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 씨는 지난 한 해 동안 워싱턴에 위치한 자신의 아파트를 난민과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무료로 개방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머전시비앤비(EmergencyBnB)라는 사이트를 개설했죠. 낯선이에게 집이나 방을 빌려준다는 점에서 에어비앤비와 같지만, 위기에 처한 손님에게는 돈을 받지 않습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고, 충분한 참가자가 모집될 때까지는 손님과 연결시키지 않을 생각이지만, 아라파 씨는 곧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2005년에 유학생 신분으로 처음 미국땅을 밟은 아라파 씨는 학위를 따고 자신의 회사를 차리면서 영주권도 얻었습니다. 이후 2015년, 헝가리 여성이 아이를 안고 달려가는 시리아 난민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장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누군가를 도울 때라고 느꼈죠. 그는 자신이 미국 영주권을 얻은 후 느낀 안정감을 다른 이들에게도 느끼도록 해주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처음에 그는 자신의 아파트를 에어비앤비에 최저가 10달러에 내어놓고, 난민이나 가정폭력 피해자만 손님으로 받겠다고 공지를 걸었습니다. 가장 먼저 연락을 해온 사람들은 텍사스에 살고 있는 시리아 출신의 커플이었습니다. 망명을 신청한 이들은 법원 심리에 출석하기 위해 워싱턴에 일주일 간 머물러야 했습니다. 마침 아라파 씨가 집을 비우는 날과 맞아 떨어져, 이들은 첫 손님이 되었습니다. 방값 10달러는 나중에 돌려주었죠. 독립기념일에는 한 여성이 폭력적인 동거인으로부터 피신해야 한다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는 경찰 수사 기록을 한 부 복사해달라 요청해 받아본 후 이 여성에게 아파트 키를 넘겨주었습니다. 그녀는 아라파의 방식이 양측 모두에게 리스크가 큰 일이라며, 처음에는 미심쩍게 생각했지만 세상에는 드물어도 선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곧 아라파는 너무 많은 손님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에어비앤비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자신의 전공인 컴퓨터 공학 지식을 활용해 독자적인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여전히 에어비앤비에도 아파트를 등록해 둔 상태이지만, 이제는 자신의 사이트를 통해 집을 빌려주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러한 미션에 동참하겠다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죠.
무료 숙소를 구하는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직 없습니다. 방을 빌려주기 전에 먼저 이야기를 해보고, 관련 서류를 요구하는 정도입니다.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에게는 특히 안전한 피신처가 필요하기 때문에, 주소는 숙박이 확정된 손님에게만 알려주고 있습니다.
지역의 난민 지원 단체 역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공 쉼터나 피난처가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위험한 공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집에서 환영받는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정서적으로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 단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5년 10월 이후 미국에 들어온 난민은 6만3천 명이 넘습니다. 이들을 위해 기꺼이 문을 열어줄 사람들을 계속해서 찾아내는 것이 아라파 씨의 숙제입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줄 수 있다는 걸 알면 기분이 달라져요. 이런 일을 통해서 난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야망 같은 건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지금 우리 사회에 난민들이 들어와있다는 것, 그리고 이들이 환영받는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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