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웃음
다른 사람들의 대화나 자신의 말을 한 번 주의 깊게 들어보세요. 터질 듯한 웃음에서 작은 코웃음까지 다양한 형태의 웃음이 거의 모든 대화 사이에 들어있을 겁니다. 물론 채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별로 웃기지 않거나 전혀 우습지 않은 말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웃는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한 연구는 사실 우리 웃음의 80%~90%가 바로 이런 웃음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와 열띤 토론 뒤에 힐러리 클린턴은 전략적인 웃음을 지었습니다. 지미 팰런은 자신의 투나잇 쇼에서 게스트와 인터뷰를 하며 과장된 웃음을 터뜨립니다. 폭스 뉴스 직원들은 회장인 로저 아일스와 다른 이들의 성적 시도를 웃어넘기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원래 위협적인 소리의 반대인 안전을 나타내는 신호였던 웃음이 어떻게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온갖 다양한 역할을 하는 기묘한 음성 신호로 바뀌었는지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웃음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웃음이 사회적 관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자신이 언제 어떻게 다양한 웃음을 짓는지 관찰하는 것은 매우 유용한 훈련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모든 웃음 뒤에는 수많은 다양한 추론과 각종 의도가 존재합니다.” 뇌가 어떻게 웃음을 만드는지 연구하는 런던 대학의 뇌과학자 소피 스콧의 말입니다. “얼핏 웃음은 단순해 보입니다. 그냥 사람들은 농담에 반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 웃음은 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반응입니다.”
가장 순수하고 즉각적인 웃음은 친밀감과 유대감을 나타냅니다. 인류의 조상들에게 웃음은 “우리는 서로를 죽이지 않겠군요. 얼마나 다행인가요!”를 의미했습니다. 그러나 인류는 웃음을 초기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매우 다양한 용도로 발전시켰습니다. 어떤 웃음은 서로 호감과 예의를 표시하는 사회적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한편 상대방의 진지한 말을 가볍게 넘기는 거만한 웃음도 있으며, 상대방을 경멸할 때도 우리는 웃음을 짓습니다.
문제는 우리에게 여전히 상황이나 의도와 관계없이 누군가의 웃음을 들으면 따라서 웃으려는 본능이 남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파티에서의 억지웃음이나 저속한 농담에 대한 불편한 웃음이 그러하며, 성희롱에서 피해자가 짓는 신경적인 웃음이 그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부적절한 말에 대해 상대방이 웃음으로 답할 경우, 그는 상대가 자신의 행동에 동의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성희롱 피해자를 대변하는 캘리포니아 소살리토 지역의 변호사 지나 드비토의 말입니다. “많은 남성이 성희롱 방지 교육에서 “그녀는 웃고 있었어요.” 같은 말을 합니다.”
실은 많은 사람이 상대방의 말이 이상하거나 다소 모욕적이거나, 혹은 그저 애매하게 들릴 때도 그저 웃음으로 답합니다. 이는 어색한 순간을 넘기려는, 그리고 상대에게 무안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일어나는 거의 반사적인 반응입니다. 가장 유명한 예는 악명 높은 밀그램 실험에서 참가자들이 전기 충격 강도를 높이라는 지시에 당황하며 웃음을 보였던 예일 것입니다.
“웃음은 때로 고통이나 원치 않는 감정을 숨기기 위한 방어기제로 작동합니다.” 애모리 대학 심리분석연구소의 제인 예이츠는 말합니다. “하지만 역효과도 있지요.” 바로 이 웃음이 상대를 승인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UCLA의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거의 1/3의 확률로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물론 실험에서 사용된 가짜 웃음은 자연스러운 대화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수치는 더 높을 수 있습니다. 시트콤에 배경으로 깔리는 웃음과 같이 의도적인 웃음은 티가 나지만, 이 연구의 주저자인 그레그 브라이언트의 말처럼 “보통 사람은 특정 상황에서 웃음을 매우 잘 위장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사람들이 자기는 거짓말을 잘 못한다고 말하면서 실제로 필요한 상황에서는 누구나 거짓말을 잘하는 것과 같습니다.”
즉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재미있는 사람이 아닐 수 있습니다.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가짜 웃음을 잘 구별하지 못합니다. 특히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들은 이를 더 구별하지 못합니다. 아마 이들이 늘 자신의 비위를 맞추려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폐와 아스퍼거 증후군 사람들 역시 실제 웃음과 가짜 웃음을 잘 구별하지 못합니다.
소피 스콧은 뇌과학을 연구하지 않을 때는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합니다. 그녀는 인간은 아주 어릴 때부터 가짜 웃음을 지을 수 있으며, 또 상대의 웃음이 진짜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을 배운다고 말합니다. 이는 잠재적인 능력으로, 다른 감정 지능처럼 30대까지 계속 성숙하다가 남은 일생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진짜 웃음은 소위 의도적 웃음(volitional laughter)과 다른 신경 경로와 근육조직을 사용합니다. 배에서 나오는 참을 수 없는 웃음과 달리 목에서 나는 “아-하-하”소리에 가까우며 이는 불편을 의미하는 콧소리인 “에-헤-헤”와 더 비슷합니다. “가짜 웃음은 뇌의 언어 영역에 의해 작동하며, 그래서 더 목소리에 가깝습니다.” 그레그 브라이언트의 말입니다.
웃음 이후의 기분에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진짜 웃음은 엔돌핀에 의해 가벼운 희열 상태를 만들며, 고통에 견디는 힘을 줍니다. 반면 가짜 웃음은 이런 효과를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거짓 연기는 일종의 에너지를 소진하는 효과를 낳습니다. 최악의 소개팅 기억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바로 이 점이 웃음 연구자들과 정신 건강 전문가들이 사람들에게 자신이 언제, 그리고 왜 웃는지 의식해 보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예의를 위한 웃음은 많은 경우 긍정적이지만, 상대가 부적절하거나 공격적일 때에는 오히려 비효율적이며 당신을 우습게 보이게 합니다.
“웃음은 사회적으로 표준화된 반응이기 때문에, 그저 웃지 않는 것만으로 우리는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조지 메이슨 대학의 심리학자 에덴 킹의 말입니다. 이는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상대방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나타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반면 잘못된 행동을 웃음으로 넘길 경우, 웃음으로 넘겨야 하는 행동을 점점 더 많이 겪게 될 수 있습니다. “마치 식사자리에서 개에게 먹이를 주는 것과 같지요.” 그레그 브라이언트의 말입니다.
한편, 제인 예이츠는 잘못된 행동에 대해 웃음 대신 “그래, 그래서…” 같은 중립적인 말이나 그저 “흠…” 같은 말로 냉랭한 분위기를 만들라고 충고합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자신이 원치 않는 웃음을 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자기 인식이 필요하다고 그녀는 말합니다. 한 가지 방법은 자신이 그 웃음을 얼마나 빨리 멈출 수 있느냐입니다. 웃음 전문가들은 가짜 웃음과 달리 진짜 웃음은 수도꼭지처럼 즉시 잠글 수 없다고 말합니다. 진짜 웃음은 계속 잔향을 남기고 영혼을 달래 줍니다. 그러니 진짜 웃음을 웃을 수 있는 기회를 늘 찾고,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아낌없이 웃어야 합니다. 웃음을 삼가는 것은 억지웃음만큼이나 슬픈 일이니까요.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