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기준 65세, 조정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선진국에서 노년의 시작은 65세입니다. 일에서 은퇴하고, 대중교통 보조금 혜택을 받기 시작하며, 국가 경제 차원에서는 재정적인 부담으로 여겨지기 시작하는 나이가 바로 65세입니다. 65세 이상 집단이 노동 인구 집단보다 커지기 시작하면 정책입안자들은 의료보험과 연금에 가중되는 부담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하죠. 21세기가 끝날 무렵이면 고령 인구와 노동 인구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고령자 부양 비율“은 세 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버 쓰나미“로 모두가 파산할 거라고 예측하는 비관주의자들도 있죠. 하지만 고령의 시작이 65세라는 전제가 여전히 유효할까요?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단어 “old”를 ”오래 산(having lived for a long time)”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늙은 남자가 쿠션에 기대어 누워있다(the old man lay propped up on cushions)”라는 예문이 함께 실려있죠. 1880년대 프러시아에서 연금 제도가 처음 등장했을 때, 65세 이상에게 이 제도를 적용했던 것은 합당한 조치로 보입니다. 65세를 넘겨 장수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오늘날 건강을 유지하며 활기차게 살아가는 65세 “노인”들은 아주 많습니다.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는 71세로, 여러 가지 특징을 가진 인물이지만 “늙었다”는 단어가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죠. 올 가을이면 고령에 진입하는 블라디미르 푸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와 기업들은 65세를 고령의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세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 “늙었다”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평균 수명이 비스마르크가 프러시아식 복지 국가를 건설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길어졌죠. 오늘날 평균적인 65세 독일인은 20년 정도를 더 살게 되며, 다른 선진국의 사정도 비슷하죠. 둘째, “고령”의 정의는 건강, 또는 몸상태에 대한 함의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들의 건강 상태도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셋째, 오늘날 많은 65세 이상 노인들은 여전히 공동체와 경제에 기여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65세에 직장과 공동체에서 “은퇴”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죠.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아니지만 근무 시간을 줄이거나 하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사회에 참여하고 싶어 합니다.
인생의 단계란 사회적인 산물입니다. “노인”, “은퇴자” 같은 개념은 정책을 만드는 이들에게도 의미를 갖지만, 노인 당사자들에게도 일종의 시그널로 작용합니다. 노인의 역할에 대한 사회의 기대치를 스스로도 내면화하게 되는 것이죠. 3단계로 나누어진 인생 모델에서 어린이는 배우고, 성인은 일을 하며, 노인은 쉽니다. 그 결과 65세는 사회, 경제적 쓸모를 다하는 나이로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노화는 점진적인 과정이며 사람마다 달리 겪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65세에 스스로를 노인으로 여기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풀타임으로 일하는 시기와 “고령” 사이에 새로운 단계가 놓여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모두가 길어진 수명을 더욱 알차게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