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없는 사람들의 증가, 생각보다 복잡한 현상입니다 (2)
아이가 없다는 이유로 헤어날 수 없는 절망에 빠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수는 많지 않습니다. 공산권이었던 동유럽에서 아이가 없는 40세 이상의 사람들은 아이가 있는 비슷한 처지의 동년배에 비해 약간 덜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아이 없는 사람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과 관계가 있죠. 리버럴한 앵글로색슨 국가에서는 반대로 아이없는 중년이 부모들보다 약간 더 행복하다는 것이 같은 연구에 의해 밝혀졌죠. 젊은 사람의 경우 부모들이 아이 없는 동년배에 비해 훨씬 불행하고요.
평일 저녁과 주말을 아이 축구 교실과 피아노 학원 일정으로 보내는 부모들에게는 놀라운 사실이겠지만, 아이 없는 사람들도 모두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습니다. 좋은 일에도 많은 시간을 쓰죠. 독일에서는 자선 재단의 42%가 아이없는 사람들에 의해 설립됩니다. 아이없는 사람들이 기부도 훨씬 많이 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죠. 실제로 이 사실을 파악한 미국 대학들이 잠재적 기부자인 동문들의 자녀 유무에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의 경우가 파악이 쉽습니다. 남성의 생식능력은 노화와 함께 떨어지지만 여성의 경우보다 예측이 어렵죠. 45세 여성에게 지금 아이가 없다면 앞으로도 아이가 없을 가능성이 높지만 남성의 경우는 알 수 없다는 뜻입니다. 아이를 낳아놓고도 모르는 남성도 있을 수 있고요. 하지만 두 가지는 분명합니다. 아이 없는 남성도 많으며, 이들은 아이없는 여성과는 다르다는 점입니다. 어떤 남성들은 여러 명의 파트너와 많은 아이를 갖는 반면, 아이를 갖지 않는 남성은 여성보다 오히려 많습니다. 1958년 생 영국 남성 가운데 46세에 아이가 없는 남성은 22%로, 여성의 16%보다 많았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아이 없는 남성은 주로 노동자 계급에 속해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 대학 학위 소지 여부나, 직업의 종류에 따라 아이 유무가 크게 갈립니다.
이는 남녀 간 아이를 갖지 않는 이유가 다르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아이를 갖지 않는 여성은 2,30대에 공부와 일에 우선순위를 두었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아이를 갖지 않은 남성은 여성의 눈에 좋은 남자친구, 좋은 남편감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이런 차이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독일 서부에서는 교육 수준이 낮은 여성들 사이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핀란드에서는 이미 역전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이 낮은 여성에 비해 아이를 갖는 경우가 더 많아진 것입니다. 아마도 맞벌이가 흔해지면서 점점 더 많은 남성들이 “여성들이 남성을 평가하던 기준”으로 여성 파트너를 고르게 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지 못한 여성에게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게 되는 것이죠.
앞으로 아이를 갖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유럽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그 숫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스위스 같은 나라는 또 예외니까요. 하나의 가능성은 경제 상황에 따라 수치가 왔다갔다 하는 시나리오입니다. 결혼하는 시점이 늦어지고 30대 중후반에야 출산을 하다보니, 경제적인 충격에도 취약합니다. 경기 침체나 주택 시장 위기에 사람들은 출산 계획을 미루게 되고, 그러다보면 안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가임기가 금방 지나가버리죠.
미국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아이 없는 45세 여성의 수는 21세기 초반 경 꾸준히 줄어들고 있었지만, 2007년 금융 위기가 닥치자 아이 없는 30-35세 여성의 수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그때 임신을 미룬 여성들은 이후 자신의 희망과 상관없이 아이를 갖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죠.
그렇다고 해도 끔찍한 일은 아닙니다. 아이를 원하는데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특히 부유한 서구에서 아이가 없는 것은 불행과 거리가 멉니다. 누구나 당연히 아이를 낳던 20세기 중반, 그 특수한 시기가 지나가고 있으니까요.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