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계를 정복하다(2/2)
2017년 4월 3일  |  By:   |  과학  |  No Comment

1부로

미주신경 자극 실험

2011년 여름, 마리아 브린드는 심한 류마치스성 관절염을 앓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 광고를 신문에서 보았습니다. 여기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미주신경에 연결할 전기장치를 몸 속에 이식해야 했습니다. “나는 바로 전화를 걸었죠. 나는 평생 항암제를 먹을 생각이 없었어요. 항암제를 장기적으로 먹는 것은 몸에 좋지 않잖아요.”

트레이시는 암스테르담 대학의 류마티즘학 교수인 폴-피터 택과 공동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택은 류마치스성 관절염을 치료하기 위해 면역체계를 억압할 수 있는 강한 약을 오랫동안 찾고 있었습니다. “인체의 면역 체계가 병원균이 아니라 자신의 세포를 공격할 때, 그리고 이를 반복할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떻게 이 체계를 켜고 끌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트레이시가 그에게 미주신경을 자극하는 것이 TNF 의 생산을 멈추게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을 때 택은 즉시 이 기술의 가능성을 보았고 이를 당장 확인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미주신경 자극술은 간질의 치료에 이미 허가되었기에 류마치스성 관절염 치료를 위해 허가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과연 먹는 약에 익숙한 사람들이 자신의 몸에 삽입하는 장치를 받아들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페이스메이커 같은 전기장치를 몸 속에 집어 넣으려 할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걱정은 괜한 것이었습니다. 임상 시험에는 이를 위해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천 명이 넘는 환자가 지원했습니다. 2011년 11월, 브린드는 첫 임상시험에 참가하는 20 명의 네덜란드 인에 속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내 가슴 왼 편에 페이스메이커를 넣었고 전선을 목의 미주 신경에 연결했습니다. 상처가 아물도록 2주를 기다린 후, 의사는 장치를 켜고 세기를 조절했습니다.”

그녀는 하루에 여섯 번, 자석으로 목을 쓰다듬으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자석은 전기장치를 켜서 한 번에 30초 동안 미주신경을 자극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그녀 비장의 염증이 줄어드는 것이 이 실험의 목표였습니다. 브린드와 다른 환자들은 집으로 보내졌고, 트레이시와 택은 과연 자신들의 이론이 맞을지를, 실험실의 동물에게 나타났던 결과가 인간에게도 나타날지를 그저 기다렸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증상이 어느 정도는 호전될거라 생각했습니다. 무릎이 조금 덜 아픈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브린드는 사실 처음에 이 치료가 어떤 기적적인 치료법이기를 심하게 원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먹던 약을 즉시 끊었고, 그래서 오히려 관절염이 훨씬 심해져 고통으로 누워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녀는 다시 약을 먹었고 일주일 동안 증상은 차츰 원래 상태로 돌아갔습니다.

그 뒤,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브린드는 그녀나 다른 과학자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상태가 된 것입니다.

“몇 주 뒤, 내 몸은 매우 좋아졌습니다. 나는 걸을 수 있었고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스 스케이팅을 다시 시작했고 체조 또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보다 훨씬 더 나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여전히 메소트렉세이트를 먹어야 하지만, 예전보다는 충분히 적은 양입니다. 68세의 브린드는 이제 일주일에 두 세시간 노인들에게 배구를 가르치며, 매일 한 시간 자전거를 탈 뿐 아니라 체조를 즐기고 여덟 명의 손자들과 같이 시간을 보냅니다.

임상 시험에 참여한 다른 환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겪었습니다. 임상 시험의 결과는 아직 논문으로 발표를 준비 중이지만 택은 절반 이상의 환자들에게 상당한 향상(significant improvement)이 있었으며 삼분의 일은 실질적으로 류마치스성 관절염이 치료되었다고 말합니다. 스무 명 중 열 여섯 명이 상태가 더 좋아졌다고 느꼈을 뿐 아니라 혈중 염증 수치가 낮아졌습니다. 몇몇 은 완전히 약을 끊었습니다. 의학적으로 상당한 향상을 보지 못한 이들도 증상이 좋아졌다고 말할 뿐 아니라, 이 장치를 제거하기를 원한 이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하루 3분의 자극으로 충분한 효과가 있음을 보았습니다.” 택은 말합니다. “자극을 멈추면, 증상이 다시 돌아오고 혈중 TNF 수치가 올라갑니다. 자극을 다시 시작하면, 수치는 다시 내려옵니다.”

