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서른 살 이후에는 친구를 만들기 어려울까요?
2017년 8월 24일  |  By:   |  문화, 칼럼  |  3 Comments

그 자리는 마치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소개팅 장면에서 “로맨틱”을 뺀 것과 같았습니다. 저는 직장에서 만난 브라이언이라는 친구와 부부동반으로 저녁 식사를 함께했습니다. 저는 브라이언을 만나자마자 그가 마치 정말 친한 친구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둘 다 밥 딜런의 노래 블론드 온 블론드(Blonde on Blonde)를 좋아했습니다. 그린 카레 새우 요리가 나올 때까지 우리는 서로 맞장구치며 정신없이 이야기를 나누었고, 급기야 아내가 “식사 나왔어.”라고 알려주고 나서야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브라이언과 브라이언의 아내가 2번 기차를 타러 갈 때, 저는 저 친구와 만약 대학교 때 만났다면 아마 저 친구는 분명히 제 결혼식 때 가장 친한 친구에게 맡긴다는 신랑들러리(groomsman)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미 4년 전 일입니다. 그 저녁 식사 이후로 브라이언과 저는 4번 정도 만났습니다. 저희는 ‘친구’지만 사실 친구는 아닙니다. 바쁜 와중에도 서로 시간을 내보려 했지만 바쁜 삶 속에서 시간을 내기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와 같은 일을 경험합니다. 30대 때나 40대 때 우리는 직장에서, 아이를 가진 부모 모임, 페이스북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하지만 이들 중 고등학교 친구나 대학교 친구처럼 정말 친한 친구는 거의 없습니다.

인생의 중반에 접어들면서 모든 만남이 젊었을 때 하는 소개팅과 같이 즐겁지 않습니다. 일은 바쁘고 사람들과의 사적인 만남은 우선순위에서 제외되고 친구에 대한 기준도 높아집니다.

아무리 친구를 많이 만들어도 10대 때나 20대 때처럼 정말 친한 친구를 만들기는 쉽지 않고, 쉽지 않은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제는 “친구 같은 지인(kind of friends)”을 만드는 것이 당연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개 사람들은 인생의 중요한 사건, 이를테면 이혼과 같은 일을 경험하고 나서야 진정한 친구를 충분히 만들어두지 않은 것을 후회합니다.

교육 기금 유치하는 일을 하는 리사 데글리안토니(Lisa Degliantoni)는 몇 달 전 39번째 생일파티를 하려고 했을 때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뉴욕에서 일리노이 에반스톤으로 이사했을 때, 그녀는 페이스북 친구가 857명이고 트위터 팔로워가 509명임에도 불구하고 생일 파티에 누구를 초대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습니다.

저도 분명히 친구들을 많이 만들던 시기가 있었지만, 전부 고등학생 때와 첫 직장을 다닐 때였습니다.

심리치료사인 로버트 글로버(Robert Glover)는 40대 때 이혼하고 나서야 일과 가족에 집중하다 보니 많은 친구를 잃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내와 헤어지고 나니 갑자기 외롭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요즘은 살사댄스 수업을 들으러 가서 여자가 아닌 남자에게 말을 겁니다. ‘술 한잔할래요?’라고요.

스탠포드 장수연구센터(Stanford Center on Longevity) 디렉터이자 심리학과 교수인 로라 카스텐슨(Laura L. Carstensen)은 중년기에 접어들수록 사람들이 교류하는 사람의 숫자가 줄어들지만, 원래 친구들과는 오히려 더 가까워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카스텐슨 교수는 사람들이 마치 각자 내재한 알람시계가 있고, 삶의 중요한 이정표(예를 들어 30대가 되는 것)를 지날 때 그 시계가 울린다고 설명합니다. 그럴 때 사람들은 시간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느끼고 새로운 관계를 개척하기보다는 기존의 관계,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감정적으로 중요한 사람들에게 집중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술자리에 가는 것보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쪽을 선택하게 되죠.

1950년대부터 사회학자들은 친한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래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 접근성
  2. 지속적이고 계획되지 않은 만남
  3. 서로를 완전히 신뢰하면서 부담 없이 속마음까지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환경

나이가 들면서 여러 가지 외부 요인들 때문에 이 세 가지 요소를 다 갖추기 어려워진다고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사회학, 노인병학과 교수 레베카 아담스(Rebecca G. Adams)는 설명합니다. 많은 사람이 평생 친구를 대학교 때 만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접근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습니다. 직장 동료들은 종종 부서를 옮기거나 이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회사는 아무래도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서로 약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일하면서 생긴 우정은 아무래도 업무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일이고 어디서부터 우정인지 구분하기도 모호합니다.

