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국가 지도자들의 실패담
2016년 12월 14일  |  By:   |  세계, 정치  |  1 comment

그는 과시적인 우두머리 수컷 타입의 억만장자였습니다. 기성 정치인들이 절대 하지 않는 말을 입 밖으로 꺼냈고, 사업가로서의 자질을 발휘해 시스템을 개혁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 약속했죠. 유권자들은 그가 돈이 많으니 적어도 뇌물을 받지 않을 것이고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이끄는 정권은 각종 혐의와 정실주의로 얼룩졌습니다.

트럼프가 나타나기 전까지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정계로 진출한 부유한 사업가, 제도권 정치를 흔들 수 있다고 자처한 아웃사이더 정치인의 전형으로 꼽혔습니다. “사람들은 사업가를 좋아합니다. 경제를 잘 알고 일자리를 만들어낼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죠. 일종의 백마탄 왕자 현상입니다.” 브루킹스연구소 소속 대럴 웨스트의 설명입니다. 2012년 직접 창당해서 총리로 선출되었던 조지아의 보리스 이바니시빌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이바니시빌리가 보유한 재산은 50억 달러로, 조지아 연간 생산량의 3분의 1에 달했죠. 우크라이나의 포로셴코 대통령, 태국의 탁신 전 총리 등도 억만장자 정치인입니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비제도권 세력을 규합하고, 틀을 벗어난 사고를 강조해 표를 얻죠. 하지만 어마어마한 부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들이 개인 사업과 정부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게 됩니다. 부정부패가 생기고, 측근들이 부를 얻죠. 그리고 종국에는 거의 예외없이 인기가 크게 하락합니다.” 웨스트의 설명입니다.

베를루스코니는 집권하자마자 자신에 대한 조사를 무산시키기 위해 법을 개정하고 측근 기업인들을 사면했습니다. 자신의 변호인단이 국회에 입성하도록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부정부패 혐의가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총 9년에 걸쳐 집권했고, 당이 총선에서 패해 다수당 지위를 잃고 나서야 물러났습니다. 이후에도 세금 사기와 권력 남용 혐의가 끊이질 않고 있죠.

“베를루스코니의 사례는 정치인이 자신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추구했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 선출직 정치인과 그들의 사업적 이익 사이에 강력한 방화벽을 설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정경유착 방지를 목표로 하는 시민단체 이슈원(Issue One)의 메레디스 맥기의 설명입니다. “이런 종류의 정치인을 선출직에 올려놓고 이해 관계 충돌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 정권은 스캔들에 휘말릴 수 밖에 없습니다.”

정치와 사업을 분리하겠다고는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하지 않은 트럼프 당선인의 미래에도 비슷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인수위 대변인은 트럼프가 주식을 모두 팔았다고 말했지만, 주식은 부동산과 골프 코스 등으로 이루어진 당선인의 재산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트럼프의 사업이 앞으로 각종 이해 충돌로 인해 업무 윤리 상의 지뢰밭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청렴한 정부를 자부하며 다른 나라에게 뇌물죄 처벌을 강화하고 사법 독립성을 추구하라고 설교를 늘어놓곤 했죠. 트럼프 시대, 이해 충돌 가능성의 부상만으로도 미국의 이같은 지위는 흔들릴 수 있습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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