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사족직립보행을 한 것은 전파충류(pre-reptile)였을 수도
2억 6천만 년 전에 살았던 부노스테고스 아코카넨시스(Bunostegos akokanensis)의 뼈에 대한 새로운 분석에 따르면 부노스테고스는 소나 하마처럼 네 다리로 직립했던 것으로 보이며 아마도 네 다리로 선 채 걸었던 (사족직립보행을 했던) 최초의 동물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2억 6천만 년 전 페름기의 초대륙 판게아에 살았던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파레이아사우루스류들은 (현생 도마뱀들처럼) 몸 옆쪽으로 뻗어나온 다리가 무릎/팔꿈치에서 구부러져 발이 땅을 향하는 형태로 기어다니는 동물이었습니다. 학술지 <척추고생물학회지(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에 발표된 논문의 주저자 모건 터너 역시 부노스테고스가 다리를 옆으로 펼친 채 기어다니는 동물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부노스테고스의 앞다리는 그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당시에 살던 대부분의 동물들이 뒷다리는 직립, 혹은 반직립보행을 하는 형태였습니다. 부노스테고스가 특별한 것은 앞다리 때문입니다. 부노스테고스의 앞다리는 옆으로 다리를 펼칠 수 없는 구조였고, 몸통 아래쪽으로 곧바로 뻗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당시에는 아주 독특한 형태였죠.” 터너는 워싱턴대학의 학생이던 당시 크리스천 시도어 교수의 지도 아래 부노스테고스의 다리를 분석했습니다. 현재 터너는 브라운대학의 대학원생입니다. “앞다리뼈의 구성 요소와 특징들을 보면 부노스테고스는 다리를 옆으로 뻗을 수 없었습니다. 독특한 구조였죠.”
이번 발견으로 터너, 시도어와 공저자들은 부노스테고스가 어떤 모습이었을지를 재구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와 비슷한 형태로 서있는, 소와 비슷한 크기의 동물이었습니다.
“머리에 혹 같은 것들이 달려있고 등에는 갑옷 같은 골판이 있는, 소만한 크기의 초식성 파충류를 상상해 보세요.” 공저자이면서 시도어 및 연구팀과 함께 2003년과 2006년에 니제르에서 화석을 발굴한 온타리오 왕립박물관의 린다 츠지의 말입니다.
앞다리에서 알아낸 네 가지 사실
터너는 여러 개체들의 골격 대부분을 조사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특징들은 모두 앞다리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부노스테고스가 다른 파레이아사우루스류와는 달리 네 다리 모두를 몸통 아래 둔 형태로 직립했다는 증거가 되는 특징은 네 가지였습니다.
어깨 관절, 혹은 관절와에서 시작하자면 부노스테고스의 관절와는 아래쪽으로 향하고 있어서 윗팔뼈(어깨에서 팔꿈치 사이에 위치한 뼈)가 몸통 바로 아래에 수직으로 위치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윗팔뼈가 몸통 바깥쪽으로 뻗는 것이 제한됩니다.
또 부노스테고스의 윗팔뼈는 기어다니는 동물들처럼 비틀려있지 않습니다. 다리를 옆으로 펼치고 기어다니는 동물의 경우 윗팔뼈가 비틀려 있기 때문에 어깨관절에서부터 양 옆으로 뻗어나갔다가 팔꿈치에서부터 손목으로 이어지는 뼈가 아래로 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노스테고스의 윗팔뼈는 비틀려있지 않기 때문에 발이 땅에 닿게 하려면 팔꿈치와 어깨가 모두 몸통의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야만 한다고 터너는 말합니다.
팔꿈치 관절 역시 직립보행의 증거를 보여줍니다. 다리를 펼치고 기어다니는 파레이아사우루스류는 팔꿈치의 가동 범위가 상당히 넓은 데 비해 부노스테고스의 팔꿈치는 더 제한된 범위의 움직임만 가능합니다. 노뼈와 자뼈(아랫팔뼈들)가 윗팔뼈와 만나는 관절은 경첩과 비슷한 모양이라서 아랫팔뼈를 몸의 측면으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 대신 사람의 무릎과 유사하게 앞뒤로 움직이는 것만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부노스테고스의 자뼈는 윗팔뼈보다 긴데, 이것은 직립보행을 하는 동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입니다.
“다리를 옆으로 펼치고 기어다니는 네 다리 동물은 대개 이 비율이 반대입니다.” 터너의 말입니다.
2억 6천만 년 전으로 되돌아가보기
부노스테고스는 서 있는 자세 뿐만 아니라 서식지 측면에서도 예외적인 동물이었습니다.
“부노스테고스는 홀로 격리된 파레이아사우루스류였습니다.” 터너의 말입니다.
이 당시, 니제르는 (오늘날 니제르 일부가 그렇듯이) 건조한 지역이었고 식물과 물을 찾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네 다리로 선 채 걷는 것이 네 다리를 옆으로 펼치고 기어다니는 것보다 에너지 측면에서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 번 식사를 한 후에 다음 식사를 할 때까지 먼 길을 걸어야 한다면 직립 자세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었을 것이라고 터너는 말합니다.
직립 자세의 예가 이렇게 일찍부터 있었다는 것은 부노스테고스가 진화계통수에서 상당히 일찍 나타난 동물이기 때문에 진화의 역사에서 직립 자세의 최초 출현 시기를 훨씬 앞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하는 중요한 발견입니다.
하지만 터너는 이 당시의 다른 동물들이 결과적으로 부노스테고스와 비슷한 자세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직립 자세는 지질시대에 걸쳐 파충류와 포유류에서 여러 차례 독립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리를 옆으로 펼치고 기어다니는 자세에서 직립 자세를 가지게 되는 것은 흑백으로 명확하게 갈리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인 변화였습니다.” 터너의 말입니다. “자세와 이동 방식의 진화에는 수많은 복잡성들이 관여하고 있으며 우리는 매일 조금씩 이를 더 알아나가기 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부노스테고스의 이러한 해부학적 특징은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지만 우리의 이해를 크게 돕는 발견이었으며 우리가 아직 배울 것이 많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브라운대학에서 터너는 스티븐 게이트시 연구실에 소속되어 고대 동물들의 자세와 이동방식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터너 외에 츠지와 시도어, 니제르 니아메이대학의 오우마로우 이데가 연구의 공저자로 참여했습니다. (사이언스 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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