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조지 부시만큼 세계인의 미움을 받는 대통령이 될까?
세계인들이 이번 미국 대선에서 투표를 할 수 있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6월 29일 퓨 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는 50개 나라에서 완패를 당한다고 합니다. 트럼프의 외교 능력에 신뢰를 보인 세계 시민은 9%에 불과했죠.
이런 설문 조사가 무슨 의미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세계 시민들이 미국 대선 투표권을 갖게 된다면 비슷한 조사에서 77%의 압도적인 신임도를 기록한 오바마 대통령이 문제없이 3선에 성공하겠죠. 외국인들이 미국 대통령을 볼 때 중시하는 것은 다른 나라의 이해를 어느 정도 고려하는가이므로, 모든 면에서 미국을 우선시하겠다는 슬로건을 앞세워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한 트럼프의 인기가 바닥인 것은 그럴만한 일입니다. 외국인들이 캐리커처처럼 단순화된 이미지를 보고 미국 대통령들을 판단하는 경향도 있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 대통령의 “이미지”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미국도 외교 무대에서 테이블 건너편에 앉은 상대방과 협상을 해야하고, 미국 대통령이 깡패라고 생각하는 상대와 협상을 하자면 (트럼프 식으로 말해) 사업의 비용이 높아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간단히 말해 해외에서 미국의 이미지는 몇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됩니다. 첫째, 미국은 여전히 지구에서 가장 힘이 센 나라입니다. 따라서 그 어마어마한 힘 앞에 적들은 각종 음모론을 펼치게 되고, 우방국들조차도 상대적인 무력감을 느낄 수 밖에 없죠. 둘째, 미국은 언제나 선한 권력을 표방했습니다. 따라서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행위를 평가할 때면 단순히 좋다 나쁘다는 평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위선적인가 아닌가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트럼프가 문제가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조지 W. 부시가 대통령이었던 당시 시절 해외 특파원을 지내며 필자가 정리한 부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가 위선적이고, 무지한데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미국 우선 주의자에, 이슬람 세계를 겨냥한 십자군 전쟁을 이끄는 일방적인 깡패라는 것이었죠. 이라크 국민을 해방시키고 민주주의를 확산하겠다는 그의 명분은 사방의 비웃음을 샀습니다. 중동 지역의 석유를 노리는 것이 너무나 명백해보인다는 이유에서였죠. 고문과 가혹 행위가 만연한 비밀 감옥의 존재가 드러났기 때문에, 테러를 비난하고 민간인 희생을 슬퍼하는 것조차 위선적이고 뻔뻔한 행위로 조롱받았습니다.
문제는 부시 대통령이 비판받은 모든 면모를 트럼프가 갖추고 있고, 심지어 이를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미국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일방주의자이며 무슬림들은 나쁜 사람들이라 이들의 입국을 막을 것이라는 말을 하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죠. 중동에 폭탄을 때려붓고 석유를 가져올 거라는 다짐, 고문을 부활시키겠다는 포부를 거침없이 밝히는 사람이 바로 트럼프입니다. 즉, 2001년부터 2008년 사이에 세계인의 미움을 받은 바로 그 미국의 모습을 캐리커처처럼 담고 있는 인간인 것입니다.
힐러리 클린턴의 해외 인기도도 잠깐 살펴보죠. 퓨 센터의 조사에서는 흥미로운 세대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아시아와 유럽에서는 나이든 세대가 클린턴의 외교 정책에 신뢰를 보인 반면, 젊은 세대가 보인 신뢰도는 훨씬 낮았습니다. 외교관으로서 쌓아온 명성도 명성이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으로 유명한만큼 나이든 세대에서 지명도가 더 높은 덕이 아닐까 합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각 국에서 클린턴과 푸틴에 대한 지지도가 정반대로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즉 푸틴에 대한 신뢰도가 30%인 나라에서 클린턴에 대한 신뢰도는 70%, 반대로 푸틴을 좋아하는 나라에서는 클린턴을 싫어하는 식이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기후변화에서 동성애자 권리에 이르기까지 클린턴은 가히 안티-푸틴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