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Stroke) 센서를 개발하기까지(2/2)
오늘날 데일의 가설을 바탕으로 임상 시험중인 병원에서는 퓨린이 높게 나타나면 간호사들은 바로 환자를 뇌졸중으로 판단합니다.
물론 2004년에는 이것이 아직 미래의 일이었습니다. 데일은 먼저 이 가설로 임상시험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의학 전문가들을 설득해야 했습니다. 그는 사리싸의 바이오센서로 뇌졸중의 유사증상을 걸러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리싸가 처음 이를 판매한 것은 2005년입니다. 사리싸프로브(Sarissaprobe)로 불리는 이 바이오센서는 당시에도 진단에 쓰일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데일은 “당시에는 의사와 간호사가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사실 그 당시 그의 센서는 혈액 속의 퓨린양은 측정하지 못했습니다.
혈액은 가장 먼저 테스트되어야 하는 환경입니다. “혈액은 매우 복잡한 용액입니다. 우리는 퓨린만을 측정하기 위해 센서를 훨씬 더 섬세하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페이밍 티안이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그는 또한 자신의 바이오센서로 연구비를 따기위해 돌아다녔습니다. 2013년, 그는 영국 국립보건연구원(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Research)의 “혁신을 위한 발명(Invention for Innovation)” 위원회 앞에서 이 아이디어를 발표했습니다. 그는 그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 말합니다.
“발표를 마치자 한 임상 생화학자가 일장연설을 시작하더군요. 전혀 질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너무 고압적이라, 나는 마치 내가 비행 청소년인양 생각되었습니다. 그는 이런 종류의 기술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의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태도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가 말을 마치자,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몰라 겨우 이렇게 말했습니다. ‘방금 그게 질문인가요?’“ 위원회의 다른 이들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데일은 패배감을 느끼며 그 곳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의 예감은 맞지 않았습니다.
위원회는 데일의 스마트 칩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3년 전, 데일과 그의 동료는 살포드, 코벤트리, 스토크-온-트렌트 세 곳의 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시작했습니다.
스토크 시의 서쪽에 위치한 로얄스토크 대학병원은 신노동당의 NHS에 대한 투자 약속의 상징입니다. 과거 스토크 시를 맡던 빅토리안 병원은 응급실과 뇌졸중 처치실이 다른 건물에 있어 환자를 이송해야 했습니다. 이제 응급실과 수술실은 물론 의사, 간호사, 환자 그리고 환자의 가족들이 주차할 수 있는 장소까지 모두 한 지붕 아래에 위치합니다.
화려한 복도와 반짝이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방문자들은 스토크와 스태포드의 60만명을 담당하는 현대적인 대학병원 내부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더비, 맥클레스필드, 울버햄튼, 월설, 텔포드를 더하면 150만명이 됩니다. 데일의 뇌졸중 실험실이 바로 여기에 위치합니다. 그리고 기계적 혈전제거술(mechanical thrombectomy) 분야에 영국에서 가장 앞서있는, 활동적이면서도 매우 실용적인 크리스틴 로프 교수와 함께 자신의 바이오센서를 임상시험하고 있습니다. 로프 교수는 1996년 부터 이곳에 근무했으며 여섯 명의 의사와 두 명의 전문의, 10명의 연구 간호사로 이루어진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로프는 2014년 부터 사리싸의 스마트칩을 스토크 시의 급성 뇌졸중 환자에게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이 곳은 영국에 존재하는 열 곳의 초급성 뇌졸중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며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로프는 뇌졸중만을 위한 26개의 병상을 가지고 있으며, 재활 중인 환자를 위한 19개의 병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뇌졸중으로 이곳을 찾는 환자의 수는 1년에 천 명에서 천 이백 명에 이릅니다. 그녀는 워윅, 코벤트리, 살포드의 연구진과도 같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로프는 데일이 가진 문제의식, 곧 응급실에서 뇌졸중을 진단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뇌졸중 환자 중 1/3이 유사증상 환자입니다. “어제도 우리는 편두통이라고 결국 판명난 환자를 받았습니다.” 만약 그들이 유사증상 환자를 미리 가려낼 수 있다면 뇌졸중 환자에게 더 많은 정성을 쏟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급성 뇌졸중 병동 옆 사무실에 앉아 있는 동안 로프는 뇌의 신비에 대해 말했습니다. “아직 해야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어요. 우리는 정말 조금밖에 모릅니다.”
로프의 또다른 문제는 시간입니다. “뇌졸중에 걸린 이들은 빨리 병원으로 와야해요. 시간이 핵심이죠. NHS 가이드라인은 네 시간 안에 처치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환자들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너무 늦게 999를 누르는 환자들이 종종 있지요.”
로프 팀의 선임 연구 간호사인 홀리 매과이어는 2006년 이 팀에 들어왔습니다. 매과이어는 사리싸의 바이오센서를 뇌졸중 병동에 적용하는 동시에 임상적 처치와 연구를 구분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다른 의료진과 마찬가지로 매과이어도 시간을 강조합니다. 환자들에게 동의서를 받는 것은 그녀의 책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험에 참여하고 싶어합니다. 뇌졸중은 시간을 다투기 때문에 먼저 치료를 하고 나중에 동의를 받습니다.”
매과이어와 다른 간호사들은 한 방울의 피를 데일의 바이오센서에 떨어뜨려 퓨린의 양을 측정합니다. 그녀는 데일의 주장을 반복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퓨린의 양이 많지 않아요.”
초기에는 스마트칩의 성능이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 최신 장비는 놀라운 정확도를 보여줍니다. 2017년 4월, 3년 동안의 임상시험이 마무리됩니다. 살포드, 코벤트리, 그리고 스토크의 결과를 모아 데일은 국립보건연구원에 발표하고 논문 역시 투고할 계획입니다.
임상 시험이 끝나가는 지금, 데일은 뇌졸중과 심장병 치료의 차이를 비교하며 지금까지의 결과와 앞으로의 전망을 생각합니다. “심장마비의 생존률은 지난 20년간 급격하게 올랐습니다. 이는 ECG 검사 같은 진단 도구와 신속한 생화학적 검사법의 발달 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뇌졸중은 그렇지 않습니다. 뇌졸중에는 간단한 생화학 검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뇌과학자에게 이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뇌졸중의 가장 좋은 치료는 뇌졸중을 빠르게 진단하고 즉시 뇌의 피해를 막는 처치를 하는 것입니다. 스마트칩은 이를 이룰 수 있습니다.”
데일은 일이 제대로 된다면 5년 안에 스마트 칩이 응급실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앰뷸런스에 탄 응급요원들의 도구함 안에 스마트칩이 있어 뇌졸중을 즉시 진단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는 또한 스마트칩이 환자의 병세를 관찰하는 데에도 쓰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뇌졸중 환자의 회복이 빨라지면, 이들을 돌보는 비용 또한 전세계적으로 크게 감소할 것입니다. 고령화가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더 많은 치료가 필요한 이 시대에 이는 더욱 가치있는 일입니다.”
데일은 커다란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10년 내에 나는 스마트칩이 심장마비 위험이 있는 사람들이 착용하는 제세동기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리싸의 스마트칩을 더 발전시켜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보다 많은 정보를 의료진에게 전달할 수 있게 만들 것입니다.”
데일과 그의 팀은 자신들의 기술로 의료진이 더 간단하면서도 믿을 수 있는 검진도구를 가지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이 기술은 뇌졸중 환자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데일은 조용히 만족감을 표하며 말합니다. “그 점이 내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부분입니다.”
(가디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