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간적인 영업 문화로 이룩한 웰스파고의 눈부신 성공 (2/2)
2016년 10월 13일  |  By:   |  경영, 세계  |  No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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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젊은, 어린 영업사원들을 닦달해 매출을 올리고 사세를 확장하는 전략은 성공적이었습니다. 2009년, 대부분 은행과 금융 회사들이 여전히 위기에서 허덕이고 있을 때 웰스파고는 사상 가장 높은 이익이 났다고 발표합니다. 영업사원들이 실제로 엄청나게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판 거죠.

애슐리는 할당량을 채우는 데 예외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은행에 강도가 들어도 하던 일을 계속하라고 했을 정도니, 몸이 좀 아픈 건 명함도 못 내미는 상황이었죠. 애슐리의 실적이 안 좋은 날에는 어김없이 매니저 두 명이 애슐리의 책상으로 왔습니다.

“저를 데리고 뒷방 회의실 같은 곳으로 갑니다. 거기까지 가려면 정신없이 전화를 돌리고 있는 제 동료들을 지나쳐야 하고요. 학교 다닐 때 뭐 잘못 했을 때 교무실 불려가는 그런 느낌으로 쭈뼛쭈뼛 따라가는 저를 동료들이 힐끔힐끔 쳐다봅니다. 어쨌든 그 회의실은 창문도 없는 답답한 공간이에요. 그 방 문을 잠그고는 제게 지침대로 구두 경고를 전달합니다. 애슐리 씨, 아시겠지만 절차에 따라 경고를 전달하는 바요, 여기에 서명하세요,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당신은 해고됩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영원히 남을 거요, 이렇게 말해요. 정말 무서운 게 그 경고가 진짜처럼 들리거든요. 여기서 제대로 못하면 어차피 다른 데서도 너를 찾는 사람 없을 거다. 우리가 그 사실을 낱낱이 기록해둘 테니까, 이런 경고에요.”

여기서 잘못 보이면 금융계에서는 다시 발을 못 붙이게 한다는 경고였습니다. 그런 경고를 듣고 자리로 돌아온 어느 날 애슐리는 몸에 문제가 생긴 걸 발견합니다. 구역질이 나서 책상 밑에 들어가 토하고 말았죠.

스트레스에 건강을 해치고 일터에서 너무 힘들어서 눈물을 흘리는 등등의 이야기는 애슐리뿐 아니라 다른 영업사원 네 명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힘들게 일하는 대가로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들의 연봉은 3만5천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첫 직장이라는 점을 어떤 의미에서는 악용해 적은 돈을 주고 무리하게 일을 시키는 셈입니다.

목표라는 것이 도저히 달성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데, 압박은 계속되다 보니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영업사원들은 일종의 편법을 고안해 내기에 이릅니다. 일종의 속임수라면 속임수인데, 바로 이번에 터진 웰스파고 스캔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유령 계좌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2008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모기지 사태 때도 비슷했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이 부실 대출을 낳았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직원들은 숫자를 조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숫자를 조작했다고 해서 거금을 횡령하는 등 중범죄를 지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상당히 사소한 것이었죠. 이런 식입니다. 한 고객이 와서 양도성 예금 증서 한 구좌를 사고 1만 달러를 예치합니다. 그러면 직원들은 이를 계좌 하나로 처리하지 않고 1천 달러씩 열 개로 나누어 고객 열 명을 유치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하는 겁니다. 고객의 돈을 훔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손을 대는 거죠. 할당량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또 다른 방법은 슬쩍 다른 상품 계약서를 끼워넣는 겁니다. 이번에는 어떤 고객이 주택 담보 대출을 받으러 왔다고 합시다. 그러면 서명해야 할 관련 서류를 들이밀 때 슬쩍 신용대출 계약서를 끼워넣는 겁니다. 고객에게 따로 고지하지 않고 그렇게 몰래 끼워팔기를 하는 거죠. 머지 않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신용대출을 받으면 당장 그 고객의 신용 점수가 떨어지니 고객이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하다 보면 불법 끼워팔기의 전모가 드러나게 될 테니까요. 애슐리는 실제로 이런 일 때문에 황당한 일을 겪은 고객을 응대한 적이 있다고 말합니다.

“나이가 꽤 지긋한 어르신이었어요. 지팡이를 짚고 은행에 찾아오셨죠. 예금 잔고가 바닥나 마이너스 상태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 어르신은 계속 그럴 리가 없는데, 신문 한 부 사려다 이렇게 됐을 뿐이라며 당최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고만 하셨죠. 저는 그 고객의 계좌 상태를 열어보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이 분은 사회복지 수당으로 한 달에 1,100달러 정도를 받으며 사시는 분인데 해당 계좌에서 200달러나 돈이 더 빠져나가 있었어요. 문제는 이 분 이름으로 계좌가 여섯 개나 열려 있었다는 사실이었죠. 그 어르신은 그런 것도 전혀 모르고 그저 전에 은행에 갔을 때 젊은 직원이 상냥하게 이것도 하시면 좋고 저것도 하시는 게 좋다고 해서 그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참담한 기분이 들더군요.”

