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화려한 치어리딩의 세계, 실은 노동의 사각지대
여성성을 극대화하고 성적 매력을 활용하는 직업을 가진 여성은 종종 평가절하됩니다. 섹시한 여성을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는 이들을 함부로 대하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구실이 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치어리더에 대한 처우입니다.
대학 시절, 룸메이트 가운데 지역 풋볼팀의 치어리더로 활동하던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지역구 유명인사로, 파티에 가면 사인해달라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죠. 경기장에서 춤을 추고 홍보 행사에서 서빙을 하거나 홍보 포스터 모델로 서는 등 여러 활동을 했지만, 한 번도 급여를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치어리딩 팀에 있는 것 자체를 영광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고, 유니폼조차도 자비로 구입해야 했죠.
10여년 전 작은 지역 스포츠팀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치어리더에게 터무니없는 급여를 지급하는 관행은 여전히 스포츠계에 널리 퍼져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뉴욕과 캘리포니아에 지역구를 둔 의원 세 명이 NBA 사무국에 30개 NBA팀 소속 치어리더들의 고용 상황을 상세히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서한에는 “NBA는 경기장 안팎에서 일어나는 치어리더들의 활동으로 수익을 얻고 있으므로, 치어리더들은 선수, 코칭 스태프, 경기장 직원들과 동등한 수준의 고용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적혀있었죠. 의원들이 행동을 취한 것은 밀워키 벅스 팀의 치어리더로 활동했던 로렌 헤링턴(Lauren Herington)이 5달러 이하의 시급을 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한 후의 일입니다. 헤링턴은 해당팀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면서도 파트타임 급여를 받았고, 체중 검사와 일일 칼로리 섭취량 보고서 제출을 강요당했으며, 다른 치어리더들과 급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금지됐다고 밝혔습니다.
서한을 보낸 뉴욕 지역구의 의원들은 헤링턴의 소송에 앞서 지난 여름, 치어리더를 독립 계약자가 아닌 팀의 고용인으로 대우하도록 하는 입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이미 비슷한 내용의 법이 통과됐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스포츠 종목을 불문하고 치어리더들이 부당한, 심지어는 불법적인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은 명백한 현실일 것입니다.
물론 이 시점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치어리더라는 직업 자체가 꼭 필요한 것일까요?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여성들을 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영화 <브링잇온>을 본 사람이라면 경기장 밖에서 하나의 독립된 운동 종목으로서 존재하는 치어리딩의 세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치어리딩의 본질은 결국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스포츠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춤을 추고 남자들의 “진짜 일”을 응원하는 보조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치어리더들은 사회가 용인하는 전통적인 여성상, 즉 날씬하고 섹시한 몸매, 누군가를 지지하는 역할, 밝고 쾌활한 태도 등을 온몸으로 구현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기장에서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일하는 여성들이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정당하게 지불받느냐는 것입니다. 치어리더들이 수행하는 다양한 업무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을 받게 되는 날, 우리는 비로소 이 직업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은 아닌지를 논의할 수 있을겁니다. (가디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