또한, 직업과 소득은 친구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을 더욱더 어렵게 만듭니다. 친구가 저보다 훨씬 더 많이 벌거나 훨씬 더 적게 벌면 관계가 이상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드리안 덕워스(Adriane Duckworth)는 최근에 한 부부를 모임에 초청했지만, 돈에 집착하는 그 부부의 스타일 때문에 그 부부는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우리 결혼식에서 실제로 그 부부 옆자리에 앉았던 사람들이 저희에게 와서 그 부부가 주변 모든 사람에게 월급이 얼마인지 물어봐서 불편하다고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친구를 사귀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다른 커플과 친구가 되는 것은 마치 동시에 두 번의 중매를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상대 커플 중 여자분이 나를 좋아하는지 뿐만 아니라 나의 남편이 그녀를 좋아하는지, 상대 남편이 나를 좋아하는지, 나의 남편이 상대 남편을 좋아하는지까지 각각의 상성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아이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관계 역시 어렵습니다. 어느 순간 사람들은 아이의 친구 부모와 자주 보게 되지만 이 관계는 매우 피상적입니다. 이 상황을 미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언 루이 씨케이(Louis C. K.)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종일 아이 친구의 부모와 시간을 보내지만, 사실 그분들과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서로의 아이가 상대방을 택했을 뿐입니다. 심지어 두 아이가 서로를 선택할 때도 기준 같은 것은 없어요. 그나마 있는 두 아이의 공통점은 그 둘의 크기가 비슷하다는 것 정도입니다.

자녀가 친구 사이인 경우에도 아이들이 사이가 안 좋아지면 그 관계는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이벤트 플래너인 캐릴 라이언스(Caryl Lyons)와 그녀의 남편이 자녀의 친구 부모와 친해질 때쯤 아이들이 서로 싸웠습니다. 어느 날 캐릴의 가족과 캐릴의 자녀의 친구 가족은 같이 바비큐 파티를 하려고 했지만, 캐릴의 아들은 다른 친구들과 놀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외부 요인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요인도 30대 이후 새로운 우정을 쌓아가는 데 장애가 되곤 합니다. “우정의 위기 : 성인이 친구를 찾고, 만들고, 유지하는 방법”의 저자인 말라 폴(Marla Paul)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수록 자기 발견(self-discovery)이 자기 인식(self-knowledge)으로 바뀌면서 친구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갈수록 친구를 만들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술 한 잔이면 누구나 만날 의향이 있던 젊은 시절에 비해 30대 혹은 그 이상의 나이가 되면 아무나 만나려고 하지 않습니다.

32세 전략 컨설턴트인 테이어 프라임(Thayer Prime) 씨는 심지어 호기심에 100점 만점의 우정 지표를 만들었습니다(100점이면 인생에 한 명 있을 법한 친구입니다). 그녀는 새로운 친구가 만약 거슬리거나 배신감을 주는 행동을 하면 감점을 했고, 그 결과 열에 아홉은 30~60점에 머물렀습니다.

만약 엄청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답례 전화를 해주지 않는다면 10점 감점, 답례 전화를 두 번 안 하면 50점을 감점했습니다. 또 만난 지 한 달이 안 되었는데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10점을 또 감점했습니다. (물론 자상한 행동을 하면 점수를 추가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경험을 바탕으로 우정은 운명적인 것이라고 믿곤 합니다.

제 작가 친구인 브라이언 코펠만(Brian Koppelman)은, 사람들은 어릴 때일수록 친구라는 관계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솔리터리 맨(Solitary Man)”이라는, 마이클 더글라스(Michael Douglas)가 출연한 영화의 각본을 쓰고 공동 감독을 맡았는데, 영화는 중년 남성이 친구, 가족과 다시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저는 ‘대부’, ‘청춘의 양지’와 같은 영화를 통해서 우정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친구는 형제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에게 완전히 헌신해야 합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 그 사람은 친구가 아닌 거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런 식의 우정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시기가 오면 사람들은 이미 피곤하고 실패한 관계를 여러 번 경험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점점 일과 가정, 이미 있는 친구들 때문에 짊어져야 하는 책임을 실감하게 되기 때문에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피곤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점점 친구 관계의 안 좋은 면을 의식합니다. 또한, 자기 자신이 얼마만큼 그 실망감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식하게 됩니다.

코펠만은 친구가 의미하는 바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단지 ‘친구’라는 단어를 조금 더 넓은 의미로 쓰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형제 같은 친구를 만들기는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모금 활동 관련 일을 하는 데글리안토니는 단순히 기대수준을 낮추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데글리안토니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매우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그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려고 합니다.

저는 술친구가 있고, 책 친구가 있고, 육아 친구가 있고, 농구 친구가 있으며, 이웃 친구가 있고, 운동 친구가 다 따로 있습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이 방식이 훨씬 쉽습니다.

라디오 방송 기획자인 데이브 서비니(Dave Cervini)는 30대 때 뉴욕으로 이사한 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센트럴파크를 고양이와 함께 산책했습니다. 그는 잘하면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지나가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고양이를 보기만 하고 말을 걸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그는 모여서 뉴욕 양키스 경기를 같이 보러 가고 와인 시음회 등을 하는 뉴욕 소셜네트워크(New York Social Network)라는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이 회사의 회원 수는 약 2천 명이고 회원들은 주로 30대입니다. 그는 이 가운데 2백 명 정도는 친한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첫 단계를 넘어가는 데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제가 그 상황에 부닥쳐봤기 때문에 그 과정을 조금 쉽게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그래서 브라이언에게 전화했습니다. 우리는 서로 시간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가능한 시간에 저녁 약속을 잡았습니다.

저녁 약속은 3개월 후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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