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폴 오텔리니 인텔 전 CEO
2017년 10월 24일  |  By:   |  IT, 경영  |  No Comment

PC를 넘어 반도체 칩의 영역을 개척한 제품/마케팅 전문가

66세에 사망한 폴 오텔리니는 인텔에서 특이한 축에 속했습니다. 그가 이끌었던 인텔은 한때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로 군림했습니다.

엔지니어들에 의해 시작되고 37년간 운영된 인텔은 끊임없는 프로세스 효율화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제조 회사 중 하나로 거듭났습니다.

오텔리니는 엔지니어가 아니었습니다. 오텔리니는 제품과 마케팅 전문가로서 새로운 시각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가 CEO로 재임한 8년간의 인텔의 성과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었지만, 그는 인텔의 자산과 규모를 유지하고 내실을 다지는 전통적인 경영자의 역할을 잘 수행했을 뿐만 아니라, 인텔이 PC를 넘어 다른 영역에서도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인텔의 구조를 개선하기 시작했습니다.

1950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그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인텔의 재무부서에 들어가기 전 전문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습니다.

그는 초기부터 리더로서 역할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회사를 거대기업으로 일구어낸 카리스마 있는 리더 앤디 그로브(Andy Grove)의 가장 중요한 조력자로서 IBM과의 거래를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2005년 오텔리니가 CEO로 지명되었을 당시, 회사 내부와 외부 모두에서 많은 사람이 오텔리니가 엔지니어로서의 경력이 없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오텔리니가 직접 말한 것처럼, 엔지니어로서의 배경이 없다는 점은 그에게는 장점이었습니다. 엔지니어들이 훌륭한 기술을 개발했다고 가지고 오면 그는 물어봤습니다.

이 제품을 누가 왜 사려고 할까요? 고객은 이 제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오텔리니를 이어 2013년 CEO가 된 브라이언 크자니크(Brian Krzanich)에 따르면 오텔리니의 위와 같은 관점은 “엔지니어들의 바다에서 몹시 가혹한 고객의 목소리”를 대변했습니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의 혁명을 이끈 회사의 문화를 바꾸고, 경영 방향을 조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영국의 암 홀딩스(Arm Holdings)가 저전력 반도체를 기반으로 PC 시장을 넘어 여러 가지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인텔은 고성능 반도체를 작게 만드는 것에는 강점이 있었고 그 강점이 PC 시장에서는 통했습니다만, 다른 시장에서는 크게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았습니다.

오텔리니 역시 스마트폰 시대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인텔의 반도체는 블랙베리의 첫 번째 제품들에 이미 들어가 있었고 아이폰에도 들어가기 위해 다른 기업과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매우 엄격한 내부 기준으로, 자체적인 리듬에 의해 움직이는 회사의 경영자로서 오텔리니는 그 당시에 교과서적인 분석에 의존하여 직관을 따르지 않아 아이폰에 탑재될 기회를 놓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습니다.

말을 조심스럽게 하고 매우 분석적인 경영자인 오텔리니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CEO에 임명되었습니다.

그의 첫 번째 역할은 2만 명 가까이 해고하는 것 이었습니다. PC 시장을 넘어 다른 시장에도 진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안 그는 여러 번 투자를 했으나 그 투자가 실패로 끝난 경우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와이맥스(WiMax)입니다. 와이맥스는 인텔이 비디오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시도한 새로운 고속력 무선 기술이었습니다. 그는 또한 맥아피(McAfee)를 인수하는 색다른 시도를 하였으나 결국 인텔의 기존 서비스와 완전히 융화되지 못한 채 곧 기업분할 되었습니다.

오텔리니가 PC 시대 이후 인텔을 재정의하기 위해 한 노력은 결실을 잘 보지 못했지만 그는 가장 목전에 놓인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인텔은 반도체 시장에서 여전히 이익을 창출했고 인텔은 컴퓨터의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 :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년에 두 배 성장한다는 경험적 법칙. 역자주)을 유지했습니다.

그는 또한 PC 반도체 경쟁사 AMD를 따돌리고 인텔이 시장지배적 위치에 설 수 있는 기반을 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텔은 유럽위원회로부터 약 1.3조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지불하였습니다. 유럽의 대법원은 저번 달 이 판결을 재심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텔은 아직 이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인텔은 오텔리니가 자는 도중 사망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내와 아들,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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