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자의 건강 상태, 유권자의 알 권리인가?
미국 대선 경주에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건강 상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지난 9월 11일 911 추모 행사 이후 클린턴 후보가 행사장을 퇴장할 때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가까스로 차량에 오르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공개되면서 클린턴 후보의 대선 후보 적격성에 의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곧바로 클린턴 후보의 주치의가 일시적으로 생긴 폐렴이라 해명을 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하였습니다. 그러나 공화당 후보 트럼프가 클린턴 후보의 건강을 다시 문제 삼으면서 대선 후보 적격성 논쟁에 불씨를 키우는 양상입니다.
대선 후보의 건강 문제는 개인의 사생활 보장권과 유권자의 알 권리가 맞닿아 있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연방 헌법상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범할 수는 없다고 규정되어 있으며, 의료 기록 역시 사생활의 일부로 간주하여 왔습니다. 대선 후보 역시 한 개인으로서 헌법상의 권리를 누릴 자유가 있는 것이고요. 그렇지만 보스턴 대학교 보건 법학과 학장 조지 아나스(George Annas) 교수는 유권자 역시 후보자가 대통령의 의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건강 상황에 놓여 있다면 이 사실을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알츠하이머병과 같이 판단력에 큰 문제를 일으켜 대통령의 업무 수행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병이 그 예입니다. 하지만 아나스 교수는 상기와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선 후보 역시 본인의 의료 기록을 공개할 의무는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역사적으로 대선 후보들은 본인의 의료 기록을 유권자들에게 공개해오지 않는 것을 관례로 삼았습니다. 최근 들어서야 존 맥케인(John McCain) 같은 후보가 주치의의 진단서를 공개하기 시작했죠. 의료 기록을 공개하는 것이 대선 경쟁에 훨씬 유리할 것이란 예측 때문이었습니다.
대선 후보의 건강과 후보 적격성에 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의료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2008년 대통령 후보들의 건강 적격성 심사를 공식화하자는 의견을 제안하기도 했었죠. 건강 진단의 상세 내용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기밀로 유지하고 건강의 적합성 여부만을 제삼자의 의료진들이 판별토록 하여 유권자들과 공유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의견 역시 의료진의 정치적 편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논리로 결국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유권자의 알 권리,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요? (C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