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와 레스터 시티: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왜 이리 어려울까요?
지난여름, 미국 정치 평론가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하나의 주에서라도 승리할 가능성을 비웃었습니다. 지금 현재, 트럼프는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될 것이 확실합니다. 또 지난여름에 영국 도박사들은 전통적으로 약체였던 레스터 시티가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할 확률을 5000분의 1로 점쳤습니다. 레스터 시티는 이번 시즌에 우승했고, 도박사들은 3,600만 달러를 잃었습니다. 이는 영국 도박 역사상 가장 큰 손실입니다.
누구나 운이 없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2016년 정치와 스포츠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인간이 예측한 미래는 실수투성입니다. 저를 포함해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예측한 사람들이나 5,000분의 1이라는 배당률은 레스터 시티의 지난 전적을 고려할 때 오히려 확률을 너무 높게 책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을 놀리는 것은 상관없습니다. 실제로 이들이 옳았을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와 레스터 시티의 승리는 애초에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작위성 (randomness)이 지배한 탓에 나온 결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는 과정마다 각각의 확률을 우리가 잇따라 잘못 가늠하고 엉뚱하게 예측했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가 왜 이런 실수를 했는지 이해하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사실 사람들은 누구나 미래를 내다보는 데 관심이 있기도 하고요.
가장 큰 오류는 최근에 발생한 사건에 너무 많은 중점을 두는 최근 사건 편향(recency bias)입니다. 이는 심리학과 금융학을 통해 금융 시장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개념입니다. 우리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때 바로 직전에 일어난 일들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고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주식시장 붕괴를 경험한 사람들은 또 다른 주식시장 위기가 임박했다고 믿는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높습니다.
여기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경선에 뛰어들자마자 여론조사에서 계속 우위를 보였음에도 왜 똑똑하다는 수많은 사람이 여전히 트럼프의 경선 승리 가능성을 대단히 낮게 점쳤는지 알 수 있습니다. 즉, 2012년 공화당 대선 경선 과정을 돌아보면 허먼 케인이나 미셸 바크먼처럼 당선될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후보들도 한 번씩은 돌아가면서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올랐었습니다. 반면, 당 지도부가 밀었던 미트 롬니와 같은 후보는 느리지만 꾸준하게 선거인단을 확보했고, 마침내 경선의 승자가 되었죠. 2004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하워드 딘과 같은 인사가 처음에는 여론조사에서 앞섰지만, 결국에는 당 지도부가 지지하던 존 케리 후보가 경선 승리를 거머쥐었죠.
하지만 항상 이런 패턴이 반복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웬델 윌키(Wendell Willkie)가 좋은 예입니다. 1940년에 열린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단 한 차례도 선출직에 출마한 적이 없고 그 이전 해까지만 해도 민주당원으로 등록되어 있던 사업가 윌키가 공화당 경선에서 말 그대로 깜짝 승리를 거뒀습니다. 1964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배리 골드워터(Berry Goldwater) 역시 당 지도부가 전폭적으로 지지하던 후보가 아니었죠.
잉글랜드 축구에서는 지난 21년간 넉넉한 예산을 가진 4개의 팀(첼시,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이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나누어 가졌습니다. 이른바 빅클럽을 위협한 최근 사례를 찾으려면 1995년 블랙번 로버스(Blackburn Rovers)의 리그 우승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했습니다.
최근의 역사만이 아니라 과거의 역사까지 속속들이 꿰고 있으면 앞으로 발생할 일들이 반드시 최근에 일이 진행된 패턴을 따를 것이라고 믿게 되는 오류에 빠질 위험이 줄어듭니다. 또 다른 교훈이 있다면, 우리가 과거를 토대로 미래를 예측할 때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의 표본이 대체로 너무 적다는 점입니다. 미국 대선은 4년마다 열리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팀도 1년에 한 팀씩 배출됩니다. 표본의 수가 적을 때 과거를 바탕으로 한 미래 예측 결과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샘플링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단순히 표본 숫자가 적은 것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대선 캠페인이나 축구팀을 운영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게임에서는 게임의 규칙이 늘 바뀝니다. “블랙 스완”을 쓴 작가 나심 니콜라스 탈렙은 이런 상황을 가리켜 라틴어로 게임을 뜻하는 단어를 이용해 “게임의 오류(ludic fallacy)”라고 불렀습니다. 즉, 단순한 통계 모델을 현실에 섣불리 적용하면 오류가 나기 십상이라는 뜻입니다. 실제 우리가 하는 게임에는 정해진 규칙이 있습니다. 룰렛을 돌리거나 야구를 할 때는 규칙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확률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에서는 외부 상황, 언론 보도, 여론, 그리고 상대 후보의 전략, 심지어 상대 후보자의 수조차 처음부터 정확히 예측할 수 없으며,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계속 변합니다. 즉, 지난해에 일어난 일이 올해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데 믿을 만한 근거가 될 수도 있고, 전혀 쓸모없는 이례적인 과거의 사건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스포츠에서 개별 경기는 일반적인 확률의 법칙을 따를지 모르지만, 팀의 장기적 전략과 그에 따른 시즌의 향배는 확률을 따르리란 법이 없습니다. 훌륭한 구단주나 감독은 다른 구단이 눈여겨보지 않은 훌륭한 선수를 발탁하기 위해서 새로운 방법을 동원할 수도 있습니다. 레스터 시티의 전략도 그러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
NBA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도 또 다른 좋은 예입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즈는 2011~2012시즌 승률이 30%대에 불과했고, 18년간 플레이오프에 단 한 번밖에 진출하지 못한 약팀이었습니다. 스테판 커리를 앞세워 NBA 리그에 있는 그 어느 팀보다 3점슛을 주 무기로 삼은 워리어스는 지난해 챔피언이 되었고, 올 시즌에는 NBA 정규시즌 최고 승률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예측은 어렵습니다. 규칙은 복잡한 전체 시스템 아래서 계속 변하고, 인간의 심리적 편견을 분석하기에는 과거의 사례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우리의 짧은 기억력도 정확한 예측을 가로막는 장애물입니다. 그리고 2016년은 정치와 스포츠에서 그 어느 때보다 이 사실을 자명하게 보여주는 해입니다.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