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의 취임식에 참석하는 힐러리 클린턴의 자세
힐러리 클린턴은 분명 완전히 다른 취임식을 상상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60명의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럼프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아직도 몇몇 민주당원들은 클린턴 또한 취임식에 참석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클린턴 지지자들은 그녀의 용기와 인내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영부인으로 시작하여 국무장관까지 지낸 클린턴의 정치 인생. 그 긴 여정의 마지막 장에서 그녀는 공화당 소속으로 자신과 경쟁을 펼친 라이벌이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취임식을 보러 온 몇몇 시민들은 “(힐러리 클린턴을) 감옥에 넣어라(Lock her up).”고 소리 질렀습니다. 야유 속에서도 클린턴은 의연하게 동료들, 그리고 그녀의 정치적 적수들과도 인사를 나눈 후 전 영부인들과 포옹을 나누었고, 조지 부시(George W. Bush) 전 대통령은 그녀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으며, 옛 상사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그녀와 따뜻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금요일 아침, 힐러리 클린턴은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저는 우리의 민주주의와 그것의 영속적인 가치(enduring value)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믿습니다.”
트럼프와 클린턴은 취임 선서 때는 악수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사당 만찬 때 신임 대통령은 클린턴 부부가 취임식에 참석해 준 것이 “매우, 매우 큰 영광”이라고 말했고 만찬에 참석한 인사들은 부부에게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트럼프의 딸 티파니를 포함하여 신임 대통령 측근들과 가까이 앉아 있던 클린턴 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굳게 다문 채 미소를 지었습니다.
트럼프는 말했습니다. “저는 두 분을 매우 존경하기 때문에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참석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클린턴의 측근들에 따르면, 그녀는 요즘 “겨우 산다고(surviving)” 합니다.
클린턴은 그녀의 개인 이메일에 대한 보고서를 선거 불과 며칠 전 공개한 제임스 코미(James B. Comey) 미국연방수사국(F.B.I) 국장과 러시아 정부의 사이버 공격을 그녀의 선거 패배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지난 12월, 그녀에게 기부한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맨하탄에서 열린 행사에서 그녀는 러시아가 “미국의 민주주의를 약화하려고” 하고 있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에 대한 개인적인 불만이 있어서” 사이버 공격을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클린턴이 대통령 후보였을 때 여성들 사이에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것처럼, 이번 취임식 참석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몇몇은 그녀가 선거 때 정말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하고, 이번 취임식에 참석한 것 역시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목요일에 열릴 워싱턴 여성행진 시위에는 약 스무 명의 유명인사가 초대되었습니다. 초대자 명단에 힐러리 클린턴은 없습니다.
인권 운동가이자 여성행진의 부의장인 린다 사사워(Linda Sarsour)는 “클린턴을 매우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도, 클린턴이 그녀와 미국의 수많은 다른 여성들에게 무례하게 행동한 트럼프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언제 내릴지 기다리고 있다.” 라고 소셜 네트워크에 글을 남겼었습니다.
여성행진에서 클린턴을 배제하기로 한 결정은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클린턴 지지자들은 심지어 이번 여성행진의 공식 슬로건인 “여성의 권리는 인간의 권리입니다.”조차도 1995년에 북경에서 열렸던 4차 유엔 세계여성회의에서 클린턴이 한 연설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합니다.
클린턴의 정치 인생을 돌이켜 보면, 중요한 순간마다 본인의 강력한 주장보다는 고통스러운 수모와 실패를 인내하는 그녀의 능력이 더욱더 빛을 발했습니다. 클린턴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집에 있었어도 모두가 그녀를 이해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