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휴대폰이 암을 유발한다”는 주장
1989년 뉴요커에 글을 쓰는 폴 브로더는 변전소와 전력선 주위에서 암의 발생이 증가한 코네티컷 주 길포드의 메도우 스트리트 이야기를 발표습니다.
그는 1993년 이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대 전력선 은폐(The Great Power Line Cover Up)”라는 책으로 출간했고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는 브로더가 1970년대 다루었던 전자레인지, 텔레비전 전파, 그리고 라디오 전파의 인체에 대한 치명적 위험을 다룬 책의 후속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93년 LA 타임즈의 비평가는 이 책에 대해 “브로더의 책을 읽고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전력선의 전자기파가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그가 확신한다는 그 한가지 사실 밖에 없군요” 라고 썼습니다.
오늘날에는 전자 레인지나 전력선, 그리고 라디오 전파가 암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려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더욱 걱정되는 새로운 기기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휴대폰입니다.
지난 19일,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독성물질 프로그램'(National Toxicology Program, NTP)은 쥐를 대상으로한 휴대폰 전자파 위험을 확인하는 실험의 예비결과를 발표했고, 이 결과는 다시금 전자파의 위험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들은 실험군의 쥐가 자궁에 있을 때부터 하루 9시간의 전자파를 쏘였고, 그 결과 90마리의 수컷 쥐 중 2%에서 3%의 비율로 뇌 혹은 심장에 종양이 생겼다고 보고했습니다.
한편, 전자파를 쐰 쥐들은 그렇지 않은 쥐들보다 더 오래 살았고, 이는 전자파가 생명에 유해한 것이라면 있을 수 없는 특이한 결과입니다. 암컷 쥐에게서는 그러한 효과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연구는 여러 언론에 앞다투어 보도되고 있지만, 암 연구자들은 이 한 번의 연구로 전자파와 암에 관한 수많은 논쟁의 역사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이번 실험은 인간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며, 또한 지난 수십년 동안 수억명의 사람들이 휴대폰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뇌종양과 심장종양은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분야에는 수많은 연구가 오랬동안 진행되어 왔습니다. 이번 연구에 대해 연구자들은 ‘실험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라고 반응하고 있습니다. 즉, 정말 연관관계가 있다면 이미 벌써 나타났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답답한 일입니다.” 이번 연구에 관련되지 않은 코네티컷 대학의 종양역학자 리차드 스티븐스가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다른 면을 보자면,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했던 수많은 주장들이 있었지요. 대부분은 쓰레기였습니다.”
예를 들어, 1992년 발표된 전력선과 암 사이의 관계는 대표적인 잘못된 과학실험이었습니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는 전기장이 세포의 화학적 조성을 바꾼다는 식으로 결과를 조작한 바 있습니다.
이번 NTP 의 연구는 그런 쓰레기 연구는 아닙니다. 이 결과는 지난 35년간 전자파가 건강과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실어온 “마이크로웨이브 뉴스(Microwave News)”에 실렸습니다. 이번 실험은 2011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자파를 “잠재적 발암물질”로 분류하자 미식품의약국(FDA)이 요청해 뛰어난 연구자들이 진행한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제대로 된 연구입니다.” 미국암협회의 오티스 브롤리는 이번 연구가 휴대폰의 위험에 관한 “패러다임 전환”을 일으킬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암의 위험에 대해 제대로 된 연구가 필요한 이유를 알려주는 충격적인 예입니다.”
한편 미국뇌암연합의 니콜 윌마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상당수의 기초과학 연구결과는 사실이 아니거나 제대로 재현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결과 역시 그러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이번 쥐(rat) 연구 결과는 내년, 새앙쥐(mice)를 포함하여 완결될 대규모 연구의 일부입니다.
이번 연구를 평가하는 NIH 의 한 연구원인 마이클 라우어는 이번 연구에 사용된 쥐의 숫자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이번 결과 역시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전자파에 노출되지 않은 수컷 쥐들이 더 빨리 사망한 것은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관찰되지 않은 결과라는 것입니다. “저자들의 주장을 더욱 회의적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NTP 연구자들 역시 이를 인정했습니다. “우리도 왜 그 쥐들의 생존률이 낮은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결과가 우연일 가능성은 통계적으로 5% 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의학 연구에서 기준이 되는 값이지만, 지난 2005년 스탠포드의 연구 “왜 대부분의 발표된 연구는 사실이 아닌가”에서 생의학 분야에서 통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처럼 이번 연구에도 여러 통계학자들은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출산 이전부터 가해진 전자파의 양 – 쥐의 체온을 올릴 정도는 아니지만 그에 근접한 양 – 을 오늘날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많은 시간동안 휴대폰을 자동차에서 충전시키고 있는 상황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도 문제입니다. “어쨌든 어떤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윌마스의 말입니다.
2000년 당시 미국에서 휴대폰을 소유한 사람의 숫자는 1억 5천만명이었지만 오늘날 그 숫자는 약 2억 4천만명으로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암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에게 발견되는 뇌암의 수치는 그동안 10만명 중 6명으로 거의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조금 감소했습니다.
“사람들이 휴대폰을 더 많이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뇌암의 발생률은 떨어졌다는 것은 가능한 반박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예전보다 휴대폰을 머리에 대고 사용하기보다 문자를 보내고 글을 읽는데 더 많이 사용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다수의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더 오래, 지속적으로 관찰해야할 문제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자파의 위험성을 처음 알린, 올해 85세의 폴 브로더는 음모가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폭탄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곧, “지난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문제의 존재를 무시하거나 부정해왔고” 다시금 그들은 미국암협회나 NIH가 문제를 덮게 만들 것이라고 말입니다.
(버즈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