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Stroke) 센서를 개발하기까지(1/2)
“브레인 어택(brain attack)”이라고도 불리는 뇌졸중(Stroke, 중풍)은 서구에서 암과 심장마비다음으로 세 번째 사망 요인입니다. 브레인 어택은 이 질병이 어떻게 환자의 삶을 바꾸게 되는지를 쉽게 상상하게 해줍니다. 즉 뇌 속 혈관이 터지거나 막혀 그 혈관에 의지하던 뇌 세포들이 죽게 되는 병입니다.
뇌는 심장보다 훨씬 더 복잡한 장기입니다. 이때문에 우리는 뇌졸중의 흔한 발병에도 불구하고 이 병이 왜, 그리고 어떻게 생기는지를 아직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년 영국에서 뇌졸중에 걸리는 이는 약 5만명입니다. 이중 1/3은 사망하며, 1/3은 심각한 휴유증을 앓고, 나머지 1/3만이 어느 정도 회복됩니다. 이 기사를 읽는 동안에도 영국에서만 9명이 뇌졸중에 걸리고 있습니다.
아니, 이미 뇌졸중을 겪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겠지요. 뇌는 매우 민감한 장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이 비밀에 싸여있습니다. MRI 기술의 놀라운 발전에도 불구하고 뇌의 기능은 아직 충분히 밝혀있지 않으며, 이를 통해 장애를 진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응급실에 비틀거리며 찾아와 횡설수설 말을 늘어놓는 노인은 뇌졸중 초기일수도 있고 그저 술에 취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를 뇌졸중으로 판단하면 그는 살 수 있지만, 술에 취했다고 여기면 죽을지 모릅니다.
뇌졸중을 겪는 이가 의지해야 하는 행운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뇌졸중이 시작될 때 부터 매 분 매 초 환자 본인의 판단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시간이 됩니다. 뇌졸중의 시작은 혼란스럽고 사람을 당황하게 만듭니다. 응급실에 들어온 이후에도 환자는 최선의 경우에야 뇌졸중이라는 빠른 판단 이후 치료를 즉시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빠른 판단이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든 뇌졸중은 다 다릅니다. 각각 침을 흘리는 것에서 완전히 의식을 잃는 것까지, 다양한 증상들이 여러 조합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면 마비와 횡설수설하는 말과 같은 구조대의 기준은 확실한 진단 도구가 되지 못합니다. 병원에 도착하기 전 내려진 뇌졸중 진단의 최대 50%는 부정확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다른 어려움은 “유사증상(mimics)”입니다. 예를 들어, 심한 편두통으로 응급실을 찾는 이들은 뇌졸중과 똑같은 증상을 호소합니다. 편두통 환자에게 뇌졸중 치료를 하는 것은 시간과 자원이 모두 소모되며 이는 영국국가보건서비스(NHS)가 가장 내켜하지 않는 일입니다.
응급실에서 의사와 간호사에게 주어진 가장 힘들고, 또한 아마도 가장 큰 비용이 걸려 있는 문제는 어떻게 유사증상의 환자와 진짜 뇌졸중 환자를 구별할 것인가 일겁니다. 이 결정은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합니다. 환자에게 즉각적인 처치를 할 경우 환자는 살아날 수 있습니다. 한 시간을 지체할 때 이 환자는 심각한 장애를 가지게 되거나 죽음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뇌과학자 니콜라스 데일(Nicholas Dale)이 바로 이런 뇌졸중 진단의 어려움에 도전을 시작한 것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떤 뇌졸중은 명백합니다. 뇌를 찍어보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가 보이며, 누구나 여기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어떤 뇌졸중은 분명히 증상이 있는데도 뇌 스캔 사진에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는 ‘뇌졸중 가능성(possible stroke)’이라 부를 수 있을겁니다. 의사는 이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위해, 데일은 엄지 손톱 크기의 스마트칩(SMARTChip)이라는 센서를 만들어 냈습니다.
데일은 20년 동안 뇌신경 속 미로를 헤메고 다녔고 이제 여기에서 빠져나오기 직전입니다. 전국 단위의 임상시험이 끝나가고 있으며 옵저버(Observer)지는 데일과 워윅(Warwick)대학이 지원하는 바이오센서 회사 사리싸(Sarissa)가 뇌졸중 진단에 혁신을 가져오기 직전이라고 단독보도했습니다.
데일이 뇌졸중 분야에 업적을 남기게 된 사연은 우연한 발견과 만남, 좌절이 어떻게 과학적 혁신으로 이어지게 되는가를 전형적으로 보여줍니다. 여기에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고 이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과학자가 더해져, 마침내 인명을 구할 수 있는 센서가 탄생하였습니다.