애슐리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모든 수수료를 다 제해고 자기 계좌에서 자기 돈을 꺼내 고객의 계좌에 입금했습니다. 마이너스 상태를 그렇게 되돌려놓아야만 죄책감과 찝찝함이 조금이나마 가실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애슐리는 이 문제를 상부에 보고했습니다.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고 고객의 동의 없이 여러 계좌를 연 직원을 조사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상사는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습니다. 본사 윤리위원회에도 건의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관건은 과연 이 문제가 정말 일개 말단 직원의 실수나 꼼수에 불과한 건지, 아니면 모든 경영진이 알고도 쉬쉬했던 조직적인 문제인 건지입니다. 웰스파고 경영진은 투자자들에게 탄탄한 성장세를 자랑스레 홍보하며 은행의 슬로건 “여덟 개면 성공”을 강조하고 다녔을 겁니다.

꼬리가 길면 잡히기 마련이라고 일부 고객들이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새 개설된 계좌와 관련해 불평을 제기하고 소송을 거는 고객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웰스파고는 직원의 실수 혹은 행적적인 실수였다며 즉시 문제가 된 계좌를 폐쇄하고 사과했습니다.

이 문제가 일개 말단 직원의 실수가 아니라 훨씬 더 조직적인 차원에서 진행되는 경영 전략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는 부작용이라는 사실을 처음 지적한 건 <LA타임스>입니다. <LA타임스>는 2013년 기사에서 애슐리처럼 엄청난 압박을 받으며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웰스파고 젊은 직원들의 힘겨운 감정노동을 기사화했습니다.

기사가 발단이 되어 소비자 보호원과 LA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소비자보호원은 웰스파고에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2백만 개에 달하는 유령 계좌가 개설됐고, 지금껏 5천 명 가까운 직원이 이 문제와 관련해 해고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억 8천5백만 달러 과징금은 엄청난 액수지만, 웰스파고 입장에서는 그렇게 큰 돈이 아닌 것 또한 사실입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과연 이런 조직적인 비위를 누가 어디까지 알고 있었냐, 혹은 누가 지시했냐는지 밝혀내는 것입니다. NPR은 웰스파고에 애슐리와 에릭의 사례를 문의했습니다. 취재 내용을 밝히고 논평을 부탁하자 웰스파고 대변인은 판에 박힌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오스카 시러스(Oscar Cirrus, 웰스파고 대변인): 웰스파고 임직원 대부분이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일부 직원이 저지른 잘못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귀사가 취재한 내용이 정말 웰스파고에서 일어난 일로 밝혀진다면, 이는 우리 은행의 가치와 전혀 맞지 않는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절 알고 있습니다. 웰스파고 이사회는 지난주 은행 영업, 상품 판매 등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철저한 내부 조사를 벌이기로 의결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애슐리와 에릭은 모두 스캔들이 불거지고 대중에 알려지기 전에 웰스파고를 떠났습니다. 에릭은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시점에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위장병이 생겼고, 눈에 계속 경련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도저히 더는 못 하겠다, 이 생각밖에 안 남았던 상황이었어요. (그만두는 것 말고는) 달리 선택지가 없었죠.”

애슐리는 계란으로 바위를 쳐댔습니다. 할당량을 채울 수 없다며 버텼죠. 대신 윤리위원회에 상황을 설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건의했습니다. 돌아온 건 해고 통지서였습니다. 애슐리는 다른 은행에서 일자리를 찾았는데, 이상하게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초기에 직원 선발 과정에서 탈락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웰스파고 매니저들이 경고했던 대로 정말 어딘가에 자신에 대해 안 좋은 기록을 써놓기라도 한 걸까 의심하던 애슐리는 웰스파고가 정말로 자신의 경력에 커다란 족쇄를 채웠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NPR은 U5 문서라는 금융업계가 공유하는 일종의 인사기록을 취재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그 문서에 웰스파고는 애슐리를 이렇게 평가해 놓았습니다.

“주어진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함”

애슐리가 지원하는 어느 일자리든 고용주인 다른 은행은 이 기록을 확인할 겁니다. 애슐리가 번번히 고배를 마신 것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웰스파고가 상술하지 않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주어진 업무라는 것이 결국 비현실적이고 과도한 업무 할당이자, 최근 불거진 스캔들의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애슐리는 자신에 대한 평가를 접한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짙은 먹구름이 저를 감싸고 있고 여전히 쫓아오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든 먹구름에서 벗어나서 햇살 비추는 밝은 곳으로 가려는데 도저히 떨쳐낼 수 없는 그런 절망적인 상황인 것 같아요.”

웰스파고에 대한 진상조사에서 과연 애슐리를 비롯한 수많은 젊은이들을 감싸고 있는 먹구름과 부당한 족쇄의 실체가 밝혀질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입니다. (NPR Planet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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