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교육 혁신, 키워드는 “모두를 위한 평생 교육”
교육이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할 때, 그 결과는 불평등으로 나타납니다.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지 못해 뒤처지는 것은 노동자 개인의 실패지만, 그런 사람의 수가 늘어나면 이는 사회 전체에 타격을 줍니다. 이는 산업혁명 시기를 거치며 생겨난 보편적 교육에 대한 국가적 지원의 근거이기도 했죠. 이후 공장과 사무실의 자동화가 이루어지자, 대학 진학이 많이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렇듯 과거 교육과 혁신의 시너지는 눈부신 경제 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오늘날 로봇과 인공지능 분야의 혁신으로 인해 또 한 번의 교육 혁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은퇴 시기가 매우 늦어지고 있고 기술의 발전 역시 너무나 빠르기 때문에 학교에서 모든 것을 배우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일하면서 필요한 기술도 습득해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번 이코노미스트 특별판 기사가 지적하는 바에 따르면, 오늘날의 평생교육은 주로 이미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에게만 도움이 되므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21세기에 대규모 하층 계급이 생겨나는 것을 막으려면 정책 입안자들은 하루빨리 사회구성원들이 돈도 벌면서 동시에 교육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불행히도 지금까지 이런 노력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인생 초반에 대부분의 교육을 받고 일을 하면서 조금씩 보충하는 정도에 그치는 기존의 교육 모델은 이미 붕괴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지식과 기술이 계속해서 업데이트되기 때문입니다. 생산직은 물론 통상적인 사무직 종사자마저 줄어들고 있고, 평생 안정적으로 한 가지 커리어를 갖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인생 초반에 받는 교육을 연장하는 것도 의미가 없습니다. 대학교육 4년으로 좋은 직업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16%에 불과합니다. 직업 교육에만 집중하는 것도 답이 아닙니다. 특화된 기술을 가진 사람은 확실히 커리어 초반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지만, 적응력이 떨어지는 탓인지 일반교양 교육을 받은 사람에 비해 노동 시장에서 빨리 밀려나게 됩니다.
직장 내 교육(OJT, on-the-job training)도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지난 20년간 OJT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반면 자영업은 증가해 개인이 알아서 필요한 기술을 습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죠. 일하다가 나중에 정식 학위를 취득하는 것도 한 가지 옵션이지만, 문제는 비용이 많이 들고 대부분 대학이 청년 교육 중심이라는 점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시장은 노동자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배움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습니다. 커리어 부스팅과 제2의 커리어 시작을 돕는 기업이 생겨나고, 대중공개 온라인강좌(MOOCs, Massive Open Online Courses)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무인 자동차나 안드로이드 OS와 같은 특화된 부문에서 이른바 “마이크로 학위”를 수여하거나,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대학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두 커리어와 학습을 병행해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죠. 하지만 문제는 이런 시스템이 이미 앞서있는 사람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온라인 학위를 취득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대졸자가 절대다수입니다. OECD 국가에서도 컴퓨터를 거의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 성인 4명 가운데 1명에 달하는데, 애초에 온라인 강의라는 것도 어느 정도 IT 기술에 친숙한 사람을 위한 것이니까요.
교육 혁명이 정말로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닿게 하려면 정책 입안자들은 보다 급진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교육은 사회 전체에 영향을 주는 공공선인 만큼,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예산을 더 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효과적으로 쓸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평생 교육은 학교에서 시작됩니다. 학교는 단순한 직업 교육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방법과 사고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학교에서 메타 인식, 즉 사고 과정 자체를 고찰할 줄 아는 능력을 길러야 나중에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평생 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싱가포르가 시행하고 있는 성인 교육 바우처 제도가 좋은 사례입니다. 이 제도에 따라 싱가포르에 사는 25세 이상 성인은 정부 지원을 받아 500개 승인 업체가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세금으로 돌리다 보면 국고를 함부로 낭비하게 되는 위험이 따릅니다. 그러므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일에 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기업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학습을 권장하는 것도 기업의 역할입니다. 통신 회사인 AT&T는 연간 3천만 달러를 직원 교육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노조 역시 평생 교육의 제공자이자 운영자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대기업 직원 연수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중소기업 직원이나 자영업자에게 노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영국에서는 노조에 의한 연수 프로그램이 좌우 정당의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정부는 또한 업계 신규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자격증 제도 등을 완화해야 합니다. 일례로 미국 테네시 주에서는 현재 300시간 샴푸 경력을 쌓아야 헤어디자이너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데, 단순히 헤어샵이 원하는 인재를 자유롭게 고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면 될 일입니다.
변화하는 노동 시장에서 누군가는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위기에 처한 집단은 “남자답지 못한 일”을 거부하는 블루칼라 남성들입니다. 하지만 노동 시장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의 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가 유연하고 저렴한 성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합니다. 19세기와 20세기, 교육 부문에서는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습니다. 21세기 교육 혁신도 같은 규모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