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E=mc^2 을 처음 증명한 이는 아닙니다(2/2)
1904년 프리츠 하즈넬은 움직이는 공동(cavity)의 열에너지에 관한 사고실험을 발표합니다. 이제는 아인슈타인에 대한 비판자로만 기억되는 하즈넬이지만 당시에는 이름 없는 특허청 직원보다 훨씬 더 유명한 학자였습니다. 오스트리아의 가장 뛰어난 물리학자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움직이는 물체의 복사에 관하여”로 시작하는 유명한 세 편의 논문을 발표합니다. 그는 흑체 복사를 하는 공동 양쪽에 광자가 나오는 원판이 달린 원통을 가정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다는 뉴턴의 3법칙을 원판에서 나오는 광자에 적용했습니다. 원통이 정지해 있다면 양쪽의 광자가 원통에 가하는 힘은 동일하며, 따라서 평형 상태를 유지합니다.
하즈넬은 이 시스템에 대해 등속으로 움직이는 실험실의 관찰자에게 이 시스템이 어떻게 보일지를 생각했습니다. 광원이 움직일 때 도플러 효과에 의해 빛은 파장이 짧아져 더 푸른 색으로 보이거나 혹은 더 길어져 붉은 색으로 보이게 됩니다. 한편, 짧은 파장의 광자는 더 큰 운동량을 가집니다. 따라서 움직이는 원통은 이제 양쪽 원판에서 서로 다른 힘을 받게 됩니다. 하즈넬은 “일-에너지 정리”를 이용해 두 힘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일과 원통의 운동에너지를 비교해 m = (8⁄3) E / c2 이라는 공식을 유도해냅니다. 그의 두 번째 논문은, 천천히 가속되는 공동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온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세 번째 논문에서 그는 아브라함과의 공동연구 후 자신의 계산 실수를 발견하고 이 공식을 m = (4⁄3) E / c2으로 바꾸었습니다.
하즈넬은 전하를 띤 입자의 전자기장에 대한 연구를 열 에너지를 가진 입자의 질량으로 확장함으로써 이듬해 발표되는 아인슈타인의 E = mc2과 매우 유사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물론 하즈넬은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을 알지 못했고, 따라서 그의 결과가 틀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천문학자 스티븐 본과 나는 하즈넬의 논문을 분석했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하즈넬은 원통 자체가 양쪽 원판에 작용하는 힘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발견했습니다. 하즈넬의 실수는 양쪽 원판이 열로 인해 광자를 발산할 때 동시에 원판이 질량을 잃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데 있습니다. 그가 빠뜨린 내용이 결국 그가 발견하길 원했던 에너지와 질량 사이의 등가 원리라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즈넬의 연구는 막스 플랑크가 1909년 “흑체 복사가 관성을 가진다는 사실은 F. 하즈넬에 의해 먼저 알려졌다”고 말할 만큼 충분한 가치를 가졌습니다.
놀라운 점은 공동이 이미 복사로 채워져있고 양쪽의 원판은 더 이상 광자를 내뿜지 않는 그의 두 번째 사고실험은 상대론을 고려하더라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아인슈타인의 1905년 E = mc2 논문은 빛을 발하는 한 점(point)만을, 하즈넬이 한 것처럼 움직이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다룬 것입니다. 유한한 길이의 공동을 다룬 하즈넬의 시도는 보다 대담하면서도 무모한 것이었습니다. 이는 매우 복잡한 계산을 동반하며, 고전적 전자의 질량에 대해 m = (4⁄3) E / c2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냅니다. 상대론을 가정하더라도 이와 같은 공식이 유도되며, 널리 알려진 공식과는 모순되는 결과를 줍니다. 이에 대한 해석은 아직까지도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아인슈타인은 E = mc2을 처음 제안하지도 않았고, 적어도 자신의 특수상대론을 이용해 스스로 증명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몇 달 전 유도했던 상대론적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이를 증명하려 했지만 결국 상대론을 근사해 고전 역학에서도 증명할 수 있는 수식으로, 즉 매우 빠른 속도에서는 여전히 참일지를 알 수 없는 수식으로만 남겨놓았습니다. 더구나 그는 이 수식이 모든 물질과 모든 형태의 에너지에 다 적용된다고 말했지만 이를 한 번도 증명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유도에 약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후 40년 동안 이를 보완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수많은 실험들은 아인슈타인의 공식이 참임을 보였습니다.
아인슈타인은 하즈넬의 연구를 알았을까요? 하즈넬의 연구가 당시 가장 저명한 저널에 실렸다는 점에서 그가 이를 몰랐을 것이라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유명한 1911년 솔베이 학회의 사진에서 두 사람은 다른 유명인들과 같이 있습니다.
어떤 물체의 움직임이나 전자기장의 여부와 무관하게 질량과 에너지가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보인 것이 아인슈타인의 업적임이 명백합니다. 하지만, 열이 질량을 가진다는 사실을 하즈넬이 먼저 보였으며, 아인슈타인 역시 수많은 물리학자들의 어깨 위에 서있었다는 사실 또한 분명합니다. E = mc2은 길고 긴 과학의 역사 끝에 등장한 하나의 예술작품입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