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입국 금지령, 미국 안보에 오히려 위협입니다
7개국 시민의 미국 입국을 120일간 금지한다는 트럼프의 대통령령(executive order)이 발표된 후, 해당 국가 출신의 난민과 영주권자들이 억류된 공항을 중심으로 미 전역에서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당일, 연방판사가 직접 나서 시행령 집행을 일부 막아내기도 했습니다.
여러 정치인들도 당적을 막론하고 이번 조치가 무계획적으로 실시돼 혼란을 불러왔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실제로 이번 대통령령은 미국, 특히 해외에 있는 미군과 미국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난민과 무슬림 방문객의 입국을 막으면 테러 공격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은 국내외의 테러 방지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무지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주장입니다.
공격 실행 전 테러리스트를 적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의 가족, 친구, 이웃 또는 공모자로부터 정보를 얻어내는 것입니다. 최근 랜드 연구소(Rand Corporation)는 1995~2012년 미국을 겨냥한 테러 공격의 성공 및 실패 사례 150건을 검토했습니다. 엎어진 테러 모의의 30% 가량이 계획에 참여하지 않은 누군가의 제보에 힘입은 것이었습니다. 존 뮬러 오하이오 주립대 교수의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2001년 이후 미국 내 테러 시도 92건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은 정보원들이 조기에 계획을 알려왔기 때문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못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경찰들은 테러 방지에 지역사회와의 유대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뉴욕시 당국 관계자도 2014년, “뉴욕 시민들의 투철한 감시가 도시 안전을 보장하는 요인”이라며, 테러 방지를 위해 지역사회와의 신뢰를 강화할 수 있는 조치들을 계속해서 이어가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테러리스트들이 속한 지역사회가 미국과 서구에 호감을 가지고 있으면, 그 지역사회로부터 테러 방지에 필요한 도움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미국의 이미지가 나빠지면 상황은 반대가 되죠. 이번과 같은 조치는 미국에 호감을 가지고 도와주려는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조치입니다. 해외 정보 및 군사 작전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이번 대통령령의 영향을 받은 첫 번째 인물이 특별 비자 프로그램을 통해 비자를 얻은 통역사였다는 사실은 해외에서 미군의 활동을 돕는 통역사나 현지 업체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을 것입니다.
만에 하나 이번 조치가 미국 내 테러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미국인들이 더 안전해졌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해외에 있는 미국인들은 더욱 취약하게 마련입니다. 2004~2013년 테러로 목숨을 잃은 미국인 80명(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제외) 가운데, 미국 영토에서 숨진 사람은 36명에 불과했습니다. 전 세계 각지에 주둔해 있는 미군들의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별 비자 프로그램도 무의미해진다면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미군을 도와줄 사람도 줄어들 것입니다.
현재 미국과 테러 방지를 위해 협력 중인 국가들에는 다른 선택지가 있습니다. 명단에 오른 7개국 외에도 여러 무슬림 국가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미국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순전히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서이고, 자국내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이번 조치로 반대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겠죠.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인기를 잃게 될 것입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에게 정보를 건네줄 정보원들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조치는 미국에게 소탐대실의 결과를 안겨줄 것입니다. 2001년 이후 미국 내에서 일어난 92차례의 테러 시도 중 난민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은 2건에 불과합니다. 명단에 오른 7개국 출신이 참여한 사례는 단 3건입니다. 테러 모의를 했던 자들은 대다수가 미국 시민이었고, 9/11 테러 때와 마찬가지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이슬람 계통 테러리스트들로부터 고통을 받고 있는 시리아 난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테러 방지 정책입니다. 미국을 안전하게 만들기는커녕, 위험으로 내모는 정책인 것입니다. (포린어페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