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유입, 복지국가 스웨덴의 새로운 과제
2015년 말, 전 유럽이 이민자 위기를 겪던 무렵 스웨덴에서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스웨덴 시민 대부분은 그해 스웨덴에 정착한 난민 16만여 명을 기꺼이 받아들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죠. 이민자 비율이 높은 남부 도시 말뫼에서 만난 한 가게 계산원은 “다들 복지 혜택 받으려고 여기로 온 것”이라며 분노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이런 언어는 주로 스웨덴 극우 정당 정치인들이 독점하던 것이었는데 말이죠. 이후 스웨덴 정부는 늘어난 난민을 수용하고, 극우 정서를 가라앉히기 위해 스웨덴식 복지국가 모델을 바꾸어가고 있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요?
복지 제도가 스웨덴의 자랑인 것은 이해할 만한 일입니다. 이른바 “스칸디나비아 모델”로 알려진 스웨덴식 복지국가는 높은 세율, 단체 교섭, 상당한 수준으로 개방된 경제 등을 앞세우며, 그 결과 국민에게 탁월한 생활 수준과 높은 임금을 안겨주었고 눈에 띄게 높은 여성 경제 참여율을 자랑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좌파 정치인들은 스웨덴의 복지 정책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곤 합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에도 개혁이 필요한 지 오래됐습니다.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스웨덴에서도 노동 인구는 고령화되고 있고, 주택 가격은 폭등하고 있으며, 고임금 탓에 자국 및 외국 출신 미숙련 노동자들은 노동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습니다.
2015년 난민이 대규모로 유입되자, 스웨덴의 중도좌파 연정은 덴마크와의 국경을 닫는 것으로 대응을 시작했습니다. 부총리가 기자 회견에서 관련 발표를 하면서 눈물을 흘렸을 정도로 극단적인 조치로 여겨졌습니다. 이후, 정부는 복지 지출을 줄여가고 있습니다. 스웨덴 정부는 그간 난민에게 월 140달러 정도의 현금과 주택을 지급해왔지만, 작년에 이를 전면 폐지했습니다. 올해 5월에는 이민자들의 유급 육아 휴직을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됐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가장 큰 문제, 즉 노동시장의 경직이라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스웨덴으로 들어온 난민들은 대부분 구직에 필요한 기술도 인맥도 갖추지 못한 상태죠. 스웨덴은 자국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 간 취업률의 차이가 가장 큰 국가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는 복지국가 모델을 흔드는 요인입니다. 세금을 내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수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가 만난 냉소적인 계산원 같은 자국민들이 새로운 이웃에 대한 적개심을 품게 되고 국가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하기 때문입니다. 스웨덴이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목숨을 지키기 위해 고향을 떠난 사람들을 관대하게 수용하려면 더 큰 개혁이 필요합니다.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