택은 환자들이 아마 이 미주신경 자극을 평생 해야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면역세포와 TNF 같은 단백질의 생산을 방해하는 약과 달리 미주신경 자극은 신체의 자연스런 균형을 찾는 치료법입니다. 이 방법은 과도하게 생산되어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TNF 양을 줄이지만 건강한 면역 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신체는 감염에 대해 정상적으로 반응합니다.

“임상 시험에 들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브린드의 말입니다. “이식수술을 받은지 삼 년이 넘었고, 나는 더이상 아프지 않아요. 처음에는 이를 사용할 때 머리와 목에 고통이 있었지만 며칠 지나자 그것도 사라졌어요. 지금은 목이 약간 조이는 느낌과 기계가 작동할 때 목소리가 떨리는 것 밖에 없지요.”

“가끔 무릎이 약간 아프거나 뻣뻣하지만 몇 시간 뒤면 괜찮아져요. 이식장치는 약과 달리 어떤 부작용도 일으키지 않았고, 또 약처럼 효과가 줄어들지도 않아요.”

긴장도를 높이는 치료

그렇다면, 미주신경이 원래 약한 이들은 이를 강하게 만들어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찾을 수 있을까요? 낮은 미주신경 긴장도는 여러가지 건강의 위험과 관련이 있는 반면, 이 값이 높은 이들은 그저 건강할 뿐 아니라 높은 집중력과 기억력 덕에 사회적, 심리적으로도 강하며, 덜 우울해하고 더 행복해하며, 감정이입에도 뛰어날 뿐 아니라 친구를 더 쉽게 사귑니다.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 미주신경 긴장도는 어느 정도 유전적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즉, 어떤 이들은 다른 이보다 더 운이 좋다는 뜻이지요. 한편 운동을 적게 하는 것과 같은 특정한 생활습관을 가진 이들은 낮은 미주신경 긴장도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심리학자들은 이식장치 없이도 미주신경 긴장도와 행복 사이의 관계를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2010년 바바라 프레데릭슨과 베타니 콕은 70명의 대학교 직원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아홉 주 동안 매일매일 그날 하루의 감정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실험의 시작과 마지막 날 미주신경 긴장도를 측정했습니다. 참가자 중 절반은 명상을 통해 자신과 타인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명상 훈련을 받은 이들은 긍정적인 감정의 증가와 함께 미주신경 긴장도의 현격한 상승을 보였습니다. “이는 긍정적 감정의 증가가 사회적 친밀감의 증가로 이어지며 또한 미주신경 긴장도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보인 첫 번째 실험적 증거입니다.” 콕의 말입니다.

지금 콕은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더 큰 규모의 실험을 통해 이 결과를 재연하려 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실험이 재연에 성공한다면, 미주신경 긴장도는 미래에 사람을 진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그렇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병원은 심장마비를 겪은 이들의 심박 수 변화, 곧 미주신경 긴장도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적은 심박수 변화가 심장마비의 위험과 관련이 있음이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저 이 미주신경 긴장도를 높이는 것만으로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와 같은 주요 질병의 가능성이 낮아진다면, 그 사회적 효용은 엄청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질병을 보는 관점을 바꾸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병원에서 오늘날 혈압을 측정하는 것처럼 간단하게 미주신경 긴장도를 측정하고 이를 높일 수 있는 처방을 받게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직 이는 먼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건강한 미주신경 긴장도가 어떤 것인지 아직 알지 못합니다.” 콕의 말입니다. “우리는 한 사람의 긴장도가 취하는 범위를 대략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아직 혈압만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과 함께 신체가 어떻게 질병을 다루는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 역시 변해 왔습니다. “과거처럼, 신체에서 한 장기만을 분리해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택의 말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면역체계만을 상대했고, 따라서 면역체계에 작용하는 약만 고려해 왔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하나의 개체이며, 마음과 몸 역시 하나입니다. 우리는 아직 병을 그런 관점에서 보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과학 역시 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우리는 새로운 데이터와 통찰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때 심각한 류마치스성 관절염으로 고생하던 마리아 브린드는 이제 고통 없이 자전거를 타고 즐기며 새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이건 기적은 아니죠. 어떻게 이 전기 충격 기술이 작동하는지 나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마법처럼 느껴져요. 나는 영원히 이 장치를 떼지 않을 겁니다. 내 인생을 되찾았는걸요!”

(모자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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