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GE: 더 널리 알려져야 하는 과학 개념은?] 3. 자나 레빈: 최소 작용의 원리(The Principle of Least Action)
(역주: Edge 재단은 매년 한 가지 질문을 정해 석학들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올해의 질문은 “더 널리 알려져야 하는 과학 개념은?”입니다.)
자나 레빈(Janna Levin): 콜럼비아 대 바나드 칼리지 물리학 및 천문학 교수, 저서: “블랙홀 블루스와 외우주의 다른 노래들”
복잡성은 삶을 흥미롭게 만듭니다. 수소만으로 이루어진 우주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별의 중심에서 만들어진 탄소에 의해 다양한 화학적 결합이 가능해집니다. 우주가 2차원이라면 가능한 변화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3차원 이상의 우주에서는 다양한 운동과 위치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 친구의 마당에 앉은 나는 많은 것을 봅니다. 건조한 겨울의 나뭇잎은 바람을 따라 맴돕니다. 식물의 호흡과 사람의 호흡, 뇌 속 신경세포의 발화 모두 복잡하고 흥미롭습니다. 물리학자의 일은 이런 다양한 현상 속에 숨어 있는 근본적인 원리를 찾는 것입니다.
곤충과 돌, 푸른 지붕 등 정원에 있는 모든 것, 그리고 태양때문에 보이지 않는 저 멀리 별들까지 이들의 시작은 빅뱅입니다. 이것은 과장이 아닙니다. 아직 우리는 우리 우주가 처음 시작된 뒤 첫 1조분의 1조분의 1조분의 1조분의 1초까지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 3분 동안 있었던 일은 놀라운 정확도로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138억 년 뒤 이 친구의 마당을 만들어낸 초기 우주의 모습을 이렇게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우리가 물리 법칙을 통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기와 자기를 하나의 힘인 전자기력으로 표현한 맥스웰 이래 물리학자들은 우주의 근본법칙을 단 두 가지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약한 핵력, 강한 핵력, 전자기력은 – 아직 몇 가지 사소한 문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 하나의 힘으로 통합될 수 있습니다. 중력은 아직 그렇지 못하며, 중력을 통합해 모든 우주를 하나의 수식으로 설명하는 대통일이론을 만드는 것은 이론 물리학의 가장 큰 숙제입니다. 하지만 지금 말하려는 것은 이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이 근본법칙이 하나의 수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복잡한 우리 우주의 루브 골드버그 기계를 하나의 원칙, 곧 최소 작용의 원리(least action principle)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물질과 에너지가 만드는 시공간의 곡선은 모든 가능한 곡선 중에 가장 짧은 곡선입니다. 블랙홀 주위를 도는 혜성의 경로는 블랙홀이 만드는 시공간에서 가장 짧은 경로입니다.
더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최소 작용의 원리는 최소 저항의 원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공을 하나 떨어뜨릴 경우, 이 공은 중력이 존재할 때 가장 작은 저항을 받는 경로로 움직입니다. 만약 공이 가장 짧은 거리로 움직이지 않고 나선을 그리며 위로 올라간다면, 우리는 공에 연결된 줄이 있었거나 아니면 순간적인 돌풍에 의해 다른 힘이 작용했음을 알게 됩니다. 이 새로운 힘은 그 힘을 묘사하는 수식 하에서 공을 최소 저항을 가지는 경로로 움직이게 만듭니다. 최소 작용의 원리가 발견된 것은 오래 전입니다. 이 원리 덕에, 물리학자는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심오한 개념을 한 줄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수식으로 가능한 공간에서 가장 짧은 거리를 계산함으로써 우리는 우주가 어떻게 시작했고 또 이 우주적 생태계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E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