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정당도 대를 이어 물려주려는 미국사회
사람들에게 종종 “도대체 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그 사람들”이란 트럼프를 찍은 사람들, 또는 클린턴을 찍은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트럼프 지지자를 한마디로 설명하면?”이라는 질문도 받습니다. 제가 “공화당원”이라고 답하면 대부분 실망하죠. “클린턴의 지지자를 한마디로 표현하면?”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비슷합니다. 그들은 민주당원이죠.
실망스러운 답이긴 하지만, 지난 60년간 표의 향방을 결정한 것은 정당 일체감(party identification)입니다. 정치학자들은 지지 정당이라는 것이 단순히 정책과 이슈에 대한 한 사람의 시각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의 표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개인이 지닌 다른 모든 특성과 마찬가지로 가정과 어릴 때 속해 있던 공동체에 의해 형성됩니다.
또한, 사람들은 이러한 정체성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를 원합니다. 자녀의 결혼 상대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해보면 당에 대한 일체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알 수 있죠.
전미선거연구소(American National Election Study)는 1952년부터 대선 때마다 사람들에게 지지 정당과 투표한 후보를 물었습니다. 1952년과 1956년에는 자신을 공화당 지지자로 여기는 사람의 대부분(96%)이 아이젠하워에게 표를 던진 반면, 자칭 민주당 지지자는 75%가 상대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죠. 리처드 닉슨 시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60, 68, 72년에 공화당 지지자의 90%가 닉슨에게 표를 몰아주었고, 64년 민주당 지지자들도 린든 존슨에게 비슷한 수준의 충성심을 보였습니다. 중간중간 편차가 있기는 했지만, 1980년대 말에 이르자 유권자 대부분이 대선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에게 표를 주었습니다. 확실한 지지 정당 없이, 한쪽 정당을 약간 선호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이 경향은 지난 20여 년간 유지되었습니다. 많은 면에서 예상과 달랐던 2016년 대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교차 투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죠.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합니다. 두 정당 모두 좋은 후보를 내고 있거나, 정당 지지자들이 비슷비슷한 사람들로 구성되고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또 하나의 요인이 있습니다. 바로 결혼입니다.
1958년 갤럽은 무작위로 선정한 미국인을 대상으로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면 딸이 민주당 지지자와 결혼하기를 원하는지, 공화당 지지자와 결혼하기를 원하는지를 물었습니다. 당시 공화당이라고 답한 사람은 10%, 민주당이라고 답한 사람은 18%였고, 72%는 답하지 않거나 상관없다고 답했습니다. 저는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주변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더욱 깊어진 지지 정당에 대한 충성도를 확인할 수 있었죠. 미래의 사위, 며느리가 민주당 또는 공화당 지지자였으면 좋겠다고 답한 사람들이 28%, 27%로 팽팽한 접전을 보였고, 상관없다고 하는 사람은 45%에 그쳤습니다. 답변자의 지지 정당을 살펴보아도 경향성이 뚜렷했습니다. 1958년에는 민주당 지지자도 딸이 민주당 지지자와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이 33%, 공화당의 경우에도 25%에 그쳤지만, 2016년에는 각 정당 지지자의 60% 이상이 사위, 며느리의 지지 정당에 대해 뚜렷한 선호를 보였습니다.
미국에서 각 정당 지지자들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도 동질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정 사안에 대해 시각이 같을 뿐 아니라, 인종, 민족 등 모든 면에서 비슷하죠. 그리고 점점 더 주변을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로 채우고 싶어 하며, 그 같은 환경이 자손 대대로 이어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