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출범하자마자 언론과 충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백악관과 언론 사이에 험악한 기류가 생겨났습니다. 토요일 오후, 백악관 출입기자들을 불러모은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질문도 받지 않은 채 기자들을 꾸짖기 시작했습니다. 취임식 참석 인원을 의도적으로 줄여서 보도하고, 대통령 집무실 내 마틴 루터 킹 목사 흉상에 대해서도 오보가 있었다는 이유였습니다. 스파이서는 앞으로 “기자들의 책임을 묻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문제가 된 보도는 2009년 오바마 취임식과 이번 트럼프 취임식의 항공 사진을 나란히 놓고 참가자 규모를 비교한 보도였습니다. 한 눈에도 트럼프 취임식의 인파 규모가 작아보였지만, 스파이서 대변인은 이것이 오바마 취임식 때는 없었던 흰 색 바닥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킹 목사 흉상 관련 보도는 이미 부정확한 보도를 했던 “타임”지 기자가 해당 부분을 철회하고 수정을 완료한 상태였죠.
스파이서 대변인은 한 발 더 나아가 트럼프 취임식 참여 인원이 역대 최다였다고 주장했지만, 문제는 이런 주장 자체보다도 “의도적인 거짓 보도” 운운한 대변인의 적대적인 태도였습니다. 백악관 대변인의 말에 정계와 언론계는 충격이라는 반응을 내놓았고, 토요일 워싱턴에서 열린 여성 행진에 대한 관심과 보도를 방해하려는 작전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습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아리 플레이셔는 스파이서의 언행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겠지만, 이는 엄연히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며 성명 발표 후에는 대통령의 칭찬을 받았을 것이라며, “금성에서 온 언론, 화성에서 온 백악관”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트럼프는 유세 기간 동안에도 참석자 규모를 놓고 언론과 언쟁을 벌인 전적이 있기 때문에, 취임식을 보도하는 언론도 정확한 인원을 파악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2009년과 2017년의 사진은 정확히 같은 시각에 촬영되었고, 수정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진에는 취임 행진 루트와 백악관 부지 내에 마련된 객석이 비어있는 모습도 찍혔지만, NBC는 취임 오찬에서 버스가 늦게 출발했다는 사실도 분명히 보도했습니다. 항공 사진 외에도 매체들은 워싱턴 지하철 이용객 수를 인용해 보도를 뒷받침했습니다. 지난 금요일 오전 11시 기준, 지하철 이용객은 19만3천 명이었고, 2009년에는 51만3천 명이었죠. 스파이서 대변인도 지적했듯, 관할 기관인 국립공원관리청은 공식 참석자 인원을 발표하지 않습니다.
타임의 킹 목사 흉상 오보에 대해서도, 해당 기사를 냈던 기자가 이미 사과했고 대변인 역시 트위터를 통해 “사과 접수”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때문에 일단락된 문제를 다시 꺼낸 배경이 트럼프 특유의 대 언론 전략, 즉 화제가 될 만한 사건을 일으켜 부정적인 보도에 대한 관심을 돌리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백악관에서 이러한 언론 브리핑이 이루어지는 동안, 워싱턴을 비롯한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여성행진이 열렸고 여러 언론 매체가 이를 집중 보도했습니다. 공식 집계가 없었기 때문에, 행진 참여 인파 규모 역시 항공 사진과 지하철 이용객 자료(토요일 오전 11시 기준 27만5천 명) 분석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대통령 취임을 앞둔 지난 목요일, 스파이서는 백악관 기자단과 첫 대면을 가졌습니다. 당시 대변인의 말투와 표정은 훨씬 차분했고 다양한 매체의 질문을 받기도 했죠. 하지만 나흘만에 상황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그는 “이와 같은 언론의 부정직함 때문에 국민 통합이 어려워진다”며 “언론이 대통령의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데, 책임도 쌍방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폴리티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