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 걸림돌이 될까?
북한이 신년벽두부터 핵실험을 하면서, 그간 자신을 주목하지 않았던 세계 각국에 새해 인사를 던졌습니다. 첫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해 핵 보유국으로서의 위상을 세계에 떨쳤다는 북한 국영 TV의 발표를 의심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일은 미국이 북한 핵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과, 북한 문제가 오바마 정부의 가장 큰 약점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사건입니다.
클린턴 장관 지휘 하의 미국 국무부는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 하에 북핵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왔습니다. 부시 정부 말기에 협상 타결에 실패한 이후, 북한의 비핵화를 조건으로 새로운 인센티브를 제시하지 않았죠. 북한은 핵 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계속했으며 2010년 이후 남북 관계는 계속해서 악화되었습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비확산 전문가 매튜 번은 “전략적 인내”가 북한의 핵 프로그램 진전을 손 놓고 바라본 것이나 다름 없으나, 김정은이 진지한 핵 협상에 뜻이 없어보이는 만큼 미국 정부에 주어진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고 말합니다.
정부에서 일했던 관계자들 가운데는 이와 같은 미국의 대북 정책이 “가만히 두면 북한은 곧 스스로 무너진다”는 전제 하에 추진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북아시아 담당으로 여러 해 일하다 2년 전 은퇴한 존 메릴은 그것이 잘못된 예측이었으며, 본인은 당시에도 북한이 곧 무너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말합니다. 아이러닉한 점은 부시 정부 내의 신보수주의자들 역시 비슷한 예측을 했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북한의 미래를 제대로 내다보지 못했던 과거를 공유하고 있지만, 현재 공화당 측에서는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장관을 지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경선 후보에게 북한 문제를 빌미로 맹공을 퍼붓고 있습니다. 특히 외교 정책 전문가로 포지셔닝을 꾀하고 있는 마르코 루비오는 연초 핵실험 발표 직후, 날선 표현을 사용하며 오바마-클린턴 외교 정책의 실패를 외쳤습니다. 하지만 자신도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습니다. 클린턴은 간접적인 언어로 자신의 외교 정책을 변호했죠.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대로 핵무기 노하우와 미사일 기술을 중동에 팔아넘겨 왔으며, IS와 같은 테러 집단의 자금력이 좋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란을 의식한 사우디아라비아가 독자적인 노선을 타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상황이 더욱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메릴은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국장과 국무부 차관을 지낸 대니얼 러셀과 오바마 대통령 본인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클린턴 역시 장관을 지내는 동안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에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특사들에게 위임하면서, 본인은 공공 외교와 이른바 “소프트 외교”에 치중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북한 역시 이번 실험은 미국의 적대적인 정책에 대한 대응이었음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메릴은 오바마 정부가 북한이 무시당하거나 주목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어떤 행동 패턴을 보이는지 숙지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핵실험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는 것이죠. 핵실험 직전 연말의 분위기도 좋지 않았습니다. 중국 공연을 앞둔 북한의 모란봉악단이 공연을 갑자기 취소했고, 남북 간 차관급 회담이 결렬되었죠. 메릴은 중국이 공연장에 고위급 관리들을 참석하도록 하고, 한국 정부가 조금 더 유연한 자세로 임했다면 연초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사실 북미 관계는 1994년 클린턴 정부 당시 제네바 기본 합의 이후 지속적인 실패를 겪어왔습니다. 북한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 카드로 핵무기를 활용해왔습니다. 대북 지원을 끊고 자멸을 기다리겠노라 다짐했던 부시 정부조차도 결국은 핵확산을 막기 위해 약간의 대북 지원을 재개하고 말았죠. 그 결과 북한은 이제 사실상의 핵 보유국이 되었고, 미국은 한국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고 나오지 않는 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일 묘안이 고갈된 상태에 처했다는 것이 메릴의 분석입니다.
연초 북한의 핵실험 발표 이후, 백악관 대변인은 실험의 의미를 축소하면서 큰 정책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핵 전문가들은 이번 실험이 북한의 주장대로 수소 폭탄 실험은 아니지만, 전보다 발전된 형태의 핵 실험이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폭탄의 수준이나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핵 실험을 강행하겠다는 북한의 의지, 그리고 기나긴 확산의 역사입니다. MIT의 핵 전문가 시어도어 포스톨은 “북한이 소형화시켜 쉽게 운반할 수 있는 핵을 보유했다는 점이 가장 큰 위험 요소”라고 말했습니다. (폴리티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