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언어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요?
2016년 7월 12일  |  By:   |  세계, 정치  |  No Comment

트럼프의 언어 구사 능력을 웃음거리로 삼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일단 트윗만 봐도 늘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져있죠. 두 개의 짧은 문장 다음에 자신의 소감을 담은 단어 하나, 마지막으로 느낌표가 오죠. 자신의 정적들을 악당같은 별명으로 부르고, 단어 선택은 저속합니다. 하지만 그가 모두를 물리치고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정치인이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은 결국 언어이고, 그의 언어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샀다는 뜻이니까요.

우선 그가 사용하는 언어는 단순합니다. 언론인들이 단순한 언어를 사용하는 정치인들을 비난하는 것은 흔한 일이고, 트럼프의 비판자들 역시 트럼프가 “10살짜리 아이같이 말한다”고 조롱합니다. 하지만 단어와 문장의 길이로 글의 난이도를 매기는 플래시-킨케이드(Flesch-Kincaid) 테스트는 정치인의 언어를 평가하는데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조지 오웰도 말했듯, 같은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쉬운 단어가 있다면 어려운 단어를 피하는 것이 이해도와 설득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크고 아름다운 벽을 세우겠다”는 말은 어처구니없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이고, 인간의 뇌는 쉬운 것에 약한 법입니다.

트럼프 언어의 두번째 특징은 반복입니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역시 유치하게 들리지만, 반복은 역사적으로 정치인들의 도구였습니다.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땅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들판과 거리에서도 싸울 것입니다…”라고 했던 처칠의 연설이나, 20세기 가장 유명한 정치 연설인 루터 킹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 역시 반복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사례죠.

하지만 무엇보다 트럼프의 전략 중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그가 연설을 하지 않고 그냥 말을 한다는 것입니다. 준비된 원고는 물론, 모든 연설의 기본이 되는 개요조차 없습니다. 선거 유세 중인 정치인을 따라다니는 기자들은 모든 정치인들이 가는 곳마다 준비된 같은 연설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연설”은 언제나 즉흥적이고, 이는 기사거리를 찾는 기자들에게 뿌리치기 힘든 유혹입니다.

아무리 멋진 주장도 짜여진 각본을 따르는 듯한 인상을 주면 설득력이 약해지기 마련입니다. 기성 정치인들에게 환멸을 느끼는 유권자들에게 이 즉흥성은 큰 매력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조지 오웰이 강조한 “명확하고 정직한 영어”가 얼마나 위험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오웰은 정직한 화자라면 말을 짧고 명확하게 하면서도 클리셰를 피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명확한 언어가 마법적인 힘을 지니고 있어서, 거짓말이나 끔찍한 말과 확연히 구분될 것이라고 믿은 거죠. 하지만 오웰은 유권자들 가운데는 거짓말을 구별해내지 못하는 사람이나, 끔찍한 말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간과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의 수가 많아지면, 트럼프의 “화술”과 위험한 조합이 되는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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