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안 내는 당신을 위한 특별 공연의 목표는 망신주기
부동산 개발일을 하는 프라훌 사완트 씨네 집 앞에 난데없이 북을 든 사람 한 무리가 와서 요란하게 북을 울려댑니다. 지방 국세청에서 나온 사람들인데, 지난 5년 동안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사완트 씨에게 당장 세금을 내라는 요구를 동네 사람들 다 보란 듯이 요란하게 하고 있는 겁니다. 이웃 사람들은 자연스레 소리 나는 쪽으로 눈을 돌리고는 넋을 놓고 북 치는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이 벌게진 사완트 씨는 945달러어치 수표를 들고 내려옵니다. 정부는 5년 동안 받아내지 못한 세금을 몇 시간 만에 받아낸 셈입니다.
뭄바이 근교의 작은 테인(Thane)이란 도시의 조세 담당자 산지브 자이스왈은 이웃의 평판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도의 문화에서 탈세자 혹은 세금을 잘 안 내려는 사람들로부터 세금을 거두는 효과적인 방법을 고안해 냈습니다. 바로 대대적인 망신을 주는 겁니다.
“세금 미납 고지서를 보내봤자, 그 고지서는 당사자만 보잖아요. 그런데 북을 든 사람들이 가면 그렇지가 않죠. 이곳 사람들에게 체면은 정말 중요해요.”
올해 초 북을 든 사람들과 함께 직접 세금 안 내는 사람들을 가가호호 방문한 뒤로 재산세 세수가 20% 증가했다고 자이스왈은 말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세금도 안 내는 신의 없는 사람이라고 비치는 걸 극도로 꺼리는 이들이 득달같이 돈을 마련해 즉석에서 밀린 세금을 냈습니다.
인도에서 세금 체납 혹은 미납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닙니다. 12억 인구 가운데 제대로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3%밖에 안 되는데, 세금으로 낼 만한 수입이 한 푼도 없는 사람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탈세가 만연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헤리티지 재단에 따르면, 인도 정부가 거두어들이는 세금은 GDP의 17% 정도로, 25%를 걷는 미국, 33%를 걷는 영국에 비해 세수가 부족합니다. 수도 뉴델리만 해도 인프라가 열악하고 의료보험, 교육 등 공공재가 턱없이 부족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세수가 부족해서입니다. 세금을 인상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좌절되기 일쑤입니다.
한 번은 정부가 3천 달러 이상 보석을 사는 소비자의 신원 정보를 확인하려는 법을 제정하려 했습니다. 그 정도 재산이 있는 사람들의 소득을 추적해 세금을 제대로 걷으려는 취지에서 만든 법이었는데, 당장 보석상들이 결사반대를 외쳤습니다. 세금을 내기 싫어하는 소비자들이 보석을 사지 않을 거란 이유에서였죠. 한 달 넘도록 파업이 이어졌습니다. 2009년에는 로펌에 세금을 부과하려 하자 뉴델리 변호사들이 일제히 파업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마하트마 간디가 벌인 독립운동의 촉매가 된 사건 가운데 하나도 영국이 소금에 부과한 세금에 대한 저항이었습니다.
테인 시 같은 소도시의 경우 대개 세금을 내지 않는 건 조세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저항이라기보다는 그냥 세금이 내기 싫고 귀찮아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사완트 씨가 사는 비타와 칼루아 구역만 해도 전체 집주인의 1/3이 재산세를 안 내고 있습니다.
국세청이 세금 안 낸 사람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세금을 거두지 못한 것도 문제였는데, ‘망신주기 특별 공연’의 효과는 지금까지는 아주 좋습니다. 조세 공무원인 파톨레 씨도 북을 울리는 공연이 효과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예전에는 세금 걷는 사람이 혼자 다니다가 사람들한테 뭇매를 맞는 일도 잦았어요.”
북 치는 사람 네 명이 앞장을 서고, 지방정부 문양을 든 공무원이 뒤따릅니다. 선곡은 결혼식이나 생일잔치에서 연주하는 곡이 대부분입니다. 올해 초 테인 시 정부에 고용된 북을 치는 17살 아니켓 자다브는 한 번 북을 울리면 평균 5분 내로 사람들이 돈을 들고나온다고 말합니다.
처음이라 효과가 큰 것일 뿐, 곧 이렇게 북을 든 사람이 나타나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리면 세금을 거두는 건 다시 어려워질 거라고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이스왈은 먼저 시 정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세금을 아직 안 낸 사람들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모두가 누가 세금을 안 냈는지 조회할 수 있었죠. 하지만 거의 아무런 효과도 없었습니다.
델리에 있는 정치심리학자 아시스 난디는 인도 사회의 특성을 정확히 간파한 방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인도는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입니다. 핵가족, 개인주의 같은 가치는 아직 스며들지 않은 곳이 많아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특히 이웃에 내가 어떻게 비치는지가 무척 중요합니다.”
사완트 씨네 집 앞에 이들이 왔을 때도 온 동네가 그 사실을 알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완트 씨는 하고 있는 사업이 너무 어려워서 세금을 낼 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온 동네 사람들이 자기 집 앞에서 북을 치며 세금을 거두러 온 사람들을 지켜보게 되자, 어떻게 해서든 돈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었죠. 친척, 친구, 지인들에게 급하게 품을 팔아 돈을 마련했고 가까스로 북 치는 사람들을 돌려보낼 수 있었습니다. 호되게 망신을 당한 만큼 사완트 씨는 이 방법이 세금을 걷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정말 효과적이라고 인정합니다.
“안 내고는 못 배길 거예요. 정말 효과 만점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