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행사 참가인원’ 집계 논란
2017년 1월 24일  |  By:   |  세계, 정치  |  No Comment

지난 21일 토요일,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한 미국 전역, 전 세계의 도시에서는 여성행진(Women’s March)이 열렸습니다. 한곳에 모인 군중의 숫자를 집계하는 전문가들은 토요일 워싱턴DC에 모인 여성행진 참가자 수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모인 사람들의 숫자보다 세 배 정도 많았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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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취임 연설 직전 워싱턴 내셔널몰 항공사진 (사진: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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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행진 열린 토요일 오후 2시 내셔널 몰 항공사진 (사진: ABC 방송 화면 갈무리)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학교의 군중 집계 전문가 마르셀 알텐버그와 키스 스틸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20일 워싱턴DC의 백악관과 국회, 정부 청사와 박물관 등이 모여있는 내셔널 몰(National Mall)을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연설을 하기 직전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수를 16만 명으로 집계했습니다.

내셔널 몰은 이튿날 열린 여성행진의 핵심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알텐버그와 스틸은 21일 오후 2시 내셔널 몰 근처에 모인 여성행진 참가자는 최소 47만 명이라고 집계했습니다.

이는 정확한 통계가 아니라 제한된 사진과 동영상 등을 토대로 파악한 추정치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 추정치는 여성행진 참가자가 50만 명이 넘는 것 같다는 워싱턴DC 시 공무원의 발언을 보도한 AP통신 기사 내용에도 들어맞습니다.

워싱턴DC 지하철 관계자는 토요일 지하철 이용 횟수가 1백만 건 이상이었다며, 지난 21일은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날 이후 워싱턴DC 지하철에 가장 손님이 많았던 날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20일 금요일 워싱턴DC 지하철 이용 횟수는 57만 건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고자 워싱턴DC를 찾은 사람들은 대개 내셔널 몰에 모여있었기 때문에 사진을 분석하고 인원을 집계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웠습니다. 하지만 여성행진 참가자들은 내셔널 몰뿐 아니라 여러 곳을 행진하기도 했고,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움직였습니다.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집계한 것보다 실제 참가 인원이 더 많았다고 추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여성을 비하하거나 여성 혐오 발언을 일삼고도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를 규탄하기에 취임 이튿날은 최적의 시기였습니다. 여기에 민주당 성향이 강한 지역일수록 행진 참가자가 특히 많았는데, 워싱턴DC는 대표적인 민주당의 텃밭입니다.

전문가들은 광각 렌즈로 촬영한 사진들 외에도 군중을 더 가까이서 찍은 사진도 함께 분석해 구역별로 사람들이 얼마나 빽빽이 모여있었는지 측정했습니다.

여성행진의 경우 참가자들이 본 행사를 듣기 위해 가장 덜 움직였던 오후 1시 반에서 2시 15분 사이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과 항공사진을 모은 뒤 1제곱미터 당 2.5명 이상이 모여있는 구역의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 그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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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행진 참가자가 가장 많았던 시점에 1㎡당 2.5명 이상 모여있던 구역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연설을 하던 시각, 8년 전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연설을 하던 시각의 사진도 함께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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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토) 트럼프 대통령 취임연설 중 1㎡당 2.5명 이상 모여있던 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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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연설 중 1㎡당 2.5명 이상 모여있던 구역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식에 모인 지지자들의 숫자를 언론이 실수로, 혹은 고의로 축소해 보도했다고 여기고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여성행진이 전국에서 한창이던 토요일, CIA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이 취임식에 축하하러 온 사람들의 숫자를 줄여 보도했다고 비난했습니다. 트럼프는 “단상에 서서 봤을 때 내 눈에는 100~150만 명은 족히 되어 보였고, 워싱턴 기념비까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어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오후 백악관 션 스파이서 대변인은 “역대 모든 대통령 취임식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직접 워싱턴DC를 찾았다.”고 주장하며 언론의 보도 행태를 문제 삼았습니다.

내셔널 몰을 관리하는 미국 내무부 산하 국립공원 관리청은 정확히 몇 명이 취임식에 참석했는지 집계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2009년 당시 국립공원 관리청은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을 보러 온 사람들이 역대 어느 취임식보다 더 많았던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워싱턴DC 인구의 절반이 흑인이고, 유권자의 92%가 민주당 후보를 찍었던 점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취임식이 열린 백악관 앞 단상에서 워싱턴 기념비 사이 공간에 사람이 가득 차면 72만 명이 모일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던 순간 내셔널 몰이 가득 찼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각각 취임 선서 45분 전 찍은 사진 두 장은 8년의 시차를 두고 사뭇 달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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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선서 45분 전. (사진: 주엘 사마드(Jewel Samad/AFP/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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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선서 45분 전. (사진: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회)

“사실 단상에 선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는 자신의 취임식에 모인 사람이 8년 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아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군중 집계 전문가 알텐버그 교수의 말입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지 않는 한 취임식이 열린 단상이 조금 높긴 해도 앞쪽 1/3가량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가득 찬 부분만 정확히 보이고 그 뒤는 빈 공간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단상에 선 이들이 보지 못한, 볼 수 없는 사각지대까지 담아낸 사진과 동영상, 실황 중계 일곱 개를 틀어놓고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이 “100만 명 넘는 사람이 왔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를 보여주는 사진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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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취임식 단상에서 바라본 워싱턴 기념비와 내셔널 몰. (사진: ABC 중계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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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취임식 단상에서 바라본 워싱턴 기념비와 내셔널 몰. (사진: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회)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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