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영어 단어들, 부활할 수 있을까?
존재하는 대부분 종은 멸종한다는 것이 생물학자들의 주장입니다. 단어도 예외가 아니죠. 옥스포드 영어 사전에 실린 23만여 단어 가운데 최소한 5분의 1이 사어(死語)입니다.
영어는 이례적으로 풍부한 어휘를 가진 언어입니다. 역사적으로 정복을 당하기도 했고, 이후에는 넓은 지역을 지배하면서 새로운 단어가 많이 유입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용되기는 했지만, 한 번도 글자로 적힌 적이 없는 단어도 많습니다. 옥스포드 사전은 한 번이라도 적힌 적이 있는 단어만 싣게 되어있죠.
이 분야의 연구자들은 “기록되지 않은 단어”도 수집하느라 애를 쓰는 중입니다. 미국 지역 영어사전(Dictionary of American Regional English, DARE)의 편찬팀은 시골 지역에 사는 노인들을 중심으로 수천 건의 인터뷰를 하며 지역 방언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소화불량”, 나아가 “상한 음식”의 의미를 갖는 “mullingrubs”와 같은 보석들을 발견할 수 있었죠.
사용되는 지역이 작고 제한적일수록 단어는 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DARE팀이 시골 지역 노인들을 집중적으로 인터뷰한 이유는 도시의 젊은 세대일수록 이른바 BBC 영어나 방송 표준어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광고 시장의 확대, 미국 대중문화의 확산, 글로벌 매스미디어의 등장 등으로 20세기 후반 언어의 동질화는 한층 가속화되었습니다.
2012년에 나온 연구는 동질화의 증거들을 제시합니다. 1800년 이후 출판된 어마어마한 양의 책들을 스캔한 후 구글에서 검색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구축했는데, 그 결과 1950년 이후 영어와 스페인어, 히브리어에서 단어 사망 속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어가 사라지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는 같은 뜻을 가진 단어가 여럿이면 하나만 남고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엑스레이를 의미하는 “radiogram”과 “roentgenogram”이라는 단어가 모두 쓰였지만, 이제는 “x-ray”만 살아남았죠.
하지만 DARE팀은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지칭하는 수많은 영어 단어들처럼 중복되는데 살아남은 단어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사람들이 감정적인 애착을 느끼는 단어들은 고집스럽게 살아남습니다.
실은 그다지 쓰이지도 않았던 단어들이 기록되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옥스포드 사전에는 이른바 “잉크혼(Inkhorn) 시대”, 즉 작가들이 그리스어나 라틴어를 뿌리 삼아 신조어를 많이 만들어내던 시절의 단어들이 다수 실려있습니다.
생명유지장치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단어들도 있습니다. “가다”라는 뜻이 있지만, 특정 숙어의 형태로만 남아있는 “wend”가 적절한 예죠. 셰익스피어가 작품 속에서 딱 한 번 썼다는 이유로 잊히지 않고 남아있는 단어들도 있습니다.
사라져가는 단어들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면, DARE를 구독하셔서 죽어가는 단어들을 온라인에 기록하고 있는 연구팀을 도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어의 생명력은 사람들이 사용할 때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DARE팀은 “Acast”라는 제목의 팟캐스트 플랫폼을 만들어, 여기서 활동하는 제작자들이 사라져가는 미국 방언의 어휘들을 팟캐스트 속에서 사용하도록 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입니다. 영어가 지루하게 동질화되어가는 것을 반기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사라져가는 단어들이 조금씩 되살아날지도 모릅니다.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