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큐 칼럼] 대통령을 경제 성적으로 평가할 때, 결과가 아니라 정책을 봐야 합니다
* 그레고리 맨큐는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교수입니다.
실업률이 떨어지고 물가 상승률은 낮으며, 경제 성장률이 높을 때 우리는 종종 대통령이 경제를 잘 이끌고 있다고 후한 점수를 줍니다. 하지만 과연 이런 경제 지표로 대통령의 실적을 평가하는 게 타당할까요? 올해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 질문은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대통령을 평가하는 가장 흔한 방식은 대통령 재임 동안 얼마나 경제가 잘 굴러갔는지 보는 것입니다. 만약 경제 상황이 좋았다면 대통령이 일을 잘한 것이고, 반대로 실업률이나 물가 상승률이 높고 경제 성장률이 낮다면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식이죠.
하지만 이 접근법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대통령이 임기 중 실시한 경제 정책의 효과는 다음 대통령의 임기에 나타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둘째, 모든 대통령은 전임자가 물려준 경제 상황을 안고 시작하는데, 전임 정권에서 실시한 정책이 현재 상황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셋째, 가장 중요한 문제는 대통령이 전능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비협조적인 의회뿐 아니라 경제 상황은 종종 정책 결정자가 통제할 수 없는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지미 카터 대통령을 봅시다. 많은 사람은 그를 최근에 집권한 이들 가운데 최악의 대통령으로 꼽습니다. 물론 그가 몇 가지 정치적 실수를 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의 경제 리더십도 정말 그렇게 나빴나요? 카터 대통령이 취임했던 1977년에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겪고 있었습니다. 인플레이션 문제는 베트남 전쟁 관련 지출과 지나치게 수동적인 연방준비위원회가 내린 결정의 부산물로 린든 존슨 대통령 때 처음 나타났습니다. 이 문제는 닉슨과 포드 대통령의 무기력한 정책들 때문에 계속됐습니다.
인플레이션 문제는 카터 대통령이 1979년에 임명한 연방준비위원회 폴 볼커(Paul Volcker) 의장의 강력한 통화 정책 덕분에 드디어 해결됩니다. 볼커의 정책은 높은 물가상승률은 잡았지만, 이런 장기적 성공의 대가로 단기적으로 이자율과 실업률이 동시에 높아지는 현상은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을 이끌 올바른 사람을 임명함으로써 오히려 카터 대통령은 1980년 선거에서 로널드 레이건에게 패배할 빌미를 스스로 만든 것입니다. (레이건은 볼커를 1983년에 재임명했습니다)
반대 상황은 빌 클린턴 대통령입니다. 클린턴 대통은 종종 경제 전문가로 묘사됩니다. 물론 그가 재임한 8년간 미국 경제 성장률은 높았고 실업률은 낮았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의 이러한 번영은 정부 정책 덕분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 기술로 인한 생산성 향상과 닷컴 버블이 결합한 결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물론 닷컴 버블은 결국은 터져 붕괴하고 말았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여기서도 운이 좋았습니다. 나스닥 종합 지수는 2000년 3월에 최고를 기록한 뒤 클린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직전에 반토막이 났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한 경기 침체는 2001년 3월이 되어서야 나타났는데, 이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저는 2003~2005년 부시 대통령의 경제 자문위원으로 일했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의 성과에 대해서는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대통령 재임 기간 중의 경제 지표가 대통령을 평가하는 믿을 만한 기준이 아니라면 어떤 걸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요? 우리가 의사를 평가할 때 의사가 치료한 환자가 살았는지 혹은 죽었는지로 평가하는 건 끔찍한 기준입니다. 왜냐면 환자의 병에 따라 최고의 의사에게 치료를 받은 사람도 죽을 수 있고 돌팔이 의사에게 치료받은 사람도 살아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의사를 평가하는 최고의 방법은 최선이라 할 수 있는 최신식 진료 방법을 제대로 적용하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적정량의 항생제를 적절히 썼다면 좋은 의사지만, 엉터리 약을 처방했다면 이 의사에겐 좋은 점수를 줄 수 없겠죠.
비슷한 원리로 대통령을 평가하는 데도 더 나은 방법이 있습니다. 재임 동안의 경제 실적이 아니라 어떤 정책을 추구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단순히 실업률, 인플레이션, 경제 성장률과 같은 수치를 살펴보는 것보다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먼저 어떤 정책이 번영을 가져오는지를 이해해야 하는데, 여기에 관해 전문가마다 견해가 다릅니다. 경제학자 로버트 고든은 최근에 펴낸 <미국 경제 성장의 흥망성쇠>라는 책에서 미국이 빈약한 기술 발전의 시대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스마트폰과 트위터가 있지만, 우리 이전 세대들은 전기나 실내 화장실과 같은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고든은 기술 발전의 속도가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생산성과 소득에서 더딘 성장세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제가 가진 지식으로는 고든 교수의 이런 비관론이 합당한지를 평가하기 적절치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 고든 교수가 옳다면 앞으로 미국을 이끌게 될 대통령들은 전임자들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입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경제 성적을 정책이 아니라 결과를 바탕으로 평가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실수입니다. 대통령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결과를 두고 대통령을 비난하는 꼴이 될 테니까요. 만약 그들이 최선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실망만 하게 될 것입니다. 제대로 된 정책을 지지하는 대신 우리는 비합리적인 절망을 기반으로 표를 던질 수도 있습니다.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