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간이 더 주어지는 것만으로 더 행복해지지 않습니다
2016년 1월 16일  |  By:   |  문화  |  3 Comments

미국인은 서구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편에 속합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 결과, 미국인은 자신이 겪는 문제가 그저 ‘양(quantity)’의 문제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즉, 우리에게 자유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만약 일주일에 몇 시간 만이라도 덜 일할 수 있다면, 난 좀 더 행복할 거야.’

그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사실 상황은 좀 더 복잡합니다. 나의 동료 임채윤 교수와 함께 “사회과학(Sociological Science)”지에 발표한 연구에서, 우리는 자유시간의 부족이 문제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우리가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려면 각자의 자유시간이 친구들 및 사랑하는 이들의 자유시간과 일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조정(coordination)’의 문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일과 삶의 균형은 당신 혼자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갤럽 일일 조사(Gallup Daily Poll)를 통해 모은 50만 명 이상의 응답 자료에서 우리는 이들의 감정이 어떻게 매일 바뀌는지를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정서적 행복(emotional well-being)에 대해 두 가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는 직관적인 사실인 반면, 다른 한 가지 사실은 놀라운 것입니다.

직관적인 사실은 바로 사람들의 행복감이 업무 주기를 따라간다는 것입니다. 행복감은 불안감과 스트레스, 웃음과 즐거움 등으로 측정할 수 있으며,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낮게 유지됩니다. 즉, 사람들은 주중에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행복감은 금요일을 기점으로 상승하며 토요일과 일요일에 정점을 찍습니다. 우리는 실제로 주말을 위해 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바로 실업자들도 이를 똑같이 느낀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도 일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정서적 행복에 있어서 같은 변화를 보인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긍정적인 감정은 주말에 상승했고, 월요일이 되면 다시 떨어졌습니다.

직장인들이 주말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일로부터 해방되는 시간이니까요. 그러나 일자리가 없는 이들에게는 주말이 왜 그렇게 중요했던 걸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열쇠는 모든 시간이 똑같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 있습니다. 시간은 많은 면에서 사회학자들이 ‘관계망 재화(network good)’라 부르는 자원의 특징을 가집니다.

관계망 재화는 널리 공유됨으로써 그 가치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컴퓨터를 예로 들어보죠. 컴퓨터의 가치는 많은 부분에서 다른 사람들도 컴퓨터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컴퓨터를 통신의 도구로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이메일, 페이스북, 파일 공유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당신이 아는 모든 이가 컴퓨터를 가지고 있다면, 당신 역시 컴퓨터를 가져야만 합니다. 하지만 컴퓨터를 갖고 있는 사람이 당신뿐이라면, 그 가치는 극히 제한적일 겁니다.

자유시간 또한 관계망 재화입니다. 주말은 많은 사람이 같이 함께 일을 쉰다는 점에서 비로소 그 가치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제 동료와 저는 미국인의 시간 사용 조사(American Time Use Survey)를 이용해 두 번째 연구를 진행했고, 사람들이 각각의 활동을 하는 데 얼마나 시간을 쓰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우리는 첫 번째 연구에서 본 행복감의 주중 변화 주기가 사람들이 가족 및 친구들과 쓰는 시간 패턴과 일치함을 발견했습니다. 사람들은 주중보다 주말에 두 배 정도의 시간을 가족, 친구들과 보냅니다. 우리의 계산에 따르면 주말에 행복감이 증가하는 것 가운데 절반 정도는 사회적 활동에 사용하는 시간의 증가에서 비롯됩니다.

이는 실업자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실업자는 구인 광고를 검색하거나 집안일 등을 하며 홀로 시간을 보냅니다. 실업자가 주중에 ‘자유시간’이 있을지라도 그들의 친구와 가족은 일터에 나갑니다. 주말이 되어서야 실업자는 다른 이들과 보조를 맞출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주말은 일에서의 해방뿐 아니라 실업 상태로부터의 해방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주말을 통해 사람들은 그동안 이들이 가지지 못했던,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이지요.

이 결론은 삶과 일의 균형 문제에 있어 중요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혼자서 며칠 더 쉬는 것은 ‘주말’을 얻는 것과는 다릅니다. 개인으로서 일을 쉰다면, 우리는 실업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다른 이들이 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며 시간을 쓰게 됩니다. 가족과 친구들이 일터에 있는 동안은 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일’에 파묻혀 있는 것입니다.

최근 몇 년간 여러 회사는 개인의 업무 일정을 유연하게 바꾸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물론 이것이 개인에게 커다란 혜택이라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연구가 보여주듯 이런 노력의 단점은 이미 조정되어 있는 사회적 시간, 곧 주말로부터 우리를 더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나홀로 볼링(Bowling alone)”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문제처럼, 이런 개인의 일정을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 역으로 시민으로서의 사회 참여와 다른 이들과의 접촉을 더 감소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해결책은 어쩌면 개인의 자유시간에 제약을 가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곧, 일을 위한 시간과 삶을 위한 시간에 사회적 기준을 두는 것이지요.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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