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와 노화의 비밀
내가 스노클링과 스쿠바 다이빙을 즐기던 2008년쯤 나는 오징어, 문어 등으로 이루어진 두족류(cephalopods)를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처음 마주친 것은 대왕오징어로, 이 동물은 자신의 몸 색깔을 매우 빠르게 바꾸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마치 여러 개의 팔이 달린 텔레비전을 따라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문어를 보게 되었습니다. 문어는 조개나 굴과 같은 연체동물이지만 매우 커다란 뇌를 가지고 있고, 흥미로운 신기하기까지 한 지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들을 따라다니면서 또 그들에 관해 공부했습니다. 내가 처음 놀란 것은 문어의 수명이 1~2년으로 극히 짧다는 것입니다.
나는 또한 이들이 매우 큰 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수명이 한두 해밖에 되지 않는데 이렇게 커다란 뇌를 가지는 게 이들에게 어떤 이득이 있을까요? 세상을 배우는 데 많은 것을 투자하지만, 이를 써먹을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문어와 오징어는 다양한 경험을 하지만 이들의 삶은 매우 압축되어 있습니다.
이런 문어에 대한 궁금증은 보다 일반적인 질문으로 바뀌었습니다. 왜 동물은 노화를 겪는 것일까요? 왜 동물마다 노화는 다르게 일어날까요? 문어와 같은 깊이에 사는 평범한 물고기 중에는 200년을 사는 종류도 있습니다. 이는 정말 불공평 해 보입니다. 아무 특징이 없는 물고기가 수 세기를 사는 동안, 화려한 모습의 오징어나 놀라운 지능을 가진 문어는 두 살이 채 되기 전에 죽어야 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생쥐 크기의 원숭이는 15년을 살고, 벌새 역시 10년 이상의 수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두족류인 앵무조개의 수명은 20년입니다. 최근 네이처에 실린 한 논문은 의학의 발달과 무관하게 인간의 수명이 115년을 넘지 못한다고 보고했습니다. 동물의 수명은 아무런 규칙을 가지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육체를 마치 자동차처럼 낡아서 못 쓰게 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비유는 적절한 비유가 아닙니다. 자동차의 부품은 실제로 점점 닳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같은 장기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모든 동물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영양소를 섭취하고 분열하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오래된 세포를 새로운 세포로 바꿉니다. 만약 우리가 자동차의 부품을 계속 교체할 수 있다면, 그 자동차가 멈추어야 할 이유는 없을 겁니다.
노화의 비밀은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진화 덕분에 명쾌하게 풀려 있습니다. 전혀 늙지 않는 어떤 동물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 동물은 계속 번식하지만, 포식자에게 먹히거나 다른 사고가 아니면 죽지 않는다고 해봅시다. 이 동물 역시 유전적 변이를 겪게 됩니다. 때로 어떤 변이는 이 동물의 생존과 번식을 더 유리하게 만들지만, 대부분의 변이는 그렇지 않으며, 따라서 이런 불리한 변이는 자연 선택에 의해 제거됩니다. 그러나 만약 그런 불리한 변이가 긴 시간이 흐른 뒤 작용하는 특성이 있고, 이 동물이 보통 그 나이가 되기 전에 포식자에게 먹히는 등의 이유로 사망한다면, 이런 변이는 제거되지 않고 전체 집단에 퍼지게 됩니다.
결국, 모든 개체가 이런 변이를 가지게 되면, 그리고 어떤 개체가 운이 좋아 그 나이에 이르게 되면, 그 개체는 바로 이 변이 때문에 사망하게 됩니다. 이 변이는 특정한 나이가 되면 발생하기 때문에 마치 “노화가 정해진(programmed to decline)” 것처럼 작동합니다. 이 나이는 이 동물의 자연 수명이 됩니다.
이는 1940년대 영국의 면역학자 피터 메더워 경의 아이디어입니다. 십여 년 뒤, 미국의 진화 과학자 조지 윌리엄스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추가합니다. 어떤 복합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그 효과는 나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변이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예를 들어 어린 개체에게 유익한 효과를 주지만, 나이가 들면 불리하게 작용하는 변이가 있다고 합시다. 개체는 여러 다른 요인으로 사망할 수 있으므로 이 변이가 가진 노년의 약점은 유년기의 장점에 비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이는 “구매는 지금, 지불은 나중에(buy now, pay later)”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복합적인 효과를 가진 변이 또한 전체 집단에 퍼지게 됩니다. 따라서 모든 외부의 요인을 이겨내고 노년에 이른 개체는 이제 그 값을 지불해야 합니다.
메더워 효과와 윌리엄스 효과는 중첩됩니다. 한 가지 효과가 작용하면, 다른 효과를 더 강화하게 됩니다. 어떤 변이가 일정한 나이를 넘기지 못하게 만들면, 그 나이 이후에 부정적 효과를 만드는 변이는 자연선택으로 제거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 수명의 벽은 점점 더 두꺼워집니다.
이런 내용을 배우면서 나는 어떻게 문어와 다른 두족류가 그런 특이한 조합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다른 친척 연체동물들처럼, 이들 역시 예전에는 자신을 보호해주는 껍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껍질을 벗어 던지자 그 효과는 다양하게 나타났습니다. 우선 이들은 매우 독특한 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문어는 어떤 형태든 원하는 모습을 취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섬세한 동작과 커다란 신경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껍질이 사라지자, 이들은 포식자, 특히 물고기에게 쉽게 잡아 먹혔습니다.
이는 문어에게 꾀와 보호색이라는 무기를 가지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포식자에게 쉽게 먹혔고, 그 결과 이들은 메더워 효과와 윌리엄스 효과에 의해 수명이 줄어들었습니다. 즉, 문어는 커다란 뇌와 짧은 수명이라는 기이한 조합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이론은 최근 발견된 특이한 문어 종에 의해서도 지지됩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문어는 모두 얕은 물에 사는 문어입니다. 그러나 2014년 몬터레이 베이 해양연구소는 원격 조종 잠수함이 발견한 심해 문어에 대해 보고했습니다. 이 문어는 자신의 알을 거의 4년 동안 품고 있었습니다. 이는 그 정도의 깊이에서 모든 것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긴 시간입니다. 이들 문어의 수명은 약 16년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메더워-윌리엄스 이론은 이들 문어가 얕은 바다의 문어에 비해 포식자의 위협을 덜 받았을 것을 예측하게 해줍니다. 실제로 잠수함이 찍은 사진에서 이들은 다른 문어와 달리 몸을 숨기는 장소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는 이들이 포식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 때문에 진화는 이들에게 다른 문어와는 다른 수명을 주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우리는 문어가 껍질을 벗어 던진 것이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문어는 껍질을 벗고 이동성, 민첩성, 신경 복잡성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포식자에게 늘 노출되면서 짧은 수명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만약 문어가 언젠가 자신의 포식자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면, 비록 우리 인간처럼 그 수명이 115살까지 늘어나기는 쉽지 않겠지만, 어쨌든 그들의 수명은 늘어날 것입니다. 100살 된 문어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상상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요.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