭로된 파라다이스 페이퍼스를 보면 재산을 숨겨둔 이들 가운데는 러시아의 부패한 기업인들이나 벨기에 치과의사뿐 아니라 부유한 미국인들도 많았습니다.
글의 서두에 썼듯이 조세피난처로 빼돌린 돈은 전 세계 GDP의 11.5%에 해당하는 액수입니다. 이 돈은 대개 지난 오랜 세월 스위스 은행의 금고에 잠들어 있었지만, 현재는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비롯해 다른 새로운 조세피난처에 분산돼 있습니다.
세계 금융업계가 잘 드러내려 하지 않는 편법 혹은 불법 거래를 적극적으로 밝혀내 세금을 내지 않고 이윤과 재산을 빼돌리려는 행위를 막아야 합니다. 부동산은 물론이고 주식, 채권, 뮤추얼펀드 등 금융 자산을 사고팔 때 당사자의 신상을 명확하게 밝혀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법일 겁니다.
이를 두고 개인정보 보호나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각 나라가 땅이나 부동산을 거래할 때 자산이 오간 기록을 정확히 남기고, 부동산 등기는 필요하면 공개해야 하는 기록인 점을 생각해 보세요. 부동산의 주인이 누구인지 공개해서 사생활 침해가 심각한 문제가 된 적은 거의 없습니다.
금융 자산의 실소유주를 등록하도록 하는 것이 급진적인 규제라는 지적은 옳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그로 인해 조세 회피 전략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각국 정부의 세수가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이를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고, 각종 돈세탁을 막아 검은돈의 국제적인 흐름을 차단할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 테러단체로 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는 등 엄청난 혜택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 정부도 책임이 있습니다. 왜 범죄자와 세금 한 푼 내지 않으려는 부도덕한 부자, 도둑놈이나 다름없는 권력가들이 우리 금융 제도와 부동산 시장의 울타리 안에서 버젓이 돈세탁하도록 하는 걸까요? 부자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거짓 없이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