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가 하루 두 시간밖에 자지 않는 이유
2014년 4월, 나딘 그래벳은 코끼리 암컷 두 마리를 마취시킨 후 추적 장치를 달았습니다. 일종의 동물용 핏빗(Fitbits)인 이 장치는 코끼리의 움직임을 기록했으며,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코끼리의 수면 습관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추적 장치는 동물의 다리에 부착하지만, 코끼리에게는 그것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 장치는 코끼리의 몸통에 부착되었습니다.
코끼리 몸통의 피부는 너무나 두꺼워서 이식장치는 한 달 동안 안전하게 코끼리의 움직임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이 데이터 중 코끼리가 5분 이상 정지해있는 순간들을 찾아 그래벳은 코끼리가 언제 잠을 자는지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이들 코끼리는 하루에 평균 두 시간밖에 자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동물의 수면시간 중 가장 적습니다.
“잠은 정말로 특이한 행동입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위츠워터스랜드 대학의 폴 맹거의 말입니다. “동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먹고, 번식하고, 먹히지 않는 것입니다. 잠은 이 모든 행동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즉, 잠은 생존 본능에 우선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실험실 동물들의 수면 습관을 알고 있지만, 야생의 동물들이 어떻게 자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맹거는 동물의 수면을 20년 이상 연구해 왔습니다. 그는 다른 동물보다 REM(rapid eye movement: 꿈을 꾸는 상태)을 더 많이 겪는 오리너구리(platypus)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돌고래, 고래, 하마, 바늘두더지, 고양이, 영양 등의 수면을 연구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들은 대부분 야생의 동물을 직접 연구한 것이 아닙니다. 실험실에는 포식자가 존재하지 않으며 충분한 음식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동물들은 야생의 상태에서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잠을 자게 됩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과학자들은 실험실의 세발가락 나무늘보(sloth)가 하루 16시간 잔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 결과 그들은 게으름(sloth)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2008년, 야생 나무늘보의 두뇌활동을 측정한 연구자들은 그들이 겨우(!) 하루 10시간밖에 자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맹거 역시 야생의 동물들이 어떻게 잠을 자는지 연구하려 했고, 코끼리를 첫 번째 대상으로 골랐습니다.
대략, 그리고 아직 이유는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덩치가 큰 포유류일수록 수면 시간은 짧아집니다. 동물원의 코끼리는 하루 3~7시간 잠을 잡니다. 하지만 코끼리의 덩치를 볼 때 그들의 수면 시간은 더 짧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를 밝히기는 쉽지 않습니다.
코끼리는 가만히 서서 잠을 잘 수 있으며, 따라서 그들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뇌의 활동을 측정하는 것이 더 정확하지만, 코끼리의 두뇌에 어떤 장치를 이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이 때문에 맹거와 그래벳은 움직임 기록장치와 위성을 이용한 위치 추적장치를 달았습니다.
맹거가 예측한 것처럼, 두 암컷 코끼리는 하루 두 시간밖에 자지 않았으며, 그마저 너덧 번 나누어 잔 시간을 합한 것입니다. 대부분 잠은 서서 잤고, 가끔 눕기도 했습니다. 누울 곳을 까다롭게 고르지도 않았고, 낮 동안 이동한 거리가 수면 시간에 영향을 주지도 않았습니다.
“음식이 충분하고 천적이 없는 실험실에서보다 야생에서 잠을 더 적게 자는 것은 당연합니다.” 헐 대학의 이사벨라 카펠리니의 말입니다. “야생에서 동물들의 수면 습관을 파악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물론 그래벳과 맹거의 연구는 단 두 마리의 코끼리에 대한 것이며, 이들은 무리를 이끄는 암컷들입니다. 수컷이나 더 어린 코끼리, 혹은 낮은 지위의 암컷은 더 오래 잘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특정 코끼리는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잠을 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회색 고래는 코끼리보다 더 몸집이 크지만, 하루에 9시간을 잡니다. 돌고래는 양쪽 뇌 중 한쪽만 재울 수 있으며 이 때문에 돌고래는 며칠 동안 깨어 있을 수 있지만, 각각 뇌는 적어도 하루에 네 시간씩은 잠을 자야 합니다. 특이하게도, 코끼리 다음으로 잠을 적게 자는 동물은 사육되는 말로 하루 세 시간을 잡니다. 그다음은 조랑말로 조금 더 긴 시간을 잡니다. 지금으로써는 아프리카 초원의 코끼리가 가장 잠을 적게 자는 동물입니다. (가장 잠을 많이 자는 동물은 작은 갈색 박쥐로 하루에 19시간을 잡니다.)
그래벳과 맹거가 발견한 가장 이상한 사실은 그들이 관찰한 한 달 중 며칠 동안은 두 코끼리가 전혀 잠을 자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들의 연구는 보츠와나의 초베 국립공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곳은 사자가 코끼리를 잡아먹을 수 있는 지구상에서 몇 남지 않은 곳입니다. 이들 두 암컷은 무리를 이끌며 어린 코끼리들을 돌보는 위치에 있었고, 어쩌면 사자의 공격에 대비해 밤을 새웠을지 모릅니다. 또는 밀렵꾼이나 발정 난 수컷 코끼리를 피하려 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두 암컷 코끼리는 밤을 새우고 나서도 이를 보충하기 위해 더 길게 잠을 자지 않았습니다.
“야생 코끼리의 극히 짧은 수면 시간은 수면의 기능에 대한 여러 이론이 설명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수수께끼입니다.” 막스플랑크 조류학 연구소의 닐스 라텐보그의 말입니다. 어떤 과학자들은 수면을 통해 뇌를 리셋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다음 날의 학습을 준비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수면을 통해 낮 동안 축적된 독을 제거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다른 이들은 수면을 통해 낮 동안의 기억이 강화(consolidate)된다고 말합니다.
이들의 주장이 맞았다면, 과연 코끼리는 어떻게 그렇게 잠을 적게 잘 수 있을까요? “수면이 회복에 필수적이라는 가설은 사실이 아닐지 모릅니다. 적어도 모든 포유류에게 적용되는 원칙은 아닌 겁니다.” 이번 발견은 기억강화 이론을 가장 취약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이론은 기억 강화가 REM 수면 동안 이루어진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번 실험에서 코끼리들은 3~4일에 한 번만 REM 수면을 취했습니다.
어쩌면 코끼리는 잠을 적게 잘 수 있는 특별한 적응력을 지녔을 수 있습니다. 밴더빌트 대학의 수잔나 헤르쿨라노-호우젤은 코끼리가 이를 통해 몸집을 키웠을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코끼리는 하루 17~18시간을 먹어야 합니다. 즉, 잠을 적게 자는 능력을 갖춘 이후에야 몸집이 커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녀는 말을 잇습니다. “잠이 꼭 필요한 요소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동물들의 수면량을 각기 다르게 만드는지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는 점이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한 가지 요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코끼리 연구는 매우 중요한 사례 연구입니다.”
잠의 진화와 그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동물들의 야생에서의 수면 습관을 알 필요가 있다는 사실에 맹거 역시 동의합니다. 그는 다른 야생 동물들의 수면 습관도 파악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 살 난 아이가 있어요. 그래서 꿀잠을 자지 못한 지 꽤 되었죠.”
(아틀란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