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경에 빠진 한국 경제,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2016년 3월 22일  |  By:   |  한국  |  2 Comments

수출의존형 한국 경제의 최근 내림세는 우려할 만한 수준입니다. 전년 대비 수출이 14개월째 하락했습니다. 지난 1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8% 떨어진 43조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 정도 하락 폭은 2009년 이후 처음입니다.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유화학 사업이 유가 하락으로 고전하는 것도 한몫 한데다 철강, 조선, 자동차마저 주춤했습니다.

지난해 포항제철은 1968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중국과 일본의 경쟁 업체에 밀려 2010년 세계 3위에서 2014년 5위까지 떨어졌지요. 세계에서 가장 큰 조선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역대 최저인 5조 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판매가 25% 감소해 지난해 직원 1만3천 명을 해고했습니다. 또한, 추가로 1만2천 명을 해고할 예정입니다. 1월 현대자동차는 8분기 연속 수익이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판매량은 1.5% 성장했는데, 2010년의 24% 성장세에는 비할 바가 못 됩니다.

한국 기업은 중국의 신흥 경쟁 업체들은 물론 엔화보다 비싼 원화 때문에 일본 기업에도 밀리고 있습니다. 한국의 수출 규모는 GDP의 절반으로, 수출액의 25%가 중국으로 가는데 중국 경제 둔화 또한 큰 타격입니다. 류승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장은 한국이 스마트폰의 부품 같은 소비재 생산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서 세계 경기 침체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의 박상인 교수는 내부적인 요소가 더 큰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번창한 재벌들은 독재자 박정희(현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가 40년 전 제조업 기반으로 이루어 놓은 경제의 부산물입니다. 재벌 경제 아래서 이들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업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재벌 계열사 가운데 10%는 이윤을 내지 못하고 내부적인 수익 분배로 살아남은 유령회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은 골프코스 운영처럼 주력 산업과 관계없는 사업은 매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삼성처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나선 곳도 있지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생산을 중국의 경쟁자에 뺏기면서 이재용 회장의 개인 프로젝트이던 제약 산업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 번째 공장을 짓기 시작했는데 완공되면 생물약제학에서는 가장 큰 사업자가 될 것입니다.

내림세에도 잘하는 기업은 있습니다. 아시아태평양지수(아시아 지역 대형 투자펀드 지표)의 상위 10개 기업 중 7개가 한국 기업입니다. 제약, 화장품, 항공우주 기업이 그 주인공인데, CJ E&M의 성공에 힘입어 미디어 회사도 뜨고 있습니다. CJ E&M은 한국 제작진이 중국 배우들과 함께 찍은 작품 “이별 계약”의 2013년 성공과 함께 수출을 시작했지요. 아시아태평양지수는 CJ E&M이 대우조선이나 현대조선해양보다 더 훌륭한 실적을 내자 펀드에 올렸습니다.

한국 경제가 더는 중공업에만 수출을 의존하지 않는다는 건 분명히 좋은 소식입니다. 그러나 문화 패션 산업은 철강 산업 못지않게 급격하게 변하는 불안정한 산업입니다. 작년 한국 화장품 산업을 이끈 콜마 코리아와 코스맥스는 이제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합니다. 수출 다각화도 아시아지역에 몰아친 불황으로부터 한국을 지켜주기는 어려울 겁니다. (Economist)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