그가 이 분야로 오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였습니다. “내가 원래 하던 일은”, 그는 어정쩡한 웃음을 지으며 브리스톨과 세인트 앤드류스에서 보낸 대학원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올챙이가 어떻게 헤엄을 치는가 하는 것이었죠.”
그가 올챙이 연구 분야에서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를 알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1997년, 그는 아데노신을 측정하는 바이오센서를 만들어야했다는 것을 알면 충분합니다. “나는 아데노신을 검출해야 했어요. 올챙이의 척수에 아데노신이 축적되어 꼬리를 흔들고 또 멈출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올챙이에 대한 그의 발견은 1998년 발표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마음속에는 다른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 바이오센서는 분명 다른 곳에 쓸 데가 있을거야.” 바로 그 생각이 그의 인생 뿐 아니라 수많은 영국의 뇌졸중 환자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때까지도 그의 생각은 영글지 못했고, 그는 아무런 계획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했습니다. 올챙이에 대해 할 일은 끝났다는 것입니다.
데일은 당시 사람들이 더 이상 웃지 않는 연구를 하고 싶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나는 이 센서로 정말 실제적이고 중요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또다른 중요한 순간을 기억합니다. “당시 한 동료가 이렇게 말했지요. ‘브루노 프렝겔리(Bruno Frenguelli)를 찾아가봐. 그는 뇌졸중에 관심이 있어.’ 그래서 나는 브루노를 찾아가서 내가 가진 바이오센서에 대해 다 말했지요.”
데일과 프렝겔리는 완벽한 짝이었습니다. 데일은 무엇이든 측정할 수 있는 마이크로칩을 가진 바이오센서 기술의 전문가였습니다. 던디 대학의 뇌과학자인 프렝겔리는 측정하고 싶은 물질이 있었지만 이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했습니다. 곧, 데일은 자신의 바이오센서 장비를 들고 테이(Tay) 다리를 건너 던디로 가 프렝겔리 실험실에 이를 설치했습니다. “우리는 첫 실험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아주 신났기 때문이죠.”
하지만 일은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의 바이오센서는 의학적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거추장스러웠고 또 튼튼하지도 못했습니다. “나는 다시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센서를 작게 만들 수 있을까?”
1999년에도 데일은 이 문제를 계속 생각했습니다. “나는 폴리머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이 친구를 만났지요.”
바로 엔리크 로뎃(Enrique Llaudet)입니다. 스페인 출신의 유기화학자인 그는 폴리머 전문가였습니다. 데일이 소형 바이오센서를 만들기 위해 찾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8년 동안, 처음에는 스코틀랜드의 자선단체의 돈으로, 그리고 나중에는 웰컴 재단의 지원으로 이들은 공동연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데일과 로뎃, 그리고 프렝겔리는 사리싸 스마트 칩의 원조에 해당하는 바이오센서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좌절도 존재했습니다. 때로 그들은 기술의 장벽에 부딪혔습니다. 때로는 연구비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데일은 계속 공동연구자를 늘였고 이제 코벤트리 대학병원의 심장병 의사이자 워윅셔 NHS 재단에 근무하는 크리스 임레이(Chris Imray), 노스 미들랜드 대학병원의 뇌졸중 전문의인 크리스틴 로프(Christine Roffe), 옥스포드 대학 의과학 네트웍의 개리 포드(Gary Ford), 사리싸의 CEO 에버라드 마스카렌하스(Everard Mascarenhas), 그리고 코벤트리와 워윅셔에 근무하는 페이밍 티안(Faming Tian)과 샤빈 조쉬(Shabin Joshi)와 같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데일은 워윅 대학의 뇌과학 학과장을 맡고 있습니다. 2004년 사리싸는 첫 특허를 냈지만 데일은 자신이 길을 잃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어디로 가야할지를 몰랐지요. 우리는 태아의 저산소증을 치료하겠다고 연구비를 신청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웃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나는 연구비를 판단하는 중년의 백인 남성들은 아기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마침내 데일은 뇌졸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수 년 동안 뇌졸중을 해결하기위해 노력했지만 어떤 실용적인 방법도 생각해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크리스 임레이와의 공동연구 끝에 놀라운 가설을 만들어내기에 이릅니다. 이는 혈액 중의 퓨린(purine)을 측정해 뇌졸중을 판단한다는, 아름다울정도로 단순한 가설입니다. 임레이와 데일은 뇌졸중이 시작되면 뇌가 혈액 중으로 측정가능한 양의 퓨린을 분비한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만약 데일의 스마트 칩이 이를 검출할 수 있다면, 이는 뇌졸중을 판단하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가디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