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자폐증 친화적인 극장’에서 공연 관람 어떠세요?
2016년 3월 18일  |  By:   |  건강  |  No Comment

 

autism theatre

뉴 암스테르담 극장(New Amsterdam Theatre)은 뉴욕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있습니다. 한 여성이 그녀의 어린 아들을 데리고 관광객들과 만화 캐릭터들 사이를 당당히 걸어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브로드웨이의 디즈니 뮤지컬 <알라딘>을 홍보하는 큰 간판 앞에 멈춥니다. 평범한 주말이라면 그녀는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들을 타임스퀘어에 데리고 오지 않았을 겁니다. 둘이 극장에 들어가려고 줄 서있는 동안, 아들은 자꾸만 사람들의 눈빛을 피합니다. 아이는 자꾸 책가방을 꼼지락 거립니다. 동시에 계속 제자리에서 뛰기도 합니다.

“지금 신이 났어요.” 아이의 어머니는 웃으면서 말합니다. “우리 아들은 자폐증이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자폐증 친화적 공연에만 가요.” 그들은 자폐증을 가진 아동들을 위해 마련된 <알라딘>의 “자폐증 친화적” 공연에 참석했습니다. 자폐증 친화적 공연은 “자폐증을 위한 공연 캠페인(Autism Theatre Initiative, ATI)”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1500여 장에 달하는 “자폐증 친화적” <알라딘>의 표는 5시간만에 매진되었습니다.

지난 5년간, 주요 영화관과 스포츠 경기장에서는 자폐증 친화적 프로그램이 선을 보였습니다. 조명을 더 밝게 하였고, 음향은 조금 낮추었습니다. 공연 중에 소리를 내거나 움직이는 것이 비교적 자유로워졌으며, 전문가들이 필요할 경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자리에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2011년, ATI의 시작과 더불어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이언 킹>을 통해 극장 또한 자폐 아동들에게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자폐증 친화적 공연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자폐증 아동의 부모들이 극장에서 아이들 때문에 겪은 부정적 경험담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은 반복적 행동(손을 휘젓거나, 앞뒤로 몸을 움직이거나, 반복적인 소리나 행동을 되풀이하는 것 등) 때문에 다른 관객들에게 불평을 듣곤 합니다. 어떤 부모는 뮤지컬 <시카고>를 보던 중에 아이가 계속 노래를 따라불러서 공연 중간에 극장측으로부터 퇴장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극장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그렇다면 “자폐증 친화적”인 공연은 어떤 모습일까요? 우선 모든 공연을 기획하는 과정에서부터 자폐증 전문가 두 명과 자폐증을 가진 사람 한 명의 의견이 반영됩니다. 이 조언을 바탕으로 ATI는 공연 제작자와 함께 대본을 수정합니다.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은 빛과 소리에 민감할 수 있습니다. 현란한 조명이 비춰지면 발작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조명과 음향 부분이 특히 꼼꼼하게 검토됩니다. 현란한 조명을 피하고 갑작스럽게 불이 꺼지는 것과 같은 극적 효과는 천천히 어두워지는 방식으로 완화됩니다. 객석의 조명은 평소 공연보다 30% 더 밝습니다. 또한, 매우 큰 소리나 불빛을 포함하는 모든 장면은 공연에 앞서 부모와 보호자들에게 사전 공지됩니다. <알라딘>의 경우, 관객들이 신비의 동굴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목소리에 놀라지 않도록 사전 예고가 실시 되었습니다. 폭죽을 사용한 특수 효과는 똑같이 유지되었지만, 소리는 조금 줄였습니다. 객석의 조명과 함께 마법의 양탄자는 여전히 아이들의 머리 위로 날라다녔습니다. 아이들은 박수를 쳤고, 방방 뛰었으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하지만 대본은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자기 반 친구들이나 또래 친구들과 똑같은 공연을 보길 바랍니다” ATI의 총 책임자인 필립 달만(Philip Dallman) 씨는 말합니다.

모든 자폐증 친화적 공연에는 최소한 3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자폐증 전문가이거나, 자폐증과 관련 된 업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자폐 아동들이 공연 중에 만지작거리며 놀 수 있는 장난감 공을 제공하고, 가족들이 엘리베이터나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특수 화장실을 찾을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합니다. 또한, 소리없이 공연을 보길 원하는 아이들을 위해 귀마개나 음향 차단 헤드폰을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저희는 공연 중에 어떤 일이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그런 행동을 환영합니다.” <알라딘> 공연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자폐증 전문가 한 명이 말했습니다.

배우들과 스태프 또한 공연 중 발생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교육을 받습니다. 스스로 극장을 매우 즐겨 찾는다는 해리 스몰린(Harry Smolin)이라는 16세 자폐 아동은 공연에 앞서 이들에게 자문을 제공합니다. “저는 제가 가진 자폐증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저만큼 극장을 즐길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요.” 그는 배우들과 스태프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저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크게 놀란다는 점입니다. 제가 공연에 앞서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면, 저는 덜 놀랄 거예요. 만약 공연이 5분이나 10분 정도 늦춰진다면, 아이들이 걱정을 하지 않도록 방송을 해주세요.”

뮤지컬 <마틸다>의 배우인 레슬리 마르게리타(Lesli Margherita)는 자폐증 친화적 공연 경험이 매우 즐거웠다고 말했습니다. “저희는 공연 도중에 아이들이 무대위로 물건을 던질 수 있다고 주의를 들었었어요.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이 몇 번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리 여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놀라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아이들이 공연에 몰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좋았습니다.” 그녀는 말했습니다. “<마틸다>는 세상을 다른 사람들과 조금은 다르게 보는 아이에 관한 이야기예요. 그렇기 때문에 세상을 조금은 다르게 보는 자폐증을 가진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저희에게도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자폐증 친화적인 공연의 가장 가치있는 부분은, 비슷한 경험을 가진 관객들이 만드는 ‘상대방을 쉽게 평가하지 않는’ 분위기일지 모릅니다. 공연이 시작하기 직전, 한 청년이 소리를 지르면서 몸을 부산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놀라며 아들을 진정시키려고 하자, 남편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괜찮아요 여보. 여기서는,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거야.”

(The Atlan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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