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육은 정말 암을 유발할까요?
2015년 11월 3일  |  By:   |  과학  |  No Comment

나는 열여덟 살까지 채식주의자로 자랐습니다. 할머니가 결장암 말기에 수술대 위에서 돌아가시는 것을 본 후, 아버지는 고기의 해로움을 확신하고 사셨죠. 아버지는 지난주 세계보건기구(WHO)가 가공육이 결장암을 유발하며 붉은 고기 역시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을 때 기쁘셨겠지만, 나는 여전히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붉은 고기를 변호하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붉은 고기는 환경에도 좋지 않습니다. 전체 온실가스의 약 20%가 육식을 위해 가축을 기르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생긴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고기는 공장식 농장에서 만들어지며 동물들은 호르몬과 항생제로 살찌워지고 종종 질병에 걸리기 쉬운 끔찍한 환경에서 사육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건 육식을 줄여야 하는 이유이며, 내가 더 이상 엄격한 채식주의자는 아니더라도 붉은 고기를 자주 먹지는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말 세계보건기구가 말한 것처럼, 베이컨이 암을 유발하는 것일까요? 나는 적어도 그 점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세계보건기구의 발표에서 드러나는 가장 큰 문제는 보건기구가 정리한 위험순위의 척도가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전달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몇몇 과학자들조차 그 표현에 혼란을 겪습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가 특정 식품이 가진 실제 위험이 아니라 연구결과의 신뢰도를 기반으로 목록을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발암물질 종류에는 온갖 우스꽝스러운 이름들이 올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절임 야채, 커피, 휴대폰, 튀김, 미용실 근무환경(아마 염색약 때문일 겁니다) 등이 발암물질 목록에 있고, 이제 여기에 붉은 고기가 올라갔습니다. 베이컨은 담배, 술, 석면, 플루토늄, 소금에 절인 생선 등과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1971년 이래 세계보건기구는 900종 이상의 잠재적 발암물질을 검사했고, 식수원에서 발견된 나일론 공정에 쓰이는 화학물질 하나만을 발암물질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결정했습니다.

육식 반대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운동가들조차도 베이컨을 먹는 것이 담배를 피우거나 석면에 노출되는 것보다 덜 위험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담배를 피우면 평생 폐암에 걸릴 확률이 25배나 높아집니다. 반면, 하루에 베이컨을 두 줄씩 먹는 사람이 평생 결장암에 걸릴 확률이 6%이며, 이는 베이컨을 먹지 않는 사람이 결장암에 걸릴 확률인 5%보다 조금 더 높은 수치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언론의 보도는 달랐습니다.

가디언은 “가공육, 담배와 같은 정도의 발암물질로 분류돼 – 세계보건기구”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어떤 언론은 “베이컨과 핫도그는 담배만큼 나쁩니다.”라고 쓰기도 했습니다.

가공육과 붉은 고기를 많이 섭취하는 이들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 두 수치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 800여 건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이로부터 실제 원인과 결과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이 연관성은 소위 “건강인 편향(healthy user bias)” 때문에 나타난 것일지 모릅니다. 즉, 베이컨을 많이 먹는 이들이 또한 담배나 좌식 습관을 지니고 있으며, 반면 고기를 먹지 않는 이들은 운동을 열심히 하고 야채를 많이 먹는 경향이 있을 수 있기에 어떤 사람의 건강 여부를 온전히 베이컨 혹은 육식, 채식 여부만으로 가릴 수 없다는 뜻입니다.

붉은 고기에 의한 효과를 위의 다른 효과들과 분리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연관 관계에 전적으로 의지해 결론을 끌어내는 것은 의료기관들을 잘못된 길로 이끌 수 있습니다.

한때, 폐경기 여성 가운데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은 이들이 심장병에 덜 걸린다는 관찰 결과로부터 여성 호르몬을 권장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대규모 조사를 통해 이 효과가 플라시보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호르몬 주사를 맞은 이들 사이에서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오히려 더 높아졌던 것입니다.

이런 예들은 매우 많습니다.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B, C, E가 심장병을 막아준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임상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거로 판명 났습니다. 식이섬유와 엽산이 결장암 발병을 억제한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예방의학과장 존 이오니다스는 2012년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은 암과 관련이 있을까?”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와 공저자들은 의학 연구를 뒤져 달걀, 커피, 당근, 토마토 등 수많은 음식이 암에 걸릴 확률을 높이거나 낮추는 것으로 보고되었음을 보였습니다.

이오니다스는 이 연구에서 “세계 각국에서 연구된 500여 가지 음식과 마찬가지로” 고기와 암 역시 서로 무관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 약하게나마 연관 관계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도 틀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야 할 듯합니다.”

공저자인 하버드 의대의 조나단 쉔펠트는 빗속에서 운전할 때 자동차 사고의 확률이 크게 올라간다는 비유를 듭니다.

“그렇다고 비가 내릴 때 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비가 내릴 때 과속운전은 특히 비합리적이라는 것이죠. 즉, 가공육을 과다하게 섭취할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아마 결장암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한 가지 방법은 50~ 75세에 결장암 검진을 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연령대의 사람 중 검진을 받는 사람들은 58%에 불과합니다.

“붉은 고기나 가공육을 적게 먹는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요. 그러나 검진을 받는 것이 결장암을 예방하는 데는 훨씬 효과가 큽니다.”

미국암협회의 검진 및 위험요소 조사과장인 스테이시 페데와는 2018년까지 검진율이 80%로 올라가면 28만 명의 결장암을 발견할 수 있고, 이 중 20만 3천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나는 가족력이 있으므로 남들보다 더 이른 나이에 결장암 검진을 받을 생각입니다. 내 큰형은 이제 거의 40살입니다. 나는 그가 베이컨을 먹는지는 물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주 형에게 검진을 받으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꼭 검진을 받을게. 고마워.” 형이 보낸 답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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