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부족을 통해 알게된 화음의 비밀
‘도’ 와 ‘파#’처럼 세 온음 차이가 나는 음을 ‘악마의 음정(Devil’s interval)’이라고 합니다. 이 화음은 바그너의 신들의 황혼, 블랙 사바스의 음악, 그리고 심슨의 테마 음악에 이르기까지 긴장, 사악한 힘, 명백한 악을 상징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이는 불쾌함과 긴장, 초조함을 의미하는 불협화음의 좋은 예입니다. 반대로 한 옥타브 차이, 또는 ‘도’와 ‘솔’ 같은 완전 5도는 즐겁고 듣기에 좋은 협화음 입니다.
서구인에게 협화음과 불협화음의 차이는 명백합니다. 곧, 서구인들은 협화음을 훨씬 더 선호합니다. 고대 그리스 때부터 학자들은 그 이유를 궁금해 했습니다. 많은 음악학자와 작곡가들은 이러한 선호를 문화적인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곧, 서구의 일반인들은 서구의 음악이 사용되는 방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협화음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러한 선호가 보다 내재적이고 일반적인 것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협화음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곧, 이들의 주파수가 자연수의 정수 배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한 옥타브 차이가 나는 음들의 주파수는 2:1 의 비를 가집니다. 완전 5도의 경우, 그 비는 3:2 가 됩니다. 불협화음은 이런 식으로 표현되지 않습니다. “서구인이 선호하는 화음은 특별한 수학적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MIT 에서 음악과 청각을 연구하는 조쉬 맥더못의 말입니다. “그 음들은 아무렇게나 골라진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여기에 어떤 생물학적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 이유중의 하나 입니다.”
15년 전 처음 음악을 연구하던 맥더못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바뀌었습니다.
5년 전, 그와 그의 동료는 서구 음악을 거의 들어보지 않은 아마존 치마네이(Tsimané) 부족을 찾았습니다. 그들은 놀랍게도, 협화음과 불협화음을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두 화음을 구분했지만, 각각이 같은 정도로 듣기 좋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연구는 협화음에 생물학적 이유가 있다는 주장에 대한 결정적인 반박입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토론토 대학의 산드라 트레허브의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 문화권에서 사용되는 음악에 익숙해졌고, 그런 음악들을 더 ‘자연스러운’ 음악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음악 체계를 사용하는 문화권에서는 두 음악을 모두 ‘자연스럽게’ 여깁니다.”
지금까지 협화음과 불협화음의 연구는 심리학 분야의 다른 여러 연구와 마찬가지로, WEIRD(서구의(western), 교육받은(Educated), 발달한(Industrialised), 부유한(Rich), 민주주의(Democratic)) 국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족합니다.” 맥더못의 말입니다. 인류학자 리차드 고도이는 맥더못에게 그 부족을 같이 연구하자는 연락을 취했습니다.
치마네이 부족은 수도와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아마존 우림의 오지에 살고 있습니다. 그곳에는 텔레비젼과 라디오도 들어가지 않으며, 그들이 서구 문화를 보게 되는 것은 때로 근처의 마을을 약탈할 때 뿐입니다. 맥더못은 이 부족을 만나기위해 볼리비아의 라 파즈로 날아가 차를 몰고 아마존의 진탕길을 들어간 후 카누로 강을 따라 이동했습니다.
맥더못은 64명의 치마네이 부족민에게 헤드폰으로 녹음된 소리를 들려주며 어떤 느낌이 드는지를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미국인들은 같은 실험에 대해, 협화음을 불협화음보다 더 선호했습니다. 볼리비아 라 파즈의 사람들과 볼리비아 시골의 주민들도 비록 그 정도는 약했지만 같은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치마네이 부족민들은 두 화음을 차별하지 않았습니다. 몇 년 뒤, 맥더못은 50명의 부족민을 대상으로, 이번에는 그들의 노랫소리를 주파수를 옮겨 들려주며 두 화음의 차이를 평가하게 했다. 이번에도 그들은 두 음에 대해 같은 선호를 보였습니다.
치마네이 사람들이 맥더못의 지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서구인들처럼 헐떡임 보다 웃음을 더 선호했습니다. 또한 협화음과 불협화음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 것도 아닙니다. 그들은 두 종류를 구별할 수 있었지만, 어느 것 하나를 더 선호하지 않은 것 뿐입니다.
다른 문화권에서도 비록 실험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증거들이 있습니다. 트레허브는 과학자들이 발리의 음악가들이 의도적으로 악기의 음을 틀리게 맞춘다든지, 크로아티아의 듀엣 가수가 같은 노래를 반음 다르게 부르는 등의 민속음악학자들이 제시한 예들을 오랫동안 무시해왔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서구의 음악 역사에서 협화음과 불협화음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는 것 역시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타고난 선호라는 주장을 지지하지 않는 연구는 무시하는 반면, 갓난 아이들이 협화음을 선호한다는 식의,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를 높게 평가합니다.”
그러나 서구의 협화음에 대한 선호가 생물학적 근거를 가지지 못한다면, 왜 그 음들은 그런 수학적 정확도를 가지는 것일까요? “그리스 인들은 정수비를 매우 좋아했습니다.” 맥더못의 설명입니다. “그들의 미학 이론은 곧 정수비에 대한 이론입니다. 그들이 음악을 정수비에 기초해 만들었고, 우리는 그저 그들의 방법을 계속해서 따르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엔나 대학의 다니엘 보울링은 아직 생물학적 근거 이론을 버리기에는 이르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치마네이 부족이 협화음을 불협화음보다 선호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 5도와 같은 특정한 화음에 약간의 선호를 보였다고 이야기합니다.
게다가, 그는 이 논의를 본성(nature)대 양육(nurture)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두 가지 요소가 모두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비록 미학적 취향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몇가지 공통의 규칙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인간은 사람의 목소리에 강한 애착을 가지며, 이때문에 아주 높은 찢어지는 소리를 사용하는 음악적 전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보울링은 또한 우리는 협화음에 대한 약한 애착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협화음이 자주 사용되는 음악을 많이 들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아마존 부족이 서구의 협화음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의 음악에 대한 선호가 생물학적 근거를 가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맥더못 역시 사람들이 협화음에 대한 선호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어떤 이유로 그것이 사라지거나 분명히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가능성을 제외하면 안되겠죠. 하지만 우리 실험 결과는 협화음에 대한 선호가 협화음에 대한 노출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대학의 다이아나 도이치는 이 문제가 아주 오래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1631년,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음향학의 아버지’가 된 마린 메르센느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습니다. “무엇이 협화음을 더 듣기 좋게 느끼게 만드는지에 대해 말하자면, 이는 지역에 따라 다릅니다. 심지어 감5도나 다른 불협화음을 협화음보다 더 좋아하는 지역도 있습니다. 즉, 협화음이 다른 음들보다 반드시 더 듣기 좋을 것이라고 말해서는 안됩니다.”
도이치는 말합니다. “나는 데카르트가 이번 연구결과를 들었다면 기뻐했으리라 믿습니다.”
(아틀란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